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부터 2020년까지 50년간 프랑스 가톨릭 교회의 아동 성폭력 피해자가 33만 명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중 21만 6000명은 성직자와 목사에게 피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가톨릭 교회의 성학대 독립조사위원회는 2년간의 조사 끝에 2500쪽에 달하는 교회 내 아동 성폭력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로 아동 성폭력 피해 사실과 함께 가톨릭 교회 측이 아동 성폭력을 철저히 은폐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의 80%는 10~13세 사이의 남자아이다. 3000여명으로 추정되는 가해자의 3분의 2는 가톨릭 성직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여자아이들 역시 신부와 수녀로부터 십자가 등으로 성적 학대를 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아동 성폭력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처벌 받지 않았다.
이에 장마르크 소베 조사위원장은 “그동안의 악행을 가리고 있던 ‘침묵의 베일’이 마침내 벗겨진 것은 피해자들의 용기 덕분”이라며 “안타깝게도 피해자의 주변 사람들은 피해 사실을 무시했고, 성폭력 피해에 피해자가 ‘일부 책임’이 있다는 태도를 취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성적 학대를 당한 남녀의 약 60%는 감정이나 성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며 “교회가 피해자들에게 빚을 졌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녀들은 소녀들을 성폭행할 때 십자가를 사용했고 소년들에게 그들과의 성관계를 강요하기도 했다.
과거 13살의 나이에 교회 신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올리버 사비나크는 “신부님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나쁜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근데 침대에 반나체로 누워있는 나를 보고 신부님이 나를 만지고 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년간 지속된 성폭력이 평생토록 자신에게 상처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보고서를 접하고 “피해자의 상처에 유감을 표한다”며 “그들의 용기에 감사함을 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