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의장 "해외 진출 확대, 미래 기술 투자" 변화 강조
골목상권 침해 논란 사업 접고 추가 상생 의지 보여
당장의 대대적 사업 변화는 쉽지 않을 듯…플랫폼 선한 영향력 집중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독과점 논란으로 뭇매를 맞으며 사업 방향 변화가 불가피해진 카카오가 실제 사업 변화에 나서고 있다. 골목상권 사업 철수와 해외 진출 확대, 상생 방안 등 김범수 의장이 약속한 개선책 실천으로 장기적인 돌파구 마련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따라 미용실 예약 서비스 ‘카카오 헤어샵’ 연내 철수를 검토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모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택시 시장 독과점 이슈로 뭇매를 맞은 카카오모빌리티 경우 가입 택시 기사에세 배차 혜택을 주는 '프로멤버십'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또 카카오T 택시의 스마트호출료를 폐지하고 기업 대상 꽃·샐러드·간식 배달 중개 서비스를 중지했다. 이어 전화 대리운전 업체 2곳 추가 인수를 철회하는 등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국회 국정감사에서 콘텐츠 제공업자(CP) 자회사들을 통해 웹툰 및 웹소설 창작자에게 높은 수수료를 징수해 '갑질'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진수 대표는 "전수조사 및 개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했고, 실제 지난 7일 자회사 7곳에 계약서 전달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김범수 의장이 설립한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는 ‘금산분리(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의 분리)‘ 원칙 위반, 전 김화영 대표 퇴직금 논란 등이 일었다. 김 의장은 이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추가 상생·골목상권 침해 안 한다" 약속한 김범수…자회사들도 실천 나서
이같은 카카오의 변화는 최근 플랫폼 독과점, 골목상권 침해 등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빚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치권에게 집중 질타를 받은 뒤 카카오가 약속한 개선책을 실천에 옮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김 의장은 연이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각종 논란에 거듭 사과하며 "추가 상생방안을 신속히 발표하겠다", "글로벌 혁신에 대한 도전하고 미래기술 혁신에 집중하겠다" 등 발언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약속했다.
또 그는 지난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플랫폼이 활성화될수록 수수료를 더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생각한다"며 시장 점유율이 상승해도 수수료를 올리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다만 단기간 내 논란을 해소하고 대대적인 사업 모델 변화를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업계 반발이 여전한 데다가, 여러 자회사들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수익성 개선이 시급해서다.
사업 철수 역시 골목상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가 쉽지 않고, 철수를 추진함에 있어서 지분과 여러 자영업자들이 얽혀 있다는 문제가 있다. 카카오가 연내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카카오 헤어샵의 경우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지분 약 24.5%를 보유하고 있어, 나머지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내는 데 쉽지 않다고 전해졌다.
또 다른 철수 대상으로 거론된 카카오VX의 스크린골프 사업은 사실상 철수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스크린골프 시장이 사실상 '골프존'이 독점하고 있는 데다가 카카오VX의 스크린골프 브랜드 '프렌즈 골프샷'은 가맹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골목상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골목 상권 논란 사업 등에 대해서는 계열사 정리 및 철수를 검토한다고 발표한 후, 이에 해당하는 사업들에 대해 내부 논의 중에 있는 단계"라며 "앞으로 골목 상권 논란이 있는 사업에 더 이상 추가 진출하지 않고 중소사업자·파트너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 기업 진출 돕는 플랫폼 선한 영향력 집중해 돌파구…해외진출 주력
이에 업계에서는 앞으로 카카오가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의 반발이 거센 사업 영역에서 한발 물러나고, 스타트업 등 기업의 시장 진출을 돕는 플랫폼 역할에 눈을 돌려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김 의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영세 기업의 시장 진출을 돕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선한 영향력'을 피력했다. 그는 "플랫폼의 빛은 자본과 배경이 없어도, 시장의 큰 흐름에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라면서 “카카오가 기술을 활용해 (중소사업자 등을)돕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여러번 강조했다.
카카오의 또 다른 돌파구는 해외 진출이 활발한 콘텐츠 사업을 앞세운 글로벌 성과 확대다. 해외매출 비중이 한 자릿수에 그쳐 내수시장에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카카오는 글로벌 사업 비중 확대를 주요 경영 목표로 꼽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카카오웹툰은 대만, 태국에 진출해 성과를 냈고 다른 지역으로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또 타파스, 래디쉬 등 해외 콘텐츠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쉬'를 인수하며 북미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에서 텐센트와 합작회사를 통해 '포도만화'를 오픈했다. 일본에서는 카카오재팬의 '픽코마'가 웹툰 시장 1위를 석권하고 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은 공급자와 이용자를 연결해 비교와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본질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카카오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카카오가 물러나면 네이버 외에 다른 플랫폼이 대체하며 경쟁이 촉진되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지금은 자영업자 등과 마찰에서 빚어지는 영역은 한발 물러나면서 내실을 다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