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밤 11시 넘어 기자회견 예고
같은 시각 이준석도 녹취록 공개
'저거'의 뜻 두고 진실공방
元 "尹 맞다" vs 李 "그냥 딱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이 점입가경인 가운데,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참전해 이 대표와 진실공방을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18일 원 전 지사는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금방 정리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재차 주장했고, 이 대표는 원 전 지사와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갈등이 곧 정리된다'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 반박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전날 원 전 지사와 이 대표의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한 이후, 이 대표와 원 전 지사 모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원 전 지사는 밤 11시 12분에 '이준석 대표 발언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공지했고, 이 대표는 4분 뒤인 11시 16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화 녹취록을 전격 공개했다.
이 대표는 녹음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바노트를 이용해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저는 지금 초기에. 제가 봤을 때는 지금. 네 저쪽에서 입당 과정에서도 그렇게 해가지고 이제 세게 세게 얘기하는 거지 지금 저희하고 여의도 연구원(도) 내부 조사하고 안 하겠습니까. 저거 곧 정리됩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말한 '곧 정리됩니다'의 주어는 "저거"로, 원 전 지사는 앞뒤 맥락상 '저거'가 윤 전 총장을 지칭한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이 대표는 '갈등'을 뜻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복잡한 심경 속에서 저를 정말 아끼시고 조언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마음에 따라 하루 종일 언론에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었다"며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아마 그분들보다 저를 더 아끼고 걱정해주실 부모님이 속상해 하시는 모습을 보고 내용을 공개하게 되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우리 당내에 며칠 간 있었던 안좋은 모습, 모두 대표인 제 책임이다. 이것으로 당내 상호간의 공격이나 날선 공방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 전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제 기억과 양심을 걸고 분명히 다시 말씀드린다"며 "곧 정리한다는 이준석 대표의 발언 대상은 윤석열 후보"라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이 대표의 발언에서 '입당하면서 세게 얘기한 저쪽' 운운하며 지적하는 것이 윤석열이 아니면 누구겠느냐"며 "곧 정리된다는 이야기 바로 앞에는 '저희라고 여의도연구원 내부조사 안하겠습니까' (라고 했다) 윤석열 지지율이 떨어지니 얘기가 당연히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원 전 지사는 "이 내용을 어떻게 갈등 상황이 정리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느냐"며 "대화하면서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이 대표를 향해 전체 녹음파일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 대표가) 부분 녹취록, 정확하지도 않은 인공지능 녹취록을 일부만 풀어서 교묘한 뉘앙스를 비틀어 왜곡하고 있다"며 "이 대표가 작성한 녹취록이 아니라 녹음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체 녹음 파일을 확인하면 그 속에 있는 대화의 흐름, 말의 이어지고 끊기는 맥락, 거기 담겨있는 어감과 감정을 다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전체파일을 확인하면 곧 정리된다는 정리대상이 '갈등'인지 '윤석열'인지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원 전 지사의 긴급 기자회견 내용이 공개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냥 딱합니다"는 짤막한 소감을 올려 원 전 지사를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