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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구교환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들


입력 2021.09.18 13:01 수정 2021.09.18 11:3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D.P.' 한호열로 열연

"꼭 만들고 싶은 이야기 생겨나길"

구교환은 누군가의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배우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창작자이기도 하다. 배우로서는 수를 정하지 않고 시나리오 속의 이야기 그 자체에 집중한다. 또 창작자로서는 새로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찾아 나선다. 그가 만드는 두 가지 이야기에는 공통점도 있다. 바로 이야기, 그 자체에 대한 ‘애정’이다.


ⓒ넷플릭스

올해 개봉한 영화 최초로 300만 관객을 돌파한 ‘모가디슈’에서 북한 참사관 태준기로 나라를 위해 목숨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청년으로, 지난 7월 공개된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에선 복수를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여진족의 족장 아이다간으로 분하면서 매번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낸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디피’(D.P.) 역시 마찬가지다.


‘디피’는 하루아침에 탈영병을 잡는 ‘D.P.’가 된 이등병 안준호(정해인 분)가 상병 한호열(구교환 분)과 함께 탈영이라는 글자 뒤에 가려진 군인들의 진짜 이야기와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극중 한호열은 능글맞은 성격으로, 구교환의 독특한 말투와 재치 있는 유머가 덧입혀지면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대사의 리듬감은 제 것이지만 대부분 시나리오에 있었던 그대로에요. 최대한 그 장면에 충실하려고 했죠. 이 방법은 제가 한호열을 만들 때뿐만 아니라, (그동안 연기한) 모든 인물에게 적용된 방법입니다. 제가 인물을 미리 정의 내리면 연기할 때 많이 경직되더라고요. 이 장면 이전의 상황들을 만들어놓고 순간순간 꺼내 와서 쓰는 것 같아요. 한호열은 마침 모두가 위기를 겪고 있을 때 ‘짜잔’하고 나타나지만 나약한 부분들도 있죠. 이 인물을 한 가지의 형태에 가둬두면 안 되겠다 싶어서, 더 순간순간에 충실하려고 했습니다.”


‘탈영병 잡는 군인’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가져온 작품은 실제로 ‘D.P.’로 복무했던 김보통 작가의 경험을 살린 웹툰 ‘D.P. 개의 날’이 원작이다. 그런데 구교환이 연기한 한호열은,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다. 오히려 새로운 캐릭터는 부담을 덜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덕분에 함께 연기한 정해인은 구교환의 애드리브에 행복한 고통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넷플릭스

“감독님과 촬영을 하기 전 분장차 앞에서 만났어요. 제일 먼저 했던 이야기가 ‘이 장면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였고, 그 고민의 결과물이 애드리브인 것 같아요. 감독님의 아이디어, 그 날의 제가 생각했던 작은 디테일을 보다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어요. 애드리브라고 하기 보다는 그날의 ‘디테일’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좋겠네요.”


구교환은 한호열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이야기에도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한호열은) 가장 오래 함께 지냈던 인물이다. 물리적인 것으로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긴 러닝 타임으로 함께 지낸 캐릭터는 처음이라서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앞으로가 더 궁금하고, 과거가 궁금한 인물”이라며 “덕분에 조금 더 촬영 현장이 친밀해졌구나 생각한다. 이전에도 친했지만, 이제 더 베스트 프렌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과 ‘베스트 프렌드’가 됐다는 그의 말은 팬들에게도 반가움을 자아낸다. 배우로서도 그렇지만, 그의 연출을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앞서 구교환은 ‘거북이들’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연애다큐’ 등의 단편을 연출해왔다. 지난 2019년에는 영화 ‘메기’를 통해 연인인 이옥섭 감독과 함께 각본을 담당하기도 했다.


“장편 영화를 연출하고 싶고 항상 꿈꾸고 있는 일이에요. 아직은 장편 작업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나지 못한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영화를 찍는 것만큼 좋지 않은 선택은 없는 것 같아요. 꼭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제 안에서 생겨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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