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추미애 지지층 상당수 겹쳐
이재명 표 흡수해 이낙연 추격 전략
대장동 특혜 의혹, 추미애에 호재?
민주당 반대하는 '특검' 나홀로 찬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며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대장동 의혹이 이 후보의 대권 행보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데에 거의 이견이 없다.
실제 민주당 원로 유인태 전 사무총장은 “이재명 후보에게 굉장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고 했고, 친문 핵심 윤건영 의원도 “부동산 이슈는 국민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특혜 의혹 그 자체로 이재명 후보에게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추미애 후보가 그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후보에게 실망해 이탈한 지지층이 추 후보에게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추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친다”며 “이재명 후보에게 마음이 떠났다고 해서 이낙연 후보에게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실제 이른바 명추라인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경선 초기부터 두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과반을 득표하며 이낙연 후보를 멀리 따돌리는 것으로 나오자, 추 후보에게 표를 나눠줘야 한다는 여론은 더 커졌다. 이재명 후보의 경선 승리가 보장된 만큼, 검찰개혁에 힘을 싣기 위해 추 후보 득표율을 올려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추 후보 측도 지지층 상당수가 ‘전략투표’ 차원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넘어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추 후보는 “이낙연 불가론 때문에 이재명을 지지하는 분이 있고, 또 막무가내 이재명 표가 많이 있다”며 “우리 후보를 지키자는 몰빵론은 김대중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추미애를 지지했던 분은 추미애를 뽑는 것이 맞다”고 호소도 했다.
대장동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이후에는 ‘결선투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섰다. 지지층이 겹치는 이재명 후보의 표를 가져오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지난 19일 민주당 경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추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저와 개혁 대 개혁 경쟁을 하니 네거티브로 안 빠지고 즐겁지 않느냐”며 “이런 결선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왜 결선을 회피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도 추 후보는 “이재명 후보는 직행하고 싶고 마음이 급한데, 급하면 좋을 게 없다”며 “추미애 지지층과 이낙연 지지층을 두텁게 흡수해가는 과정이 결선인데, 결선을 생략하고 바로 후보가 되는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인사 대부분이 반대하는 ‘대장동 특검’을 추 후보만 찬성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해석했다.
추 후보는 “특검이 여론몰이 무대로 만들어져 정치적 사건으로 물타기 될 소지가 있다”면서도 “저는 (특검을) 가도 상관이 없지 않나 (생각한다). 이재명 후보 측에서 나올 건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논란이 커질수록 이재명 후보의 표를 본인이 흡수할 여지가 생긴다고 보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