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초·중·고등학교 3분의 2 수준 밀집도 제한
학생들 "학년 다 끝났는데도 친구들 제대로 사귀지 못해…얼굴 볼 기회조차 없어"
"고등학교 졸업식, 입시 끝나고 성인식 같은 행사인데…졸업식도 비대면 될 것 같아 우울"
일부 교사들 "방역업무로 본래 업무 마비되고, 학부모 관련 민원들은 쏟아져…전면등교 찬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자 정부가 전면등교를 다시 중단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또다시 학교가 멈춰 서게 됐다. 한 달도 안 돼 중단된 전면등교를 두고 학교에서는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1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관내 초·중·고등학교에 이번 주부터 밀집도를 3분의 2 수준으로 조정한다고 안내했다. 이 가운데 초등학교 밀집도 3분의 2는 교육부가 전날 교육분야 거리두기 강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제시한 밀집도 기준인 6분의 5보다도 강화된 것이다.
앞서 교육부가 발표한 조치에 따르면 중학교와 고등학교 밀집도는 3분의 2로, 초등학교는 6분의 5로 조정된다. 이에 따르면 초1·2학년은 매일 등교하고 3∼6학년은 4분의 3만 등교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지역 초등학교에서는 하루에 4개 학년만 등교가 가능한 만큼 매일 등교하는 1·2학년이 아닌 3∼6학년은 절반만 등교할 수 있고 나머지 2개 학년은 원격 수업을 하게 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지역 확진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어 밀집도를 좀 더 강화된 수준으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학년의 마무리를 앞두고 전면등교가 중단되면서 학생들은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단체 활동 한번 제대로 못해 친구를 사귈 수도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특히 졸업을 앞둔 졸업반 학생들은 이대로 가다간 졸업식도 비대면으로 진행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경기도 고양시의 화중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유모(12)양은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번갈아 하는 바람에 한 학기가 끝나 가는데도 친구들을 많이 사귀지 못했다"며 "모둠수업을 하면서 친구들이랑 대화하고 싶은데 못하고 끝날 것 같아 대단히 아쉽다"고 말했다.
최모(12)양은 "수련회나 수학여행도 못 가고, 소풍도 못 가서 아쉽다"며 "친구들 얼굴을 볼 기회조차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5학년 김모군은 "친구들이랑 운동장에서 축구도 못해 봤다"며 "전면등교가 위험하긴 해도 솔직히 학교에 와서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졸업을 앞준 중학생 정모(16)양은 "기말고사가 끝나고 이제야 애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넘쳤는데, 다시 등교가 중단된다는 소식에 화도 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대로 가면 졸업식도 무조건 비대면일 것 같다"며 "친구들과 함께 찍은 졸업식 사진 한 장도 없을 것 같아 우울하다"고 털어놨다.
수능이 끝난 고3들도 전면등교 중단에 실망감이 커졌다. 고등학교 3학년 이모(19)군은 "가장 아쉬운 점은 힘든 입시를 끝냈음에도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적어졌다는 것"이라며 "졸업식까지 비대면으로 한다면 그 적어진 기회마저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군은 "고등학교 졸업식은 입시가 끝나고 성인식과 같은 행사라 기대하고 있었다"며 아쉬운 마음을 표출했다.
일부 교사들은 진작 전면등교가 중단됐어야 했다며 전면등교 중단을 반기기도 했다. 학교에 등교해서도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학부모들의 관련 민원들도 갈수록 늘어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라는 불만도 급증했다.
중학교 교사 김모(28)씨는 "학습권을 위해서는 등교를 하는 것이 더 좋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아이들 안전을 위해 잠시 중단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특히 "전면등교를 하게 되면 쉬는 시간도 없이 교사들이 방역 업무를 해야 하고, 원래 하던 업무에 소홀해진다"며 "확진자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만큼 아침마다 늘어나는 확진자 숫자 때문에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중학교에서 체육 과목을 가르치는 이모(41)씨는 "사실 체육처럼 활동이 필요한 과목은 등교해도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다"며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면등교를 해도 반 이상이 가정학습을 하겠다고 하는 날도 있어 사실 전면등교 명령이 소용이 없다"며 "전면등교 이후 이런 저런 학부모 민원들이 많아져 곤란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조모(27)씨는 "오히려 고학년들은 상급학교 진학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바라기도 한다"며 "학교에 나와서 공부를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 같다. 학부모들도 전면등교를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