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전 4이닝 1실점...5회 공격 앞두고 교체 단행
"열정투" 인정하면서도 70개 이하 시점 교체 아쉬워
호투하던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실트 감독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김광현은 30일(한국시각) 미국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펼쳐진 ‘2021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 선발 등판, 4이닝(투구수 64)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 호투했다. 평균자책점은 3.23(종전 3.27)으로 소폭 하락했다.
부상자명단(IL)에서 벗어난 김광현은 지난 25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전에서 불펜 투수로 등판, 2.2이닝 무실점 호투로 건재를 알렸다. 에이스 잭 플래허티 부상 이탈로 선발 로테이션에 재진입한 김광현은 피츠버그를 상대로 가진 22일 만의 선발 등판에서 괜찮은 투구를 선보였다.
김광현은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앞세워 3회까지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보여줬다. 3회까지 볼넷 하나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은 김광현은 1-0 앞선 4회말 3개의 안타를 맞고 무사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대량 실점 위기에서 김광현은 쓰쓰고에게 희생 플라이를 허용해 1실점했다.
무사만루 위기에서 삼진-뜬공-내야 땅볼로 위기를 넘긴 김광현을 실트 감독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1-1 맞선 5회초 선두타자였던 김광현을 조기 교체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김광현의 몸 상태를 관리하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투구수가 70개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잘 던지던 선발 투수를 5회 이전에 뺀 것은 아쉽다. 5회말 선두타자로 공격 찬스를 잡은 상황도 아니었다. 7이닝 더블헤더로 치른 지난 5월 뉴욕 메츠전(66구), 지난 6월 애틀랜타전(47구)과는 다른 상황이다.
물론 작전은 성과를 거뒀다. 김광현 대신 들어온 타자 맷 카펜터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에드먼의 2점 홈런이 터지면서 3-1로 달아났다. 조기 교체에 따른 대타 작전은 결과적으로 득점을 불러왔다. 감독 고유 권한인 데다 5회초 용병술의 결과가 나쁘지 않았지만 야속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팀 사정이 급한데 상황을 무시하고 선발투수에게 신뢰를 보내달라는 말이 아니다.
경기 후 실트 감독은 MLB.com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75개가 설정한 투구수였다. KK(김광현)가 4회 만루 위기를 맞고 60개를 넘어서 불펜 가동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K는 던질 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김광현이 쏟는 야구에 대한 열정을 파악하고 있는 실트 감독의 조기 교체 결정은 못내 아쉽다. 70개도 던지지 않은 선발 투수를 쉽게 빼는 것은 선발로 마운드에 선 김광현의 힘을 빼는 결정이기도 하다.
한편, 세인트루이스는 9회초 마무리 알렉스 레이예스가 쓰쓰고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는 블론 세이브 탓에 3-4 역전패했다. NL 와일드카드 4위로 내려앉은 세인트루이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한 걸음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