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준위 진행 과정 논란에 직접 사과
"앞으로 지도부가 공정 관리 약속"
당내 갈등 불씨 잔존은 옥의 티 평가
"선관위 출범 계기로 공감대 형성해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당 대선 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으로 내정하며 경선준비위원회 활동 기간 중 불거졌던 당내 갈등 문제에 대해 "부족했다"며 국민을 향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정 전 총리 임명을 계기로 그간의 '리더십 위기' 논란을 해소하고 원팀 경선의 토대를 마련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6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차질 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지난 주말 다수의 원로분들과 접촉하면서 의견을 경청했다"며 "정홍원 전 국무총리께서 우리 당의 선관위원장을 맡아주시기로 수락했다"고 언급했다.
법조인 출신의 정 전 총리는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의 제19대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과반 의석 획득의 승리를 이끌며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낸 인사다. 이후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를 역임했고, 당의 원로들 중 계파색이 옅은 것으로 평가된다.
서병수 경준위원장이 지속적으로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며 당내 대선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일부 최고위원들의 비판 여론에 휩싸였던 만큼, 이 대표도 편향성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사를 선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날 정 전 총리 인선 배경을 두고 "무엇보다 승리의 경험을 갖고 계신 분"이라며 "당이 마지막으로 총선에서 과반수 승리를 거뒀던 19대 총선에서 아주 중요했던 공관위원장 이력을 가지고 있고, 정치권 이해가 해박하고 공명정대한 분으로 정평나 있다"고 평했다.
또 "정 전 총리에게 최고위원회의는 결의를 통해 공정한 경선관리와 흥행을 위한 전권을 부여할 계획이다"고 덧붙이며 힘을 실었다.
아울러 이 대표는 당 안팎에서 최근 벌어졌던 일련의 혼란 상황에 대해 전격 사과했다. 그는 "당대표로서 지금까지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분란과 당내 오해가 발생했던 지점에 대해 국민과 당원께 진심을 다해 사과의 말씀을 올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많은 국민과 당원들이 애타게 기대하는 것으로 그 방법론과 절차에 있어 다소의 이견이 있어도 이제 선관위원장이 출범한 이상 정권교체라는 대동소이한 마음으로 앞으로 공정한 경선 관리가 될 수 있도록 지도부가 경주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각종 현안에서 좀처럼 뜻을 한 데로 모으지 못했던 당 지도부도 모처럼 정 전 총리의 인선을 환영하며 '원팀 정신'을 당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선관위원장에게 전권을 드려서 공정한 경선이 될 수 있도록, 최고위에 모든 안건이 올라오지 않고 순조롭게 선관위 안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촉구한다"며 "정권교체라는 국민의 바람을 당 지도부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배현진 최고위원도 "당 지도부는 엄격하고 공정한 경선 심판자이자 준비자·보조자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각 캠프 후보들은 룰이 어떠니 문제보다 여태까지 닦아온 기량을 소상히 잘 보여주실 방법 연구해주셨으면 한다. 당원과 국민 모두가 참여 함께하는, 그 후보 누구 하나가 정권교체 대업에서 낙오하지 않고 끝까지 근사하게 한 곳에서 뛸 수 있도록 당 지도부가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 했다.
단 선관위원장 인선을 통한 지도부의 갈등 봉합 노력에도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여러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점은 옥의 티라는 평가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총장 캠프의 비상대책위원회 추진 의혹 보도와 신지호 정무실장의 '이 대표 탄핵 언급', 민영삼 전 특보의 '이 대표 사퇴' 언급 등의 발언을 겨냥해 "도발적 발언이 계속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윤 전 총장이 직접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한 편에선 김재원 최고위원이 지난 21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했던 발언이 도화선이 돼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이 홍준표 의원을 향해 "당선 가능성이 별로"라고 지적한 것을 두고 홍 의원이 "김 최고위원은 이제 그만 정계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맞받은 것이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예민한 시기이다 보니 지도부의 봉합 노력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이곳 저곳에서 새어나오는 모양"이라며 "선관위 출범을 계기로 구성원 모두 정상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잘 해결될 거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