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거친 언사로 이낙연 향해 독설
이낙연 "언급하고 싶지 않다" 대응 않기로
이낙연 측 '우리에게 나쁠 것 없다' 분위기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뒤 이재명 경기지사의 '보은 인사' 의혹이 제기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18일 자신을 비판한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일베냐", "인간이 아니라 짐승", "정치생명을 끊겠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정작 황 씨 내정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이낙연 전 대표는 논란에서 발을 뺐다.
당초 황 씨의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 포문을 연 것은 이낙연 전 대표 측이었다. 이낙연 캠프 수석대변인 오영훈 의원은 지난 14일 논평에서 "황 씨는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에 '이해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지사는 최근 황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에 출연하기도 했다"며 "정말 전문성과 능력만 본 인사가 맞느냐"고 비판했다.
또 이낙연 캠프 상임부위원장인 신경민 전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씨에 대해 "일본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에 맞을 분"이라며 "일본 음식을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한국 음식은 아류라는 식의 멘트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황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한 비난을 실시간으로 이어갔다. 이날 하루에만 10여건의 글을 쏟아냈다. 신 전 의원의 발언을 두고는 "더러운 친일 프레임 씌우기"라고 반발하면서 "저는 청문회 바로 전까지 오로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 집중하겠다"고 맞받았다. 또다른 글에서는 "이낙연이 일본 정치인과의 회합에서 일본 정치인의 '제복'인 연미복을 입고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면서 "이낙연은 일본 총리에 어울린다"고 비꼬았다.
황 씨가 전면전 태세를 보이자, 이 전 대표는 '무대응'으로 돌아섰다. 그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씨 관련 질문에 "거듭 말씀드리지만,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전날 민주당 대선 경선 4차 TV 토론회에서도 이 전 대표는 황 씨 논란에 대해 함구했고, 오히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이 지사에게 내정을 철회할 생각이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낙연 캠프 측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입장을 낼 상황은 아닌 듯하다"며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대선주자들도 황 씨 내정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제는 국민들께서 합리적으로 판단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 씨가 거친 언사로 좌충우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되레 당혹스러워진 쪽은 이 지사라는 반응도 나왔다. 내정을 철회하든 임명을 강행하든 대선주자의 '인사 문제'가 불거진 것만으로도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 지사는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로 있으면서 '일 잘한다'는 이미지를 내세웠는데, 여기에도 흠집이 생기게 됐다.
이 전 대표 측에선 황 씨의 급발진과 자진 사퇴 거부가 자신들에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황 씨는) 이 전 대표가 직접 대응해주길 바라겠지만, 우리는 '이낙연 대 황교익' 구도를 만들어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