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출신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서기도
미국 공화당 거물로 평가되는 밥 돌 전 상원의원(98)이 지난 5일(현지시각) 세상을 떠났다. 지난 2월 자신의 폐암 4기 판정 사실을 공개한 지 9개월여 만이다.
밥 돌 전 의원은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출신으로, 당시 입은 치명적 부상을 딛고 상·하원을 통틀어 35년 간 연방의원을 지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미 대통령 선거에 3번이나 출마하기도 했다.
1923년생인 그는 캔자스주 출신으로 2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1943년 현역으로 참전했다. 그는 1945년 이탈리아 전장에서 동료를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려다 포탄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39개월간 치료를 받았지만 왼팔은 최소한의 기능만 유지할 수 있었고, 오른팔은 평생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전쟁의 산증인이 된 그는 1951년 캔자스 주의회 하원의원을 시작으로 정치 여정을 시작했다. 이후 캔자스 러셀 카운티 검사직을 역임한 뒤 1961년부터 1969년까지 연방 하원의원으로 일했다. 1969년부터 1996년까지는 캔자스주 연방 상원의원직을 맡았다.
그는 1985년부터 1996년까지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로서 사회보장 개혁, 장애인법 등 굵직한 법안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끌어냈다.
그는 원내대표 시절이던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하자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경제적 지원에 나서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치적 무게감이 상당했던 만큼, 대권에도 여러 차례 도전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1980년과 1988년에는 공화당 당내 경선에서 낙선했고, 1996년에는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섰지만 재선에 도전했던 민주당 소속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워싱턴을 떠난 뒤에는 참전 용사와 전몰 장병 추모 사업에 집중했다. 그는 대통령이 수여 하는 자유의 메달(1997년)과 미국 최고 훈장 중 하나인 의회 명예훈장(2018년)을 받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돌 전 의원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백악관과 미국 모든 공공장소, 군부대에 9일까지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돌 전 의원에 대해 "내가 믿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친구이자, 긴장된 순간에 적절한 유머를 할 줄 알던 사람이었다"며 "위대한 세대의 가장 위대한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수석부대변인을 지낸 허성우 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은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남긴 글에서 "삼가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기원하는바"라고 말했다.
지난 1996년 미 대선 당시 공화당 자원봉사자로 일한 바 있다는 허 이사장은 돌 전 의원이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진정한 정치인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그의 헌신과 봉사, 불굴의 의지는 후세로부터 두고두고 존경받으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