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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는 민주당 망하는 소리?


입력 2021.10.15 08:26 수정 2021.10.15 07:56        데스크 (desk@dailian.co.kr)

재명은 절대로 안 된다는 낙연 지지자들, 내년 대선 결정

51-49가 60-40으로 바뀔 수도 있는 `자살적' 비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후보-당대표-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참석해 송영길 대표와 상임고문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낙연 지지자들 중 절대 다수는 이재명을 찍지 않는다.


그들의 반(反) 이재명 의식은 한 달여 전 여론조사에서 이미 예고됐었다. 필자는 ‘역(逆)선택 아닌 여(與)선택’ 제하의 글(데일리안 [정기수 칼럼] 9월7일자)에서 이 여론조사 결과를 의미심장하게 해석한 바 있다.


“지지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 같은 당의 최종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민주당 지지층에서 66.2%에 불과하다는 조사였다. 약 35%는 (자신의 지지 후보를 꺾은) 상대 후보에 대한 적극적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이 조사는 최종 경선 승리자가 확정되기 전 ‘민주당 지지층’에서 보인 공통적인 현상이었으므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9월27~28일,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결과는 대장동 사태를 거치면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더 위험한 쪽으로 변하고 있다. 이탈 의사가 더 컸던 이낙연 지지자들이 패배하게 되자 ‘차라리 야당 후보를 찍겠다’는 ‘자살’ 투표 심리가 충격적인 양상을 보인다. 이낙연 지지자들의 윤석열 지지로의 전환이 40%라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리얼미터 10월11일~12일,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준표 등 다른 주자들 지지도까지 더하면 80% 이상이 이재명 아닌 다른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게 이낙연을 좋아했던 민주당 지지자들의 현재 감정이다. 낙(洛) 지자들의 절대적 반명(反明), ‘차라리’ 비토 심리는 내년 대선의 승패를 가르기에 충분한 수치다.


지난 몇 달 동안의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대통령 문재인의 국정 지지도(인기도)와 정권교체 의사는 거의 비슷한 정도로 나타난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 문재인에 대한 긍정평가는 37%, 부정평가는 54%였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비율은 52%, 정권유지는 35%로 17% 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올해 들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민심은 LH 사태가 일어난 4.7 보선 직전 21% 포인트 차로 극대화됐다. 그 결과는 야당 국민의힘 압승이었다. 서울 58%-39%, 부산 63%-34%로 20~30% 포인트 표차였는데, 선거가 시작됐을 무렵 상상도 못한 정도였다. 민주화 이후 여야 간 큰 선거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끝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다음 대선도 이렇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보여 심상치 않다. 정권 교체 희망이 유지 선호보다 큰 국민들 생각이 갈수록 많아져 4.7 보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물론, 이런 여론 변화는 대장동 게이트 영향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이 이재명과 절대 무관한 것으로 덮어질 것이라고 보는 국민들은 한 명도 없다고 할 때, 이 여론은 내년 3월 9일 투표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특검을 원하는 국민이 70%라는 건 무엇을 말하는가? 그들의 마음속에 ‘범인’은 이미 잡혀 있다는 뜻이다.


특검을 반대하는 30%, 즉 대깨문과 대깨명만 외롭게 ‘이재명은 기득권 세력(국민의힘)에 맞서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을 이끈 지도자’라며 그를 통해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문재인은 이재명이 민주당 최종 경선 승리자로 확정되자 사퇴 후보들 득표의 무효 처리 논란과 이낙연의 승복 지연에도 불구하고 “축하드린다”고 재빨리 ‘후계자’ 위치를 확인해줬다.


윤석열이 떠나고 없는 상태에서 다시 ‘정권의 시녀’가 된 검찰은 억지 춘향으로 수사를 개시, 유동구-김만배-정영학(곧 귀국하는 남욱까지 포함) 정도 구속으로 사태를 매듭지으려 한 듯 하나 부실 수사로 김만배 구속 영장부터 기각돼 그들의 ‘마음에 없는 수사’ 의지가 들통났다. 서울 중앙지검장 이정수는 국회에 나와 “‘그 분’은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친절하게 미리 ‘검찰 수사 기대하다 헛물켜지 말라’는 주의까지 주었으니 할 말 다했다.


이재명은 대장동이 터지지 않았더라도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던 후보다. 전과도 많고 스캔들도 많아서 자기네들 사이에서도 “저 사람 대통령 되면 뭐 팔리는 일 아닌가?”라는 회의를 일으킨다. 유세장에서 혹시 상대측에 의해 형수 쌍욕 녹음이 틀어질까봐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이런 판인데, 대장동 게이트가 폭발했으니... 처음엔 ‘단군 이래’ 반격과 국민의힘 게이트 프레임으로 반전을 꾀하는 듯했으나 정영학 녹취록, 언론의 전방위 추적, 원희룡 같은 전임 지자체장들의 ‘특강’ 등으로 ‘범인은 이, 특검 거부하는 이가 범인’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이 여론으로 변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민주당 경선에서 승자로 확정된 이재명의 표정이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 팔을 올린 그의 모습에서는 어쩐지 커닝으로 전교 1등상을 받은 학생, 약물 사용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올림픽 선수의 불안감이 어른거렸다.


골수 보수우파와 진보좌파 비율은 대략 30 대 30이다. 나머지 40은 중도, 무당층, 기권 표심으로 분류된다. 이 40 중에 대략 7할이 반명이다. 친(親) 민주당 중도 국민들이 많이 포함된 민주당 경선 3차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 63-28로 그걸 유추할 수 있다. 전통적 여야 지지율 격차인 51-49가 60-40으로 바뀔 수도 있는 중도층 표심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자살적’ 반명 비토로 정권이 넘어간다면, 그 후유증은 적지 않을 것이다. 정통 진보좌파 민주당과 신(新) 강남좌파 민주당으로 갈라질 수도 있다.


‘차라리’는 민주당이 망하는 소리가 될 것인가?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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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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