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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 진짜 이재명인가


입력 2021.12.13 08:10 수정 2021.12.13 16:24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재명의 막가는 문 대통령 비판

문 정권 失政 전에는 몰랐나?

말을 할 때마다 뒤집고 또 뒤집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 10일 오후 경주 황리단길을 찾아 거리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정책을 하나하나 뒤집고 있다. 문 대통령이 들으면 어느 것 하나 충격적이지 않은 것이 없겠다. 이 후보는 10일 경주에서 “정부는 기업이 경제활동을 잘해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지 정부가 어떻게 직접 일자리를 만들겠냐”고 했다.


정부 주도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던 문 대통령이 틀렸다는 것이다. 일자리 상황판을 매일 점검하며 국민에게 보고하겠다고 했던 문 대통령이 뭔가 말을 해야 할 텐데도 그는 서둘러 오스트레일리아(호주) 국빈방문에 나섰다. 물론 귀국 후에도 언급을 안 할 게 뻔하다. 입조심 몸조심으로 임기 말 관리를 철저히 하자고 작정한 듯 하니까.

이재명의 막가는 문 대통령 비판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안에 있기 때문에 그 시장을 존중해야 한다.”

이 말을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부터 듣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적어도 문 대통령 임기 안에는! 예전 같으면 벌 떼 같이 일어나 ‘수구보수꼴통의 기득권 사수 음모’라고 맹비난했을 민주당에서도 이렇다 할 반론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야 뭐, 대통령의 정부 주도, 정부 개입 경제정책을 따랐을 뿐이니까…. 이제 새 주인이 들어설 때가 됐으니 충성의 대상을 옮기는 것은 추종자로서 당연한 도리일 테고.”


혹시 이런 의식과 인식은 아닌가?


“서울 집값이 올라서 생난리가 났다. 저것도 공급과 수요를 적정하게 조절하고 (주택) 공급을 늘렸어야 하는데 수요를 억제하다 보니 동티(재앙)가 난 것이다. 가격이 높아지는데 가격을 누르니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정상적인 공급, 정상적인 수요가 만나서 만들어진 가격은 인정해야 한다. 이것을 존중해야 한다.”

그간 수많은 전문가와 언론들이 바로 그 점을 지적할 때 이 후보는 어디 있었나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억지를 쓴 문 대통령이 잘못이라는 말이다. 문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이런 말을 그는 너무 쉽게 했다. “겁날 게 뭔가. 친문, 문빠의 허상(虛像)을 당내 후보 경선 과정에서 확인했는데!” 아마도 그런 배짱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니까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에 동조한다는 의미다. ‘내가 당선돼도 정권교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겠다.


“우리 위대한 국민들, 전 세계에서 방역을 잘한다고 칭찬받는데 사실 그거 누가했느냐. 나라가 마스크 하나 사줬나, 소독약을 한개 줬나. 무슨 체온계를 하나 줬느냐.”

기회 있을 때마다 TV에 등장해 ‘K-방역’을 ‘세계만방’에 자랑하다가 사세 불리하면 청와대에 틀어박히고 마는 문 대통령이 아주 만만해진 듯하다. 그래서 정면으로 타박을 하는 것이다.


“다른 외국 같으면 마스크 안 사주고, ‘마스크 쓰라, 집 나오지 마라’고 하면 폭동 난다. 그만큼 우리 국민이 위대한 것이다.”

아직 국민의힘 윤 후보도 ‘폭동’이라는 표현까지는 쓰지 않았다. 그야말로 이판사판, 막가는 형세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적 분위기에 편승하지 못하면 ‘꿈은 사라지고’ 회한만 남게 될 것이다. 이 판에 못할 말이 뭐가 있겠는가. 그래서 문 대통령에게는 아주 모진말로 들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이런 말도 나왔다.

문 정권 失政 전에는 몰랐나?

“저 이재명은 문재인도 아니고 윤석열도 아니다. 이재명은 이재명이다.”

윤 후보야 이 후보가 가까이 오는 걸 좋아할 까닭이 없다. 비슷한 사람으로 비치는 것도 극구 사양할 입장이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은 다르다. 마치 ‘노선 전쟁’ 선전포고를 듣는 기분일 것 같다. 공식적인 결별 선언이나 다를 바 없다. 그는 쐐기를 박든 말했다.


