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수립 73주년 기념 열병식
김정은 참석…연설은 안해
자력갱생·자급자족·비상방역 등
北 핵심 기조 재확인
북한이 정권수립 기념일(9·9절) 73주년을 맞아 9일 새벽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을 개최했다.
정주년(5년 주기)이 아닌 해에 열병식을 개최하는 만큼 △대미 압박을 위한 신무기 공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메시지 발신 여부에 관심이 모였지만, '내부결속'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창건 73돌 경축 민간 및 안전무력열병식이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되었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열병식에 참석했지만 연설자로 나서진 않았다. 열병식 연설은 리일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 맡았다.
리 비서는 "우리 당과 국가는 전대미문의 시련과 난관 속에서도 자립·자위의 기둥을 더 억척같이 박으며 주체의 길, 사회주의의 길에서 단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며 "공화국이 인민의 꿈과 리상을 실현해나가는 자주의 성새로 위용 떨치고 있는 것은 인민의 조국을 수호하기 위한 굴함 없는 투쟁과정에 쟁취한 귀중한 승리"라고 밝혔다.
이어 "공화국 정부는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리 인민의 존엄과 근본 이익을 튼튼히 수호할 것"이라며 "자력자강의 원칙에서 모든 것을 우리 힘으로, 우리 식대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방위의 기둥인 인민군대를 백방으로 강화하고 국방공업의 주체화, 현대화 수준을 높은 단계에로 끌어올리며 당의 전민무장화, 전국 요새화 방침 관철을 위한 투쟁에 계속 박차를 가하여 나라의 방위력을 끊임없이 향상시켜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1월 8차 당대회를 통해 수립한 자력갱생·자급자족 노선과 국가방위력 강화 기조를 재확인하며 내부결속 의지를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열병식에는 정규군이 아닌 △각 지방의 노농적위군 △각 사업소 및 단위별 종대 △사회안전군 인원 등 이 참석했다.
구체적으론 △'자립경제발전의 전초기지를 지켜 석탄산을 높이 쌓아가고 있는' 순천지구 청년탄광연합기업소종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에 앞장서 생산돌격전을 힘 있게 벌리고 있는' 김정숙 평양방직공장종대 △'세계적인 대재앙(코로나19)으로부터 조국과 인민의 안전을 철통같이 지키며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을 온 세상에 빛낼' 비상방역종대·보건성종대 등이 행진을 벌였으며, 열병식 대미를 장식한 이들은 '인민의 생명재산을 굳건히 지켜갈 열의로 충만된' 사회안전군 소방대종대였다.
대미·대남 위협용 신무기를 공개할 수 있다는 관측을 뒤집고, 북한 정권이 강조해온 자력갱생·자급자족·비상방역전 관련 인력을 평양에 집결시켜 열병식을 벌인 만큼 당분간 대외 이슈보다는 내부 이슈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7천 명 내외의 병력과 재래식 중심의 무기가 동원된 것은 물론 행사시간도 1시간가량"이라며 "공화국 창건에 대한 경축과 당·군·민의 체제결속에 방점을 둔 철저한 내부행사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과 올해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을 각각 2시간여 진행하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신무기를 대거 공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