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 아들' 尹 vs '충청의 사위' 李
尹 "충청은 선대 500년 살아온 뿌리
대선 승리해 충청 자존심 세우겠다"
부친 고향 논산에서 49.4% '바람'
대선의 '캐스팅보트'인 충청 표심을 둘러싼 여야 대선후보들의 구애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각각 '충청의 아들'과 '충청의 사위'를 자처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구애에 충청 표심이 누구의 손을 잡아줄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8일 충남·충북도민회가 공동 주최한 '국가균형발전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충청은 선대부터 500년간 살아온 뿌리이자 고향"이라며 "내년 3월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충청인의 명예와 자존심을 확실하게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충남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4선 중진 이명수 의원도 힘을 보탰다. 이 의원은 "역대 정부보다 문재인정부가 충청권의 대선 공약 실천력이 가장 낮다. 이제 충청 발전을 위한 공약을 제대로 실천할 분은 바로 윤석열 후보"라며 "여러분이 충청의 힘을 모아서 나라를 바로세우고 충청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계기를 꼭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윤 후보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충남 논산시 노성면 출신으로 공주농고를 나왔다. 윤 후보 본인은 서울 출생이지만 부친이 논산 출생으로 공주에서 학교를 다녔고, 선대 대대로 논산에서 살았기 때문에 '충청의 아들'을 자처하고 있다.
실제로 논산에서는 '윤석열 바람'이 강하게 일어나는 분위기다. 놀뫼신문이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지난달 25~27일 논산시 거주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49.4%의 지지를 얻어 민주당 이재명 후보(29.3%)를 압도했다.
다만 충청권 전체를 놓고보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사이에서의 박빙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3~4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북 권역에서 이 후보는 41.9%, 윤 후보는 41.5%로 두 후보 사이의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불과 0.4%p다.
충청권 전체 보면 李 41.9% 尹 41.5%
李, 배우자 함께 충청행 "처가 충북에
애정 많다…취임식도 세종의사당서"
"尹, 충청 위해 뭐했나" 바람 차단 총력
대선의 전장이 세대·이념·권역이라고 보면 세대에서는 '20대 이하', 이념으로는 '중도층', 권역으로는 충청권이 '캐스팅보트'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이 중 충청권 표심을 놓고 혼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의 과제는 '논산발 윤석열 바람'이 충청권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데 있다. 이재명 후보는 '충청의 사위'를 자처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충북 충주시 산척면에서 태어났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19~21일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두 번째 순서로 부산·울산·경남에 이어 충청권을 방문하면서 배우자 김 씨와 동행했다. 이 후보는 충북 청주 육거리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자가 내건 '충북의 사위'라는 손팻말을 보더니, 배우자 김 씨를 가리키며 "충북의 사위 말고 충북의 딸도 왔다"며 "처가인 충북에 애정이 많다"고 지역 연고를 내세웠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식도 세종의사당 부지에서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역대 대통령 취임식은 권위주의 시대에는 옛 중앙청 광장이나 실내체육관에서 거행했으나, 민주화가 되면서 여의도 국회에서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취임식을 세종의사당 터에서 하고 싶다"며 "(세종에 청와대) 제2집무실을 만드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의 개인기와 함께 지난해 총선에서 충청권을 휩쓴 민주당 의원들도 각개전투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영순 의원은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단지 아버지 고향이 충청도라는 이유만으로 '서울 사람'인 윤 후보가 '충청의 아들'이라고 우기는 것은 충청인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충청의 아들'이라면 그동안 충청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충청권 표심과 관련해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면 대선과 동시에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다. 충청권에서는 충북의 '정치 1번지'인 청주상당에서 재선거가 실시된다.
충북, 尹 39.7% 李 34.9% '혼전'
대선날 동시에 청주상당에서 재선거
충북의 '정치 1번지'…표심 영향 상당
野 정우택 '굳건' vs 與 후보 마땅찮아
윤 후보가 충남 논산이 부친의 고향이라며 '충청의 아들'을 주장하고 있고, 이 후보가 충북 충주가 배우자의 고향이라며 '충청의 사위'를 주장하고 있다고 하면, 도식적으로 놓고보면 충남에서는 윤 후보, 충북에서는 이 후보가 우세할 법도 하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그렇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KBS청주방송총국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18~19일 충청북도 거주 유권자 151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39.7%,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34.9%로 오차범위내 혼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충북 청주상당 재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서는 정우택 전 의원이 중심을 잡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득표력이 있는 후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인 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KBS청주방송총국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17~18일 충북 청주상당 지역구 거주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국회의원 재선거와 관련해 설문한 결과, 민주당 후보로 장선배 전 충북도의장이 14.0%의 선호도를 얻었을 뿐 김형근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9.6%)을 비롯해 나머지 5명의 후보군들은 모두 한 자릿수에 그쳤다. 선호하는 후보가 '없다'는 응답이 25.8%, '모르겠다'는 응답도 26.3%에 달했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로는 정우택 전 의원이 과반에 가까운 48.6%의 선호도를 얻었다. 이에 따라 여야 후보군 통합 선호도에서도 정 전 의원이 33.3%로 압도적 선두였으며 정의당 김종대 전 의원이 7.2%로 2위였고, 민주당 후보군 중에서는 장선배 전 도의장이 5.8%를 얻는데 그쳤다.
충북 정치권 관계자는 "충북의 135만 유권자 중에서 청주에 절반이 넘는 70만 유권자가 몰려 있다"며 "청주의 표심이 충북 전체를 흔드는 구조인데,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충북 정치 1번지 청주상당 재선거에서 국민의힘은 확실한 후보가 있는 반면 민주당은 지리멸렬한 상태인 게 충북 표심에 영향을 주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