“우리는 과거로 갈 게 아니라 미래로 가야 한다. 국민이 맡긴 칼과 권력으로 내 정적을 찾아내 잘못한 게 없나 후벼 파 보복하고, 옛날에 매달리는 것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후보가 오늘 깨달은 것을 문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이 4년 7개월 전 ‘적폐청산의 불호령’에 산천초목이 벌벌 떨던 그 때 깨달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데 문 대통령도 그의 충실한 추종자들도, 충성스런 민주당도, 그리고 이 후보도 그 때는 깨닫지 못했다. 물론 대다수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조차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민심을 피부로 접하게 되자 비로소 상황을 파악한 것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표가 무섭기는 무서운 모양이다. 그야 당연한 일이지만 이 후보의 경우 한 입에서 나오는 다른 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느 것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일찍이 이 후보처럼 말재간이 뛰어난 후보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같은 맥락이지만 이 후보만큼 말의 진실성에 의심을 받았던 후보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말이 너무 쉽고 말 바꾸기를 예사로 한다. 언제든 다른 말을 할 준비가 된 사람에겐 무엇이든 가능하다. 말로 못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단 한 가지는 기대할 수 없는 게 있다. 신뢰성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조수진 공보단장이 일전에 “표가 된다 싶으면 겉모습만 후다닥 변신하는 ‘표멜레온’ 후보에 속을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하던데 정말이지 어느 색깔이 이 후보 본래의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가 누구인지 갈수록 모호해진다.


여러 사례가 필요 없다. 당초엔 야당과 국민들의 대장동 의혹 특검 요구에 대해 ‘시간 끌기 술책’이라고 반격하면서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에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을 확산 시키기에 당력을 쏟는 인상이었다. 국민의힘 측이 제시한 ‘쌍 특검’안을 외면하던 이 후보가 갑자기 지난달 1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조건부 특검 수용’으로 태도를 바꿨다. ‘고발사주’가 아니라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들고 나왔다. 윤 후보가 좋다고 했는데도 이 후보는 못들은 양 하며 특검수사를 주도할 듯이 떠들어 말했다.

말을 할 때마다 뒤집고 또 뒤집고

그러던 중에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이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 바로 다음날인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후보는 이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당사를 나가 대구·경북 순회에 나섰다. 1시간 후 민주당이 공지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특검 협상에 나설 기미는 없다. 이 후보는 특검을 주장하고 민주당은 침묵 모드를 지키는 게 요즘의 상황이다. 어느 쪽이 진심을 말하고 있는가? 이 후보가 정말로 특검만이 진실을 밝히는 길이라고 믿고 있는데 민주당이 ‘의도적 태업’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 후보가 마음에 없는 말을 한다는 것을 민주당이 알고서 시간 끌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하는 말이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좀 더 끌고, 그 다음엔 협상을 하자며 국민의힘 측과 테이블에 마주 앉아 또 온갖 조건을 내세우며 시간을 끌고 하다보면 대선 후보 등록일(2022년 2월 13~14일)에 이르게 된다. 공식 대선후보를 상대로 특검을 실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하긴 이미 특검수사를 결정하기엔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나 법무부 장관이 특검 수사를 결정하더라도 특검 후보 추천, 대통령의 임명, 수사 준비 기간 등을 거치려면 한 달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수사는 그 후에야 이뤄진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여야가 합의한다고 해봐야 대선 전에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전무하다 하겠다.


그 점에서 이 후보가 갑자기 ‘특검 수사’에 열을 올리는 배경을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굼뜬 자세를 보이는 것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끌어 특검 수사를 확실하게 무산시키겠다는 의도일 것이라고 짐작된다. 아니면 왜 야당에 협상을 요구하지 않는지, 왜 야당의 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는지를 밝힐 일이다.


이 후보가 경주에서 맹활약을 한 그날 윤희숙 전 의원이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후보 직속 기구인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음을 알리며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 눈길을 끈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무력했던 보수정치도 그 ‘괴물’을 만들어낸 책임을 같이 져야 할 구시대의 일부로, 근본적 쇄신이 요구된다.”

정말! 우리는 어쩌면 역대 어느 대선에서도 보지 못한 ‘괴물’과 마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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