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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니깐 때린다? 데이트 폭력 ①] "다른 남자 아예 만나지마!"


입력 2021.08.27 04:58 수정 2021.08.27 07:05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언어폭력, 신체폭력, 가스라이팅을 넘어 결국 죽음에 이르는… 천태만상 '데이트 폭력' 실태

끝없이 반복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6일 20대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수차례 폭행 당한 후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요사이 데이트 폭력은 더욱 진화돼 일상적인 언어·신체 폭력뿐만 아니라 '가스라이팅(심리적 조작으로 상대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은 심리적 폭력도 포함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4년째 교제 중인 A(29)씨는 남자친구가 폭력적이지만 헤어지지 못하고 있다. 교제한지 약 8개월이 되었을 때 말다툼에 욱한 남자친구는 A씨의 따귀를 때렸다. 이후로 폭력의 수위가 점차 심해져 A씨가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자 흉기로 위협을 하기도 했다. 당시 상황의 심각함을 느낀 A씨의 친구가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오는 사이 화해를 했다고 둘러대 경찰을 돌려 보냈다.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A씨는 "남자친구의 불우한 가정사 때문에 불쌍해서 못 헤어지겠다"고 답했다. A씨는 "정신과 상담이나 신고를 해야된다는 친구들의 조언도 거절했다"며 "사귀면서 이런 남자친구의 행동을 봐왔던 친구들과는 더이상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B(27)씨는 "전 남자친구의 언어적 폭력을 경험한 이후 교제를 하는데 있어서 훨씬 신중해졌다"며 "전 남자친구는 말이 험해 사귀던 당시에도 험한 욕을 해 운 적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B씨는 "술집에서 남자친구가 취업이 안 된다며 우울해 해서 위로를 했는데 네가 뭘 아느냐고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부었다"며 "남자친구를 진정시키려하자 턱을 잡고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 말했다. 그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이어 "어렸을 때라 아무것도 모르고 사귀었는데 사람에 대해 조금만 더 알았다면 이런 사람을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덕분에 남자에 대한 혐오감이 생길 정도"라고 분노했다.


C(27)씨 역시 전 남자친구로 인해 성적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C씨는 "어느날 술을 많이 마시고 자취방으로 같이 간 날 관계 요구를 거절하자 헤어지자고 협박했다"며 "이후에도 내가 몸이 안 좋은 상태에도 내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채 수차례 관계를 요구하거나 거절을 하면 헤어지자는 협박을 자주 들어야 했다"고 밝혔다.


C씨는 "이 사람과 헤어진 이후 다른 사람과 교제를 할 때도 스킨십에 수동적이게 됐다"며 "과거를 생각할수록 너무 화가 나고 신고를 할까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다시는 그 사람과 얽히기 싫어 그만뒀다"고 전했다.


데이트폭행ⓒ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D(28)씨는 "전 남자친구는 말다툼 중 화가 나면 주변 물건을 다 부쉈다"며 "남자친구의 폭력성에 못이겨 헤어지자고 통보했더니 무섭게 화를 내며 노트북을 부숴 연락을 아예 끊었다"고 말했다.


E(26)씨는 "첫 남자친구가 다른 이성 친구를 만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며 "처음에는 나를 사랑해서 그러는 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집착과 의심이 심해졌다"며 "동아리 모임때 남자 동기가 참석했던 적이 있는데 누구냐고 거칠게 추궁했고, 싸울 때 화를 못 이겨 내가 키우던 강아지를 발로 찼다. 그때 받은 충격이 너무 커 심리 상담도 받았다"고 밝혔다.


F(29)씨는 "동거했던 전 남자친구는 내가 지인을 만나는 것 자체를 싫어해 어딜가나 사진을 찍어 전송하거나 전화로 친구를 바꿔 확인 받아야만 했다"며 "술자리에 친구의 남자친구가 있는 것에 대해서도 불같이 화를 냈다"고 전했다.


이어 "이후에는 감금 당하다시피 살아야 했고 친구들이랑 사이가 서먹해졌다"며 "머리 스타일부터 옷까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두 바꾸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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