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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조은산 만나 "조국 수사는 정의·정치 아닌 상식이었다"


입력 2021.08.03 15:53 수정 2021.08.03 17:10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尹, KO 노리는 타이슨같은 정치 하고 싶다더라"

"거물급 정치인이라기보다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 같아"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시무 7조'라는 상소문 형태의 국정 비판 글로 화제가 됐던 조은산((필명·40)씨를 만난 것으로 3일 전해졌다.


조은산씨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윤석열 전 총장을 만났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윤 예비후보와의 만남을 공개했다. 그는 글에서 윤 예비후보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 사회적 병폐, 저출산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조은산씨는 윤 예비후보가 조국 수사를 하며 인생이 뒤틀린 것 같다며 그에게 "국정원 수사에 이어 적폐 청산까지 마무리했으니 그대로 진보 진영의 화신으로 거듭나지 그랬냐 물었다"며 "정치 참 편하게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게 당신의 정의였냐 물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예비후보는 "조국 수사는 정의도 아니고 정치도 아니었다. 그건 상식이었다"고 답했다며 "의외로 그는 '정의'를 경계하고 있었다. '나는 법을 말할 때, 정의와 연관 짓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그의 논거는 정의도 결국 인간의 사적인 감정일 뿐이며, 검사가 정의감에 물든 순간 수사는 공정을 잃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직업인으로서의 검사는 정의보다 윤리와 상식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전했다.


조은산씨는 이러한 그의 답변에 대해 "노무현을 수사하는 것은 부정의이고, 이명박, 박근혜를 수사하는 것은 정의이며, 조국을 수사하는 건 또다시 부정의이고, 그를 수사한 검찰총장을 징계하는 것은 또다시 정의라 말하는 정치 편향적 정의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나는 차라리 그가 정의가 아닌 상식을 말하는 게 다행스러웠다"고 평했다.


윤 예비후보는 조은산씨로부터 무너진 법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권력자들이 죄를 지어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현실이 전체적인 법질서의 붕괴를 가져오고, 그로 인한 피해를 대다수의 선량한 국민들이 입게 된 것 같아 전직 검찰 총수로서 송구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사 재직 시절 당시에도 온정주의에 물들어 다소 의아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을 많이 봤는데, 결국 그것을 제한하는 건 입법부의 몫이어서 많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고 했다.


윤 예비후보는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 성장과 복지는 결국 동전의 양면 같은 상생의 개념"이라며 "여성들의 적극적 사회 진출을 통한 역동적인 국가를 만들기 위해, 육아에 대한 고충을 국가가 상당 부분 분담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조은산씨는 마지막으로 윤 전 총장에게 "한 대도 안 맞으려 요리조리 피하는 메이웨더, 우직하게 두들겨 맞으며 K.O를 노리는 타이슨, 둘로 비교하자면 어떤 스타일의 정치를 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고 했다.


이에 윤 예비후보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타이슨이라고 답했고, 이에 조은산씨가 "잘 어울린다. 요즘 심하게 얻어맞고 계시던데"라고 하자 윤 예비후보는 크게 웃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은산씨는 윤 예비후보를 만난 뒤 "그는 듣던 대로 달변가였다. 그러나 그는 모든 걸 안다는 듯 말하지 않았고 모든 걸 받아들일 것처럼 말했다"며 "그의 철학은 확고했고 그만큼 그의 말 또한 직설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이은 그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며 "그러나 그가 다소 정제된, 그리고 정략적인 언사에 치중했다면, 애초에 지금의 윤석열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식사 중 가장 먼저 식탁에 오른 건 시원한 콩 국물이었다. 목이 말랐는지 대접을 들어 벌컥벌컥 마시던 그가 나를 보며 '얼른 드시우'라 말했는데, 그때 그의 입에서 콩 국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솔직히 말해 웃겨 죽는 줄 알았다"며 "내가 직접 접한 그의 모습은 야권의 거물급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그저 썬그라스 하나 걸치면 영락없을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에 가까웠다"고 전했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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