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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해썹 인증...“먹거리 위생 사각지대 들어내야”


입력 2021.11.06 06:15 수정 2021.11.08 10:29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해썹인증 받은 업체 잇따라 위생 ‘도마 위’

취급하는 유통업체·소비자만 피해보는 구조

관리인원부족·경미한 처벌 등 구조 개선돼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시스

최근 해썹 인증을 받은 식품업체를 중심으로 먹거리 안전 논란이 일고 있다. 해썹은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가장 눈 여겨보고 안심할 수 있는 인증 마크지만, 연이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식품안전 최후의 보루’라고 불리는 해썹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일 KBS ‘뉴스9’는 진성푸드의 내부 공정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올해 초 진성푸드 내부 직원들이 직접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CCTV영상에는 공장 직원들이 천장에서 물이 새는 와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순대를 제조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순대를 찌는 대형 찜기 아래에 살아 있는 벌레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과 유통기한이 임박해 판매가 어려운 순대 완제품을 한 곳에 갈아 다시 재포장해서 쓴다는 증언까지 등장해 큰 파문이 일었다.


보도에 따르면 진성푸드는 여러 회사에 순대를 납품하며 연 400억원 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곳이다. 이 업체의 제품은 모두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진성푸드 공장을 상대로 불시 위생 점검에 착수했다.


문제는 진성푸드가 국내 대형 유통업체 및 유명 프랜차이즈 분식점에도 제품을 납품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소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의 유일하게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믿는 식품인증 ‘해썹(HACCP)’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빗발쳤다.


논란이 일자 진성푸드는 곧바로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관련 유통체들은 위생 논란을 빚은 진성푸드 제품에 대해 판매 중지와 회수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납품받는 업체리스트가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순대를 납품받았던 일부 유통업체는 “우리도 몰랐다”며 피해자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들은 공식입장 자료를 내고 과거 진성푸드의 순대를 일부 도입해 판매했으나 현재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업체를 선정할 때 공장의 경력과 규모 등 검증이 된 업체인지 참고하고 타사와의 가격경쟁력과 더불어 해썹검증받은 곳인지 등을 기본으로 한다”며 “별도로 공급사 관리팀에서 현장 실사를 나가는 등 절차를 밟아 거래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생 논란이 터지면 피해가 어마어마하다. 제품을 전량회수 하고 환불조치에 들어가야 하니까 금전적으로도 문제고 고객 항의에 따른 업무가 마비가 되기도 한다”며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한 번 낙인이 찍히면 다시 우리 제품을 찾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하소연 했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홈페이지 캡처

해썹인증은 소비자가 식품을 안전하게 먹기 위해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과학적인 위생관리체계를 말한다. 원재료 생산, 제조, 유통까지 식품의 모든 과정이 관리된다. 원료와 생산공정에서 위해가능성 요소를 찾아 이를 제거하고 예방해 안전성을 확보한다.


인증을 받는 과정은 까다롭다. 적용하고자 하는 업체의 영업자는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적 요구사항을 준수하면서 위생적으로 식품을 제조·가공·조리하기 위한 기본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선행요건 프로그램을 먼저 개발·시행해야 한다.


선행요건프로그램에 포함돼야 할 사항은 영업장·종업원·제조시설·냉동설비·용수·보관·검사·회수관리 등 영업장을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위생관리 내용이다. 영업자는 분야별로 점검 및 기록방법을 정해 시행하고 기록하게 돼 있다.


그러나 어려운 절차에도 불구하고 최근 해썹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일어난 식품 이물질 사건 업체 중 해썹 인증을 받은 곳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위생 사각지대를 들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식품 이물질 및 위생문제는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과 업체들의 도덕성 해이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식품 이상을 발견했을 때 신고할 수 있는 기관으로는 식품안전나라, 소비자보호원 등이 있다. 더러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올라오기도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해썹인증 신청업체 심사와 관련 업체의 사후평가까지 맡고 있는 식약처의 지도관은 약 30명 내외다. 이렇다보니 제대로 된 관리와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인증받은 업체만 수천곳에 달하기 때문이다. 사후관리는 보통 2인1조로 진행된다.


미리 예고한 업체를 방문하는 사후관리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신고 접수를 받았거나 위험요소가 있을 때 주로 불시점검을 하고 평상시엔, 1~2전에 미리 일정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그때만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듯 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식품안전인증과 관계자는 “국회에서 지적사항도 있고 해서 불시점검으로 완전히 체계가 바뀌었다”며 “이미 불시점검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경미한 처벌도 문제의 원인으로 꼽힌다. 식품위생법 ‘이물신고 매뉴얼’에 따르면 위반사항이 금속, 유리 등이 나오면 제품폐기와 동시에 품목정지 7일, 칼날 파충류 바퀴벌레 등이 나오면 제품폐기와 품목정지 15일순으로 처분이 이어진다고 명시돼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위생을 위한 정기평가는 1년에 1회 이상 실시하고 있다”며 “이밖에도 위생적으로 행정처분을받거나 신고가 접수된 업소에 대해서는 수시평가를 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후관리 인원의 경우 일반 지도점검은 식품위생법상 식품위생감시원이 하고 있는데, 해썹은 전문성이 조금 더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해썹 지도관이 하고 있다”며 “2년전 이미 10명을 충원했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당장 더 충원할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해썹 인증을 받은 업체가 문제가 생겼을 경우 법령상에 재인증에 몇 년 제한이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일정기간 운영실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재인증을 받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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