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재명 지사의 선동적 반격


입력 2021.10.04 09:00 수정 2021.10.04 03:57        데스크 (desk@dailian.co.kr)

대장동 의혹 사건 핵심 유동규 구속

“산하기관 중간간부가 무슨 측근”

특검수사 압박 회피용 꼼수 아니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경선후보가 지난 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 순회 합동연설회 및 2차 슈퍼위크 개표에서 승리를 차지한뒤 연설회장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구속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뇌물 등의 혐의다. 서울중앙지법 이동희 판사는 이날 밤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시행사 ‘성남의뜰’에 50+1주의 1순위 우선주를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기획본부장 겸 사장 직무대행이었다.

대장동 의혹 사건 핵심 유동규 구속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그 지분으로 1830억 원을 배당 받았다. 이에 반해 화천대유나 천화동인 1~7호는 7%의 지분을 가지고 총 4040억 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이 기상천외한 ‘배당 마술’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유 씨라고 알려졌다.


이제 그가 체포됐으니 ‘대장동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검찰의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그런데 어쩐지 그럴 것 같지 않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검찰총장 업무까지 수행한다는 말이 나도는 때다. 마지못해 시늉만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된 게 사실이다.


어쨌든 검찰이 유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국민들의 관심은 그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에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어떤 관계이냐에 쏠려 있다. 언론들은 대장동 의혹이 증폭됐을 때부터 그를 이 지사의 측근이라고 보도했다. 그가 이 지사의 신뢰를 등에 업고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물렀다는 기사가 이어졌다.


그럴만한 배경이 있다. 분당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연합회장을 지낸 그는 2010년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취임한 후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발탁됐다. 한 때 퇴직했던 그는 다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복귀해 이사업을 설계했고, 사업자 선정 때는 사장 직무대행으로 주도적 역할을 했다.


경력이 일천한 유 씨가 그 같은 엄청난 개발사업을 설계하고 이끌 수 있었던 데는 ‘힘의 원천’이 없을 수 없다는 게 상식적 추론이다. 그는 리모델링 조합장일 때 이미 이 지사 지지를 선언했었고 후에 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발탁됐다. 그래서 ‘이 지사의 측근’으로 불렸던 것인데 이 지사는 이를 부인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TV조선 주관의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12차 토론회에서 유 씨가 측근이냐는 질문을 받자 고개를 저었다. “산하기관 중간간부를 측근이라고 하면 측근이 미어터진다. 비서실에서 같이 근무한 것도 아니고 산하기관 직원에게 뭐라고 하는 건 지나치다.”

“산하기관 중간간부가 무슨 측근”

그럴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미어터질 만큼 많은 사람들 모두가 유 씨처럼 요직을 차지한 것은 아니다. 그냥 요직이 아니라 1조30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설계하고 이끌 정도의 대단한 자리였다. 그 점에서 유 씨의 경우는 특별했다. 그런데도 ‘산하기관 중간간부’가 무슨 ‘측근’일 수 있느냐고 하는 것은 해명으로는 너무 군색하다.


이 지사는 3일 경기도청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당초 예상 수익 6000억 원) 중 70% 가량인 5500억 원을 (성남시가) 고정이익으로 먼저 받도록 한 것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이라며 자신이 그걸 설계했다고 역설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설계자는 자신이라는 말이 된다. 그런데도 후유증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떠넘기고 있다. ‘국민의짐’, ‘도둑의힘’이라고 야유하기도 했다.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50억 원을 받은 것을 가지고 모든 의혹을 국민의힘에 덮어씌우고 있는 것이다.


봉이 김선달도 흉내조차 못 낼 화천대유 등의 신공(神功)은 잊어 먹은 듯 곁불 쬔 사람에게 몰매를 가하는 것으로 위기 탈출을 시도하는 재주가 놀랍다. 선전선동술에서는 역시 발군이다. 사건이 워낙 황당하고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대중은 목소리 큰 사람의 말을 먼저 귀에 담게 된다. 계속 소리를 질러대다 보면 그게 진실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지사는 그날 토론회에서 “국민의힘이 성남시의 지방채 발행을 막는 등 저지해서 민관합작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었는데, 민관합작을 하려면 마귀의 돈을 쓰고, 마귀와 거래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검찰 특수부 수사를 몇 번 받게 될 테니 부정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오염이 일부 됐다”고 유감을 표했다. 1일 페이스북엔 ‘부패지옥 청렴천국’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특검수사 압박 회피용 꼼수 아니길

성남시, 경기도 간부들을 경고했다는 것은 하나마나 한 소리다. 말만했을 뿐 오염되어 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는 고백이나 다를 바 없다. 이렇게 무책임한 말을 저처럼 당당하게 하는 것도 재주이겠다. 그걸 지지자들은 ‘사이다 발언’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지지자들 사이에 위기를 같이 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 경선 득표율이 되레 높아지고 있다. 상식인들이 보기에는 참으로 난해한 현상이다.


이 지사는 여러 말 할 게 없다. 특검수사에 응한다고 하면 된다. 제1야당을 향해 공공연히 ‘도둑의힘’이라고 매도할 만큼 당당하고 떳떳하다면 어떤 수사든 수용해야 옳다. 특검수사, 국정조사는 안 되지만 검찰수사는 받겠다고 하더니 검찰이 유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혹시라도 검찰이 여론과 야당의 특검수사 압박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은 아니기를)하자 딴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뇌물 정황이 명백한 곽상도 의원은 수사를 안 하고 있다가 유동규는 이제 와 배임 혐의라고 한다. 검찰 수사 방향이 이상하다.”


캠프 관계자의 말이라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매체는 잔존하고 있는 ‘윤석열 사단’이 이 지사를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 ‘기획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을 한다는 내용도 실었다. 그런데 어쩌나.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 버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하긴 그렇다고 눈 하나 깜빡할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목소리를 더 높일 게 뻔하다. 이 지사는 여당 대선 후보 경선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검찰이나 법원이 그의 신경을 건드릴 수 있는 수사와 재판에 적극성을 보이리라 기대하긴 이미 글렀다고 봐야 한다. 혹 이 지사가 대장동 의혹에 연루돼 있다고 하더라도 대선에서 승리하면 없었던 일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다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수사가 그나마 진상규명을 기대할 수 있는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지사의 결백을 믿는다면, 이 지사가 그렇게 떳떳하다면 국민의힘의 특검수사 요구를 거부할 까닭이 없다. 그것 말고 달리 결백을 증명할 방법이 있는가?


그리고 국민의힘! 그 ‘힘’이 어떤 것인지를 증명해 보이라.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