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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잘 나가던 넷플릭스, ‘예능’에 발목 잡힌 이유


입력 2021.12.26 14:02 수정 2021.12.25 17:03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먹보와 털보’→‘솔로지옥’까지, 연이은 혹평

스타 PD 김태호도, 한국판 ‘투핫’을 예고한 연애프로그램도 미지근한 반응을 얻고 있다. ‘오징어 게임’, ‘지옥’, ‘마이 네임’ 등 매번 뜨거운 사랑을 받는 드라마 시리즈와는 달리, 예능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넷플릭스다.


ⓒ넷플릭스

지난 18일 공개를 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솔로지옥’이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부르고 있다. 현재 2회까지 공개된 ‘솔로지옥’은 커플이 돼야만 나갈 수 있는 외딴 섬, ‘지옥도’에서 펼쳐질 솔로들의 솔직하고 화끈한 데이팅 프로그램이다.


공개 전까지만 해도 환상적인 해변에 모인 참가자들의 솔직한 욕망을 담아낸 해외 연애프로그램 ‘투핫’의 한국판이라고 알려져 기대를 모은 ‘솔로지옥’이지만, 지금까지는 ‘투핫’의 화끈함도, 국내 연애프로그램의 장점인 공감도 담기지 않은 애매한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위를 높여 시청층은 좁히되, 출연자들의 욕망을 부각해 이목을 끈 ‘투핫’과 참가자들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포착하며 공감을 높이는 국내 연애프로그램들은 분명 색깔도 프로그램의 목표도 다른 프로그램이다. ‘솔로지옥’은 서로 다른 프로그램의 장점들을 애매하게 따라하다 오히려 정체성을 흐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들은 글로벌 시장까지 접수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전 세계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오징어 게임’은 물론, ‘디피’(D.P.)와 ‘지옥’, ‘마이 네임’ 등 국내 오리지널 작품들이 공개될 때마다 전 세계 구독자들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그러나 유독 예능에서는 뚜렷한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신세계로부터’는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미션들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며 일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긴 했지만 이렇다 할 큰 반응을 끌어내진 못했다. 남다른 스케일의 가상 세계를 접하는 재미는 있었지만, 이승기와 은지원, 박나래 등 이미 익숙한 출연자들이 펼치는 미션 과정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었다는 뼈아픈 지적을 받기도 했다.


MBC 퇴사를 앞둔 김태호 PD의 넷플릭스 진출로 관심을 끌었던 ‘먹보와 털보’도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의외의 절친인 먹보 비(정지훈)와 털보 노홍철이 전국을 누비며 각양각색 다양한 여행의 재미를 선보이는 여행 프로그램인 ‘먹보와 털보’는 영상미는 물론, 자막 하나하나에도 공을 들이며 ‘잘 만든’ 콘텐츠의 매력을 선보였지만,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불렀다. 여행과 먹방이라는,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이미 익숙한 콘셉트를 담아낸 것이 ‘식상하다’는 평을 받았던 것이다.


최근 작품 외에도, 넷플릭스 예능들에서는 비슷한 흐름들이 포착되고 있다. 2017년 이후 ‘유병재 : 블랙 코미디’, ‘유병재 : B의 농담’, ‘박나래: 농염 주의보’, ‘이수근의 눈치코치’ 등 스탠드업 코미디를 비롯해 ‘범인은 바로 너!’ 시리즈와 ‘투게더’, ‘백스피릿’ 등 다양한 예능을 선보였지만, 추리 예능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은 ‘범인의 바로 너!’ 시리즈 외에는 특별한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유병재와 박나래의 스탠드업 코미디에서는 유쾌하면서도 날카로운 풍자, 과감한 19금 개그로 유의미한 반응을 얻어내기도 했으나, 이후 이수근 편에서는 다소 무난한 개그들만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외면을 불렀다. ‘투게더’는 이승기, 류이호라는 스타 배우들의 출연에도 심심한 여행 예능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백스피릿’ 또한 술과 인생 이야기라는 평범한 콘셉트로 실망감을 유발했다. 결국 예능 영역에서 유독 ‘안전한’ 선택만을 하며 넷플릭스 구독자들이 원하는 재미를 선사하지 못한 것이 부진의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넷플릭스 예능들은 ‘이미 TV에서도 보던 것’들을 다시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다. 예능은 TV 플랫폼과 타 플랫폼 간의 갭이 유독 큰 장르다. 일단 유튜브에서 흥행한 웹예능과 TV 예능만 봐도 그 차이가 뚜렷하지 않나”라며 “그러다 보니 TV 플랫폼에서 하던 인력, 소재 등을 가지고 가서는 넷플릭스 구독자들이 원하는 재미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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