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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사태…정반대 결과로 향하는 폭로


입력 2021.09.13 08:23 수정 2021.09.13 08:23        데스크 (desk@dailian.co.kr)

“원장님과 내가 원하던 날짜 아니었다”는 건 공모 정황

근무일에 46세 연하 여성과 점심 사담만 했더라도 문제

지난 2018년 1월12일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의원과 조성은 전 비대위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그가 지난해 7월 대통령 문재인의 예상 밖 낙점으로 국가정보원장에 지명됐을 때, 필자는 다음과 같은 걱정과 비판을 칼럼으로 썼다.


“정보기관은 ‘음지(陰地)에서 일하고 양지(陽地)를 지향한다’는, JP(김종필)가 초대 중앙정보부장으로 남긴 표어대로 오직 국가 안보를 위해서만 일해야 하는데, 그의 특기를 보고 발탁했다면 잘못 골랐다. 대북 밀사는 국정원장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정권의 국내 정치 공작을 기획하고 감독하는 PD 역할을 문재인 정부가 기대하거나 박지원 자신이 자임한다면, 문재인과 박지원, 그리고 국민을 위해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조성은 사태’로 시작된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은 이제 ‘박지원 사태’로 진화, 걷잡을 수 없이 그 반대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측근 검사를 통해 야당(국민의힘)에 여권(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원들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폭로가 국정원장에 의한 야당 후보 죽이기 공작 의혹으로 뒤바뀐 것이다.


의혹이 의혹다워지고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이 증폭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목구비 반듯한 용모의 젊은 여성이 연일 뉴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야권에서 지도부 일원으로 일한 경력도 있는, ‘정치지망생’으로 언론에 소개되는 조성은(33) 말이다.


그녀는 이 초대형, 야당 선두 주자의 운명이 걸린 인터넷 언론 제보를 한 당사자이면서도 처음에는 “제보자라고 밝힐 수는 없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혀 수상쩍은 모습을 일찍이 보인 바 있다. 그래 놓고 누군가의 코치를 받았는지, 아니면 진짜로 ‘윤석열의 반박 회견을 보고 위협을 느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며칠 후 공익신고자를 자임하며 “내가 제보자 맞다”고 말을 바꿨다.


제보를 했으면 한 것이고 안했으면 안한 것이지 “제보자라고 말할 수 없다”니... 이런 말재주는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다. 정치판에서 비대위원도 하고 부대변인도 하고(이상 국민의당에서 탈당하고 민주평화당에 박지원과 함께 갈 무렵 맡은 당직) 선대위 부위원장(미래통합당)도 하면서 터득한 것일 텐데, 못된 기술만 늘린 이런 당돌한 `정치지망생'의 말을 누가 얼마나 믿을 수 있겠는가?


조성은은 깜냥에 비해 너무 큰일을 저질렀다. 제보자 확인 번복보다 더 결정적인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국정원장 박지원의 이 사건 개입 여부와 관련된 게시와 언급이다. 그게 무슨 자랑이라고, 그녀는 박지원과 롯데호텔 38층 일식당에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늘 특별한 시간 ,역사와 대화하는 순간들’ 이라는 글과 함께.


이게 TV조선 기자에 의해 박지원과 그녀의 식사 만남 보도의 단서가 됐고, 이 특종은 ‘박지원 게이트’의 서막을 올린 것이었다. 그러자 당연히 박지원과 조성은은 “사주 관련 얘기는 없었고 사담만 나눴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79세 남자와 33세 여자가 만나 사담만 했다니... 둘은 연인 관계라도 된단 말인가? 박지원은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국정원장 자리를 차고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 둘이 만난 날은 8월 11일, 수요일이다. 한 국가의 중요 기관장이 평일에 46세 연하 이성 친구를 만나 국민 세금으로 비싼 점심을 먹으며(보도에 따르면 이 식당의 최고 메뉴 값이 27만원이라고 함) 사담을 즐겼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날자 주요 언론 매체 톱뉴스를 검색해보니 ▲뉴시스 = 북한 “南 잘못된 선택, 엄청난 안보위기 느끼게 할 것”(종합) 이란 게 뜬다. 국정원장은 이런 날 경호원들을 대동하고(국정원장에게 경호원이 붙는다는 걸 조성은의 SNS 글로 처음 알았다. 국정원장은 이렇게 중요한 자리다) 자기 막내딸보다 어린 나이일 젊은 여성과 근무 시간에 만나 개인적인 얘기를 노닥거린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비밀은 오래 가지 않는 법... 사담만 나누지 않았을 것이라는, 상식적인 의문에 답을 제공하는 조성은의 ‘실언’이 드디어 나왔다. 지난 12일 SBS 뉴스에 등장한 그녀가 해당 의혹이 첫 보도된 시점(9월 2일)에 대해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날짜가 아니었다”고 말한 것이다. 원장님이 원했던 날짜? 이건 박지원과 윤석열 고발 사주 건 폭로를 함께 준비했다는 얘기다.


박지원은 문재인의 부름을 받고, 경호원이 딸리는 고위직에 발탁되자 제1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하겠다.”


그가 이 충성심을 잘못 발휘해선 안 된다는 필자의 경고를 듣지 않고, 부동의 1위 주자였던 이회창 후보를 떨어뜨리는 데 성공한 사기꾼 김대업 역을 실행, ‘박대업’이 되려고 했는지는 누군가에 의해 반드시 밝혀지게 될 것이다. 그의 입에 의해서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실언’이나 폭로에 의해.


고발 사주 의혹은 어차피 증거가 충분치 않아 윤석열의 대검이 저지른 일이라는 걸 증명해내기가 쉽지 않다. 공수처는 “죄가 있냐 없냐는 다음 문제, 언론이 하라고 해서 했다”는 어처구니없는, 과잉 의욕, 충성심에 의한 수사 착수의 후유증을 달게 받게 될 것이다. 게다가 박지원 변수가 터졌으니 사태의 결말은 예측불허다.


윤석열 낙마 기도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게 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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