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WM 사업 연계 주력
IB 활황 예고…역량 강화 탄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연임이 결정된 가운데 새 임기 최대 과제는 이익 체질개선을 통한 실적 퀀텀점프가 될 전망이다.
박 사장이 이끌어 온 자산관리(WM) 부문은 그룹의 핵심인 은행과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김 사장이 이끌어온 투자은행(IB)부문은 내년 기업공개(IPO) 시장 활황 전망에 입지 굳히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16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KB증권은 박정림·김성현 대표를 후보로 재추천했다. 재추천된 대표들의 임기는 1년이다.
2018년부터 3년 넘게 각자대표로 KB증권을 이끌어오고 있는 박정림·김성현 사장은 이로써 임기를 더 연장하게 됐다. 이들은 모두 2년 임기를 채운 후 지난해 1년의 추가 임기를 받은 상태였다.
박 사장과 김 사장이 지난 임기 동안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역시 발행어음 사업 착수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어음이다. 증권사가 발행하는 만큼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가입 시점에 이자가 확정돼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 예·적금처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KB증권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어 2019년 5월 국내 초대형 IB 중 세 번째로 발행어음 사업 허가를 받았다. 이후 박정림·김성현 사장은 발행어음을 KB증권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고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대표 상품으로 키우는데 주력해 왔다.
이런 노력들에 KB증권의 실적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KB증권이 올해 3분기까지 거둔 누적 당기순이익은 54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6%나 늘었다. 박 사장이 지휘한 WM부문 영업순수익은 47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1.2% 증가했다. 김 사장이 이끌어온 IB부문은 올들어 4조9248억원(11곳) 규모의 IPO 주관실적을 기록하며 전년(1080억원) 대비 45.6배로 규모를 늘였다.
◆신개념 복합 점포 'WM 거점' 육성
새로운 임기 동안 박 사장의 가장 큰 숙제는 WM 부문의 내실 다지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WM은 그룹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과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KB금융은 2016년 말 현대증권과의 합병을 마무리하고 WM 매트릭스 체제를 본격 도입했는데, 이를 진두지휘해 온 인물이 바로 박 사장이다. 이 같은 까닭에 박 사장은 그 동안 증권의 WM그룹은 물론 KB금융 자본시장부문장을 겸임하며 역량을 발휘해 왔다. 박 사장은 KB증권 사장이 되기 직전까지 국민은행 WM그룹 부행장이기도 했다.
계열사 간 업무 연계를 통한 WM 실력 강화는 KB증권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로 현재 KB금융이 전국에 운영하고 있는 WM 복합 점포는 80개를 넘어섰다. WM 복합 점포는 은행과 증권사를 따로 방문할 필요 없이 양쪽의 WM 업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신개념 지점이다.
서울 강남 중심에 오픈을 앞둔 새 플래그십 센터는 향후 박 사장의 청사진을 엿볼 수 있는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KB금융이 내년 7월 서울 압구정에 문을 열 예정인 플래그십 센터는 자산가들을 위한 팀 단위의 고객관리와 KB형 패밀리오피스 모델 등 차별화된 운영 방식을 도입해 혁신적이고 전문화된 WM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IB업황 궤도…업계 선두 굳히기 돌입
새 임기 동안 김 사장의 임무는 IB부문 선두 굳히기가 될 전망이다. 올들어 회복세를 보인 IB업황은 내년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의 역량 발휘가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기로 평가된다.
KB증권은 김 사장 지시하에 증권사 중 최초로 IPO담당부서를 4개부서 체제로 확대해 IPO시장에서 강세가 예상된다. KB증권은 올해만 카카오뱅크, 롯데렌탈, 현대중공업 등 대어들의 상장 주관을 이끌내는 성과를 냈다.
내년에도 IPO 최대어로 평가되는 LG에너지솔루션의 대표주관을 맡아놓은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는 최대 100조원, 공모액만 10조원으로 추산된다. KB증권은 현대엔지니어링의 대표주관도 맡기로 해 연초부터 경쟁 우위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채권발행시장(DCM)에서 시장점유율(M/S) 23.5%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주식자본시장(ECM)에서도 대형 유상증자 딜을 주관하며 시장 선두에 섰다.
업계에선 김 대표가 DCM 부문에서 견고한 관계를 쌓아온 결과과 대기업 자회사들의 상장 주관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사장은 KB증권에서 IB총괄 전무, IB총괄 부사장, IB총괄본부장 부사장 등 단계를 밟아가며 IB부문 전문가로 입지를 다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