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밤 손님 줄어 매일 사납금 못 채워…결국 생계 위해 직종 변경"
"사납금 못 채운 기사 20-30% 정도 돼…콜 안 들어와 영업 버겁던 기사들 많이 그만둬"
"날이 따뜻하면 대리기사, 추우면 택시기사 원래 많아…날씨 더 추워지면 돌아올 것"
"위드 코로나로 수입 다시 평소 수준으로 회복 중…업계 자체가 나가고 들어오고 잦은 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없는 불황을 견디지 못한 택시기사들이 운전대를 놓고 있다. 이른바 '택시대란'으로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아 아예 직업을 변경한 택시기사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택시가 부족해지자 이제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늘어난 손님들은 택시가 없는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시민들은 밤마다 택시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몇 시간씩 걸려 귀가하는 사태를 반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택시업계 자체가 나가고 들어오고가 잦은 편이고, 대리기사와 병행하는 택시기사들이 많아 날씨가 더 추워지면 다시 돌아올 것으로 낙관했다. 위드 코로나의 시작으로 평년 수준의 수입이 회복되고 있는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고 있다.
지난 2년 동안의 코로나19 확산세는 매일 회사에 사납금을 내야 하는 법인택시 기사들에게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많은 택시업체의 운전기사들은 2교대로 번갈아 근무하는데, 주중과 주말 그리고 낮과 밤의 수입 편차가 컸던 것이 사납금을 채우기 힘든 주된 이유였다.
4년 차 택시기사였던 김모(48)씨는 택시영업을 그만두고 요식업 배달기사 일을 시작했다. 김씨는 "코로나 여파로 밤10시 영업제한이 강화됐던 시점에 택시 수입만으로는 생계가 빠듯해 결국 그만두게 됐다"며 "당시에 코로나로 밤늦게 술 마시고 택시를 잡는 손님들이 대폭 줄어 일부 택시업체들은 아예 야간택시 운영을 정지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이어 "생각보다 배달업이 사납금을 내가며 택시영업을 뛰는 것보다는 돈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2년 차 택시기사 정모(62)씨는 "많은 택시기사들이 사납금으로 하루에 약 15만 원을 입금한다. 콜(손님이 어플이나 전화 등으로 택시를 부르는 방법) 위주로 손님을 받게 되는데 콜이 없으면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며 "영업이 잘 돼 콜을 줄이어 잘 받으면 20개 정도 찍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해 사납금을 못 채웠던 기사가 약 20-30% 정도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그때 택시영업 뛰는 것을 버거워했던 기사들이 대거 나가기도 했다"며 "하루 12시간 교대인데 식사하고 화장실 가는 시간 포함해 30~40분만 쉬면서 사납금을 근근히 채워왔지만, 코로나 여파로 더욱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같은 '택시대란'을 특별하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택시업계 자체가 기사 일을 관두거나 다시 일하러 오는 일이 잦다는 것이고 대리기사와 병행하는 택시기사들도 많기에 처음 있는 생경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박모(69)씨는 "물론 코로나 때문에 그만둔 기사들이 많다. 고생한 만큼 수익이 안 나다 보니 사표를 내고 다른 업종으로 옮겨가는 경우"라면서 "그래도 위드 코로나로 수입이 조금씩 올라가니 다시 돌아오려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코로나로 그만뒀던 기사들 대부분이 대리기사를 뛰거나 트럭운송업체 등으로 직종을 변경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래 운전으로 먹고 살았기에 대형운전면허를 따서 운송업 일을 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이모(49)씨는 "타사는 (그만둔 기사가) 많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우리 회사는 고정으로 한 차를 타는 게 아니라 나오고 싶은 날 유동적으로 일해서 그런지 그만둔 기사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며 "택시기사들 중에 날씨 따뜻할 때는 대리기사로 일하고 추워지면 택시영업을 뛰는 분들이 종종 있어서 아마 날씨가 더 추워지면 택시영업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택시기사 강모(50)씨도 "많이들 나갔지만 다시 들어오는 추세인데 원래도 택시영업을 하면서 대리기사도 뛰던 분들이 많아서 코로나로 아예 택시기사 일을 그만두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위드 코로나로 손님은 늘어났지만 택시는 줄어들어 아무래도 손님들이 밤에 택시 잡기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택시기사 이모 (73)씨는 "코로나로 영업시간 제한이 있을 때는 심야에 운행하던 택시기사들이 손님이 없어 타격을 입었는데 요즘은 완전히 반대가 됐다"며 "주간 운전기사들은 18만원에서 20만원 사이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매출이 15만원대 언저리는 됐다"고 말했다.
강서구의 한 택시회사 소장은 "코로나 여파로 벌이가 안 되니까 나간 사람이 약 30% 정도 된다"며 "그렇게 크게 타격을 입지 않았고, 업계 자체가 나가는 사람이 많은 만큼 들어오는 사람도 많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는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하고 심야택시 공급을 늘린다고 밝혔다. 지난 16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개인택시 3부제를 해제해 밤 9시에서 다음 날 새벽 4시까지는 휴무일인 택시도 운행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