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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선친 도전 DNA 되새기며 뉴 삼성 속도내나


입력 2021.10.25 16:37 수정 2021.10.25 16:46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이건희 회장 1주기에 새로운 삼성·과감한 도전 다짐

가석방 출소 후 자제했던 대외 경영 행보 본격화 주목

투자·M&A에 지배구조·노조 문제 해결 적극 나서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친인 고 이건희 삼성 회장 1주기를 맞아 새로운 삼성에 대한 각오를 다지면서 뉴 삼성으로의 변화와 혁신 속도가 빨라질지 주목된다.


현재의 삼성을 일궈낸 선친의 과감한 도전 DNA를 언급하면서 사법리스트 부담에도 보다 적극적인 경영행보에 나설지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25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소재 삼성인력개발원 창조관에 설치된 고 이건희 회장의 흉상 제막식에서 “고인에게 삼성은 당신의 삶 그 자체였다”며 “현실의 한계에 굴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고 가능성을 키워 오늘의 삼성을 일구셨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삼성은 이날 생전에 ‘인재제일’ 철학을 바탕으로 ‘창의적 핵심인재’를 양성하는데 힘을 써 온 고 이건희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창조관에 흉상을 설치했다.


이 부회장은 고인의 치열했던 삶과 꿈을 향한 열정을 기리며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부친 1주기 메시지 키워드 ‘새로운 삼성’과 ‘과감한 도전‘

이 부회장이 부친 1주기를 맞아 내놓은 메시지에서 ‘새로운 삼성’과 ‘과감한 도전‘을 키워드로 제시하면서 연초에 제시했던 ‘뉴 삼성으로의 도약’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그는 지난 1월 4일 새해 첫 근무일을 맞아 경기도 평택 2공장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해 임직원들에게 “202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며 “함께 하면 미래를 활짝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아 구속된 이후 7개월간 수감생활을 하게 되면서 후속으로 관련 내용들이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9개월여만에 ‘새로운 삼성’과 ‘과감한 도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향후 이 부회장의 행보가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후에도 취업제한 조치 등을 의식한 듯 공식적인 경영 행보를 자제해 왔다. 지난달 14일 정부 주관 행사로 열린 '청년희망 온(ON) 프로젝트 간담회'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만남을 가진 것이 그동안 참석한 대외 공식 일정으로 유일할 정도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에 위치한 선영에서 열린 고(故)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지만 부친 1주기 이후 보다 적극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당장 내달 미국 출장 가능성이 급부상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제 2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데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매듭을 지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공식화된 이번 투자 건은 삼성의 해외 단일투자로 역대 최대인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증설 투자로 주 정부와의 인센티브 협상 등의 문제로 아직 최종 투자 지역이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1공장(텍사스주 오스틴)과 같은 지역인 텍사스주 윌리엄슨카운티 테일러시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또 미래 신사업 투자도 조금씩 구체화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 출소 직후인 지난 8월 말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를 비롯, 5세대이동통신(5G)·인공지능(AI)·로봇 등에 향후 3년간 총 240조원의 신규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대형 인수합병(M&A) 성사 여부도 주목된다. 삼성은 그동안 이 부회장이 수사와 재판 등으로 인한 사실상 오너 부재 현실로 인해 지난 2016년 80억 달러(약 9조원)에 글로벌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지난 5년간 대규모 M&A가 사라졌었다.


산적한 현안들로 역할 대두…사법리스크 걸림돌 우려 여전

지배구조와 노사문제 등 산적한 현안들 해결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경영 승계 포기 선언 이후 새로운 지배구조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전문경영인 중심의 집단지배체제로의 전환과 지주사 설립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삼성전자와 주요 관계사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삼성 지배구조 개편 방안과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맡긴 외부용역 결과가 연내에 나올 예정이다.


삼성은 BCG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내부 검토를 마치고 이를 토대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8월 12일 경기도 용인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첫 단체협약을 체결한 뒤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완우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인사팀장(부사장), 김 대표, 김 위원장, 김항열 삼성전자 사무직노동조합 위원장.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무노조 경영 철폐를 공식 선언한 이후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8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노사 화합 공동 선언’을 발표하는 등 진전을 이뤄내고 있는 가운데 노사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제시될지 주목되고 있다.


뉴 삼성으로의 변화와 혁신을 가늠할 수 있는 인사와 조직개편에도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인력과 조직은 기업의 미래 비전과 구상이 투영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보통 12월 초에 이뤄지는 삼성 사장단·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이 올해 더욱 높은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삼성을 둘러싼 현안들이 많아 이 부회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임에도 만만치 않은 사법리스크는 이를 주저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 출소로 현재 취업제한 상태인데다 삼성물산 합병 의혹 재판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당장 해외 출장만해도 매번 법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신분이어서 현장 경영이 원활히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10월 공판준비기일로 시작된 삼성물산 합병 의혹 재판은 1심만 1년째 진행 중으로 벌써부터 장기화가 예고되고 있다.


26일 프로포폴 투약 관련 1심 선고 공판이 예정돼 있어 일부 해소되는 측면이 있지만 당초 이 재판은 약식기소됐다가 정식재판에 회부된 건이라는 점에서 사법리스크가 크게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재계애서는 사법리스크가 이 부회장의 행보에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으로서는 주요 사업인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주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고 지배구조와 노사관계도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 어느때보다 이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임에도 행보에 제약이 많아 경영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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