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K-제약' 생존법은?…"美 우선 출시, 현지 생태계 침투해야"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3.23 17:00  수정 2026.03.23 17:07

23일 트럼프 의약품 정책 변화 세미나 개최

PBM 카르텔 우회하는 직거래 플랫폼 가동

생물보안법 수혜 속 리쇼어링 압박 가속화

서동철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트럼프 2기 의약품 정책 변화 국내 대응 전략은?’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과거의 미국 시장이 아닙니다. 이제 미국 의약품 대금의 50% 이상을 정부가 공보험을 통해 지불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약값에 강력하게 개입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서동철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23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열린 ‘트럼프 2기 의약품 정책 변화 국내 대응 전략은?’ 세미나에서 현재 미국 의약품 정책의 핵심을 ‘정부 주도의 약가 통제’로 정의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고령화로 인해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 보험) 등 공보험 비중이 급증하면서, 미국 정부가 ‘의료비 절감’을 명분으로 제약사의 수익 구조를 직접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 교수는 트럼프 2기 의약품 정책의 주요 축으로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 개혁 ▲약가 인하 ▲공급망 재편 등을 꼽았다.


먼저 유통 구조의 혁신인 PBM 혁신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미국 의약품 유통의 80% 가량을 장악한 PBM을 “우리나라의 심사평가원과 같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존재”라고 정의했다.


그간 제약사들은 PBM 목록집에 등재되기 위해 표시 가격의 50~70%에 달하는 막대한 리베이트를 지불해왔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유통 카르텔을 우회하기 위해 직거래 플랫폼인 ‘TrumpRx.gov’를 전격 가동했다는 분석이다.


이어 서 교수는 제약사의 공급가 자체를 저격한 약가 인하 정책의 파급력을 진단했다. PBM 개혁이 유통 과정의 거품을 걷어내는 작업이라면 약가 인하는 국제참조가격(MFN) 등을 도입해 제약사가 판매하는 원가 자체를 낮추는 방식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해외에서는 저렴한 약이 왜 미국에서만 비싼가’라는 논리로 빅파마를 압박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인 메디케이드 약제비 절감 모델 ‘GENEROUS(메디케이드 약제비 절감 시범 모델)’는 MFN을 기반으로 미국 내 약값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암젠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암제비타’ 등 주요 품목은 기존 대비 최대 80% 인하된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서 교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해당 정책 아래)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유럽이나 한국 보다 신약을 미국에서 먼저 출시해 기준 가격을 높게 선점하는 미국 우선 출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핵심 기조 중 하나인 공급망 재편은 국내 기업에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안겨줄 변수로 꼽혔다. 중국 기업을 배제하는 ‘생물보안법’ 시행으로 한국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한편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를 요구하는 리쇼어링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서 교수는 “트럼프 2기 들어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투자 합의를 마친 기업의 공장 인허가 절차를 크게 단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미국 내 개발·제조를 우대하는 각종 심사 단축 프로그램을 선점하기 위한 현지 생산 거점 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이어 “제약 산업은 자동차나 전자와 달리 한 번 진입하면 200~300년 지속되는 장기 산업”이라며 “일본 제약사들이 장기 투자를 통해 세계 시장을 점유했듯, 한국 기업들도 미국 현지 생태계에 깊숙이 침투하는 통합적인 진출 모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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