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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뷰㊵] 키치빈이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입력 2021.12.23 10:16 수정 2021.12.23 08:1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광고인·크리에이터 병행

<편집자 주> 유튜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MZ 세대의 새로운 워너비로 떠오른 직업이 크리에이터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내며 저마다의 개성 있는 영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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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빈(김수빈)은 광고 회사를 다니며 유튜브 채널 '키치빈'을 운영 중이다. 그는 패션 하울, 코디 등을 주 콘텐츠로 삼고 있다. 그가 크리에이터가 된 이유는 업무에 지친 자신의 일상에 환기를 주기 위해서였다. 블로그로 시작해 영상이 대세의 흐름이 되자 자연스럽게 유튜브로 무대를 옮겼다.


"제가 일을 하면 너무 일에 빠져서 살아요. 그러다 보니 새벽까지 일하고 야근은 일상이 됐죠. 하지만 회사에 몸 바쳐 일일을 했는데 막상 저에게 남는 게 없는 것 같은 공허함이 밀려왔어요. 그래서 친구가 패션 블로거를 추천해 줬죠. 사실 길거리를 다니면 사람들이 제 옷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고는 했거든요. 그리고 럭키슈에뜨 스타일 에디터를 2년 동안 하게 되면서 패션에 더 관심이 많아졌어요. 그러다가 또 회사 업무가 바빠져서 블로그에 손도 못 대고 있었어요. 그러니 또 허탈함이 느껴지더라고요. 당시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시작할 때라 저도 도전하게 됐어요."


같은 주제를 콘텐츠로 두고 있지만 블로거와 크리에이터의 매력은 달랐다. 블로그는 사진이 주가 돼 마음에 드는 컷으로 고르면 되지만 영상은 꾸밈없는 '나'를 보여줄 수 있었고, 구독자들의 반응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부담감도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지만 회사 일과 병행하다 보니 쉽지 않기 때문이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할 때는 브랜드들에서 협찬이 많이 들어오니 제 스타일이 조금 흐려지곤 했어요. 그러다 활동을 안 하니 자연스럽게 협찬이 끊겼는데, 크리에이터 처음 시작할 때는 협찬이 없으니 오히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온전히 소개할 수 있더라고요. 사실 처음부터 큰 반응은 없었어요. 그러다가 여름 원피스 하울을 올렸는데 그 영상이 인기가 많아져서 구독자가 늘어났죠. 그러면서 소통하는 재미도 알았고요.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더 많이 소개해 줘야겠다는 욕심도 났어요. 나를 꾸며내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요."


키치빈은 영상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모두 자신이 맡아 한다. 광고 업무를 하다 보면 광고주의 요구에 맞춰줘야 하지만, '키치빈' 채널에서는 자신이 기획자이며 주인공이다.


"광고 회사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못할 때가 많아요. 하고 싶은 걸 제안하더라도 결국엔 광고주의 의견에 따라야 하니까요. 그런데 제 영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충 하든, 잘하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기획할 수 있어 좋아요. 그리고 이 작업이 힐링과 에너지를 얻어요. 병행하는 일이 힘들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 저는 여기에서 에너지를 얻어 회사에서 더 힘을 낼 수 있더라고요. 회사 일이 제 세상이 된다면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가 커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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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빈의 영상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건 패션 하울이다. 쇼핑한 것을 소개하는 하울 영상을 만드는 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느냐 물었더니 '콘텐츠로 남으니 괜찮다'라는 답변이 왔다.


"구독자가 많은 잘나가시는 분들은 브랜드랑 협업하니까 부담을 덜 할 텐데 저는 현실적으로 본업이 아니니 컬래버레이션 할 시간이 없어요. 협찬받는 옷도 있지만 진짜 쇼핑한 옷들을 주로 소개해요. 사실 저는 원래 쇼핑을 좋아해요. 차라리 이렇게 콘텐츠라도 남으니 좋아요."


크리에이터 활동으로 새롭게 자신의 내면의 변화나 성장을 발견할 때면 신이 나기도 한다. 자신의 에너지가 구독자들에게 전해진다고 생각하니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크리에이터를 하며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살게 됐어요. 우리 취향 쌍둥이(구독자)님들과 패션으로 연결되어 소통하고 있지만 종국에는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마인드가 어떠한 형태로라도 전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취향 쌍둥이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려면 제가 더 진정성 있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더라고요. 쉽게 이야기하면 저를 좋아해 주시는 만큼 제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더 열심히 해서 우리 취둥이님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본업 때문에 영상을 자주 올리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항상 자신을 응원하고 기다리는 구독자들이 있어 바쁜 생활 속에서도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놓지 않고 있다.


"제가 회사 일 때문에 바빠 영상이 자주 올리지 못하더라도 취향 쌍둥이님들은 '우리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 건강부터 챙기세요'라는 댓글을 남겨줘요. 야근하다 돌아가는 길에 이런 댓글을 보면 눈물이 핑 돌아요. 그리고, 당연히 아닌 건 알지만 '패션 유튜브 중에 제가 최고'라고 말해주는 구독자님들의 댓글을 보면 심장이 두근거려요. 빨리 퇴근해서 영상 편집해야지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시간과 상황이 주어진다면 그는 요리와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는 브이로그를 선보이고 싶다. 또 광고인으로 살아가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단다.


"편안하게 집에서는 어떻게 지내는지를 영상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사실은 찍긴 했어요. 재미없을 것 같은 생각에 찍어놓고 못 올리고 있죠.(웃음) 제가 광고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어떤 분들에게는 좋게 보이기도 하나 봐요. 힘들게 일하는 모습 속에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도 솔직하게 공유하고 해서 취준생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요."


키치빈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는 '나만 알고 싶은 패션 크리에이터'다. 나만 알고 싶은 패션 노하우, 정보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키치빈도 내적 친분과 애정으로 이뤄진 구독자들에게 이 수식어로 남고 싶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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