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갈등 관리해야하는데 갈등유발
김종인도 유승민도 "말 아껴야" 조언
당내선 "주인공 빛내주는 역할" 주문
국민의힘 대선 경선레이스 초반 '이준석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6.11전당대회에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며 당 대표에 오른 '30대 0선' 대표를 불안하게 지켜보던 당내 우려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선 주도권을 둘러싼 이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설전은 진흙탕싸움으로 격화되며 야권 지지층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당내에선 이번 갈등이 증폭된 저변에는 이 대표의 '다변(多辯)'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대표가 각종 이슈에 활발하게 소통하는 이면에는 정쟁으로 비화될 발언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발언 창구인 페이스북은 쉬는 날을 찾기 어렵다. 윤 전 총장과 갈등이 정점에 달한 12일에는 5건의 관련 글이 올라오며 공방의 창구가 됐다.
여기에 각종 비유를 동원해 반박하는 이 대표의 공격적인 발언 스타일도 감정싸움에 불을 붙이는 휘발성으로 작용했다. 한 초선 의원은 "토론회 패널과 정치평론으로 단련된 특유의 말꼬리 잡기와 찍어누르기는 이 대표가 밖에다 하셔야지, 안에 하면 집안싸움으로 확대된다"고 했다.
결국 13일에는 이 대표의 '언행 자제'를 촉구하는 공개 목소리가 터졌다. 국민의힘 재선급 의원들이 이날 성명에서 "이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한 공정한 경선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내부를 향해 쏟아내는 말과 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소속 의원들이 당 대표의 언행을 두고 성명을 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들은 "이 대표는 6.11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를 선택한 당원과 국민의 뜻을 깊이 헤아려 정권교체를 위한 단합, 외연확장을 위해 노력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중진-원로 나서서 이준석 '말 리스크' 우려
'광 내주는 역할' '윤여정식 조연론' 조언도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2선에서 정권교체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쏟아지고 있다. 큰 선거를 앞두고 '선당후사'가 승리를 위한 불문율인데 이 대표의 행보는 당 보다 자기정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의 '정치학 교사'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내년 대선을 어떻게 승리로 이끌 것인지만 골몰하면 되지, 발언들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말을 줄이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은 "윤여정 선생님이 스스로 주연이 되려고 오버했다면 영화 <미나리>는 실패했을 것이고 윤선생님의 아카데미상도 없었을 것"이라며 "각각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을 때, 비로소 그 영화는 명작이 되고 출연배우들은 모두 스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보수 논객 전원책 변호사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더 크게 성장하려면 '끊임없이 겸손해도 남이 더 알아준다. 겸손할수록 남이 더 알아준다'는 걸 배웠으면 한다"면서 "당 대표가 리스크가 되면 안 된다. 지금 당 대표는 후보들 광(光)내 주는 일만 하면 된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지는 게 이기는 거다"라며 "대표의 역할은 당내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지 생성하는 게 아니다. 있는 갈등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관리를 해야 하는데 없는 갈등을 만들어내니"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