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라이어 캐리 올해도 '캐럴 연금' 주인공...빌보드 차트 1위
제작 주춤했던 국내 가요계서도 캐럴 음반 발매 잇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전 세계를 덮친 팬데믹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침체됐던 캐럴 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띄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은 시장’으로 취급받던 크리스마스 캐럴 시장이 다시 불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연말에도 머라이어 캐리(Maria Carey)는 어김없이 ‘캐럴 연금’을 받게 됐다.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번 주 빌보드 차트 1위를 달성했다. 이 곡은 1994년, 발표된지 무려 27년이 됐음에도 여전히 연말이면 전 세계 어디서나 울려 퍼지는 현대 크리스마스의 상징곡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차트 1위는 지난 2019년 이후 3년째 이어온 기록이기도 하다. 앨범은 최근 1000만 판매고를 돌파하며 미국 음반 산업 협회(RIAA)로부터 크리스마스 캐럴 최초이자 유일하게 다이아몬드 인증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은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12월 넷째 주 현재 국내 모든 음원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 2018년 이후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 1위 기록을 이어온 만큼,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에 돌입한 이번 주 중 머라이어 캐리의 곡이 주요 음원 서비스 종합 차트 최정상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인상적인 점은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와 같이 몇몇 스테디셀러 캐럴만 각광을 받으면서 싹쓸이가 이뤄졌던 때와는 확연이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음원 차트에서는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외에도 아리아나그란데 ‘산타 텔 미’(Santa Tell Me) ‘라스트 크리스마스’(Last Christmas), 아이유 ‘미리메리크리스마스’,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의 ‘젤리크리스마스 2012 하트프로젝트’ 등이 TOP10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0년대 들어 음반 시장이 기울면서 덩달아 시들해진 캐럴 음반 제작이 올해 들어 속속 이뤄지고 있다. 노라 존스는 22일 크리스마스 앨범 ‘아이 드림 오브 크리스마스’(I Dream of Christmas)를 발매했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 상황에서 노라 존스가 소박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중 구성한 앨범이다. 힘들었던 한 해를 떠나보내고 안락하게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그의 선물이기도 하다. 해당 앨범에는 ‘크리스마스 콜링’을 포함한 노라 존스의 캐럴 자작곡 6곡과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타임 이즈 히어’ 등 고전 캐럴도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다비치도 첫 캐럴을 선보이고 박문치, 쏠, 퍼플키스, ‘미스트롯2’ 임서원·이서원·김지율, 안예은 등은 물론 안테나, 오펜 뮤직, 스토리제이컴퍼니 등 기획사 차원에서 발매되는 캐럴 앨범도 잇따라 대중을 만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도 2011년 이후 10년 만에 겨울 노래를 묶은 앨범 ‘2021 윈터 SM타운: SMCU 익스프레스’를 발매한다. 특히 안테나가 지난 1일 발매한 ‘다음 겨울에도 여기서 만나’는 벅스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다른 음원 사이트에서도 최상위권에 자리하기도 했다.
사실 아무리 침체된 시장이라 해도 캐럴이 연말 시즌에 차트에 오르내리는 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다만 2010년대 후반부터 스트리밍 플랫폼 자체에서 계절이나 이슈에 따라 제공하는 플레이리스트를 청취하는 이용자들이 많아지면서 해당 계절에 맞는 캐럴의 스트리밍 건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면도 있다.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스 유’도 2017년 12월 처음으로 ‘핫100’ 10위권에 진입한 뒤 이후 꾸준히 역주행했다.
더구나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도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집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캐럴의 스트리밍이 급격히 증가하는 셈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이 캐럴의 발랄함과 경쾌함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캐럴이 차트에 등장하는 시기가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빨라진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연말이면 술집이나 집에서 한데모여 캐럴을 듣던 사람들이 코로나19로 각자의 집에서 캐럴을 즐기면서 스트리밍 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