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대표팀, 김연경 마지막 올림픽서 극적 4강행
‘클러치 박’ 박정아, 중요 승부처마다 해결사 본능 발휘
김연경 은퇴는 도쿄올림픽 4강전 이후로 좀 더 미뤄져
2020 도쿄올림픽에서 연일 명승부로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여자배구대표팀의 행보는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농구만화 ‘슬램덩크’를 연상케 한다.
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열린 2021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서 3승 12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둔 여자배구대표팀이 도쿄올림픽에서 4강에 오를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장 김연경(중국 상하이)을 중심으로 원 팀이 된 대표팀은 위기의 순간 더욱 투지와 집중력을 발휘하며 올림픽 4강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특히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스타 김연경은 이번 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공언했다. 즉 한국이 올림픽에서 탈락하면 이는 곧 김연경의 대표팀 고별전이다. 올림픽이 끝나면 더는 김연경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는 장면을 볼 수 없다.
김연경의 은퇴 선언은 대표팀 동료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 연경 언니의 마지막 올림픽에 반드시 함께 메달을 목에 걸어야겠다는 간절함이 기적과도 같은 결과로 연결됐다.
사실 김연경이 세계적인 선수이긴 하나 배구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앞서 김연경이 나선 두 차례 올림픽서 각각 4강, 8강 무대를 밟았지만 원맨팀의 한계에 부딪치며 목표로 내걸었던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도쿄대회 만큼은 김연경도 외롭지 않다. 바로 ‘클러치 박’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정아(한국도로공사)의 존재 때문이다.
박정아는 이번 대회 중요 승부처마다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며 한국 여자배구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조별리그 일본과 맞대결에서는 고비 때마다 해결사 본능을 과시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5세트 15-14 매치포인트 어려운 상황에서는 득점에 성공하며 직접 경기를 끝냈다.
터키전에서도 박정아의 활약은 빛났다. 팀 내 최다 득점은 김연경(28점)이었지만 박정아도 알토란 같은 16득점으로 승리를 뒷받침했다.
특히 세트스코어 1-1로 팽팽히 맞선 3세트 승부처에서 박정아의 활약이 눈부셨다. 19-19 상황에서 박정아는 상대 이동 공격을 1인 블로킹으로 가로막으며 균형을 무너뜨렸다.
24-25로 한국이 세트를 내줄 뻔한 상황에서 귀중한 득점 포인트를 올린 박정아는 27-26으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세트를 끝내는 귀중한 득점을 올리며 포효했다. 3세트까지 14득점에 40%에 가까운 공격성공률을 기록한 박정아 덕에 한국은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박정아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하다. 김연경이 후위로 빠져있을 때 전위 레프트 자리에서 박정아가 일정 부분 득점을 책임져줘야 하는데 현재까지 그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대표팀의 4강 진출에 힘입어 김연경의 '라스트댄스'도 계속 이어지게 됐다.
만화 ‘슬랭덩크’의 주인공 중 한 명인 강백호는 지역예선 마지막 경기서 극적인 승리를 이끈 뒤 고등학교 졸업반인 선배에게 “안경 선배(별명), 은퇴는 연기된거죠? 이 천재 덕분에”라는 명대사를 남긴다.
맹활약으로 감동을 안겼던 만화 주인공 강백호처럼 박정아도 선배 김연경의 은퇴를 올림픽 4강전 이후로 좀 더 미루게 하는 데 견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