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와 아가씨’, 호불호 불구 높은 시청률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김사경은 ‘미우나 고우나’, ‘오자룡이 간다’를 비롯해 ‘장미빛 연인들’, ‘불어라 미풍아’, ‘하나뿐인 내편’ 등 주로 일일, 주말 드라마에서 활약해 온 작가다. 청춘들의 사랑, 가족애 등 다수가 공감할 법한 보편적인 감정들을 어렵지 않게 담아내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 KBS2 주말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다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아가씨 박단단(이세희 분)과 신사 이영국(지현우 분)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4회까지 방송된 현재, 박단단과 이영국이 얽히기 시작하면서 이후 관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 드라마는 25% 내외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정 시청층이 탄탄한 KBS 주말 드라마 성공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 대리모→출생의 비밀, 파격 소재로 높이는 흥미
지난 2007년 방송된 KBS 일일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는 겹사돈 문제를 다루며 화제를 모았었다. 드라마 소재로 처음 쓰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겹사돈은 하나의 금기처럼 여겨지던 분위기였다.
이에 얽히고설킨 두 가족의 이야기가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흥미를 높였었다. 단풍(한지혜 분), 백호(김지석 분)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 외에, 장애물을 함께 헤쳐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 두 사람이 ‘결혼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이어지며 40%를 웃도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었다.
2009년 SBS 주말드라마 ‘천만번 사랑해’로는 대리모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선택했다. 고은님(이수경 분)이 아버지 병원비를 위해 대리모가 되는 상황을 그린 이 드라마는 돈을 위해 생명을 거래한 한 여성이 뼈아픈 대가를 치르는 내용을 담았다.
소재의 과감함으로 인해 ‘막장’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고은님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과정을 디테일하게 담아 이해도를 높였다. 소재를 자극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인물의 상황, 감정을 가볍지 않게 담아내며 보는 이들을 몰입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불임 부부의 고통 또는 혈연 중심의 가족 관계에 대한 사고를 유도한 것도 하나의 성과였다.
현재 방송 중인 ‘신사와 아가씨’는 14살 많은 남자 이영국을 좋아하는 박단단의 이야기를 내세워 호불호를 유발 중이다. 그럼에도 늘 쉽지 않은 소재로 결국엔 공감대 형성에 성공한 김 작가가 이번에도 시청자들의 평가를 뒤집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 뻔한 가족애?…보편적 감정으로 높이는 공감대
늘 도전적인 소재를 다뤄 온 김 작가지만, 그 역시도 결말에 이르러서는 연인, 가족들의 사랑으로 모든 갈등을 이겨내는 일일, 주말 드라마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미우나 고우나’에서는 단풍과 백호가 결혼에 골인하는 것으로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았으며, ‘천만번 사랑해’에서도 은님이 암 수술 성공 이후 강호와 다시 맺어지는 것으로 훈훈함을 유발했다.
‘기승전-해피엔딩’이라 뻔하고, 싱겁다는 반응을 얻기도 하지만, 각종 반전과 갈등들이 보는 내내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이 김 작가 작품의 매력이다.
일례로 ‘천만번 사랑해’에서는 은님의 비밀을 둘러싼 진실게임이 긴장감을 조성하는 한편, 강호의 출생의 비밀과 은님의 암 진단 등 각종 변수들이 등장해 방송 내내 흥미를 유지했었다. 자극적인 소재들이 난무하긴 했으나 이를 조화롭게 버무리며 높은 긴장감을 이어간 것이 성공의 비결이 됐다. 이 드라마는 20%대의 높은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했으며, 마지막 회에서는 29.6%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었다.
‘신사와 아가씨’에서도 영국과 단단의 사랑 앞에 장애물들이 가득하지만, 주말 드라마 특성상 이들의 해피엔딩을 예측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들이 장애물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그 과정에 궁금증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