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만 문제 악화되면
韓 '군사적 기여' 요구할 듯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일본 등 역내 주요 동맹의 역할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협약을 종료해 이를 명분 삼아 대중국 억지력 강화 측면에서 한국·일본 등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 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최근 펴낸 '2022 국제정세전망'에서 올해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 대중국 정책을 △소다자주의 기반의 우방국 결속 △글로벌 공급망 구축 △양자 및 다자 간 연합군사훈련을 확대 등 총 3가지로 요약했다.
연구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군사 부문"이라며 미국이 내년 "인도·태평양전략서, 국가안보전략서, 핵태세검토보고서 등의 발간을 통해 대중국 군사전략을 본궤도에 올려놓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운용 중인 반접근 지역거부(A2/AD) 전략 대응을 위해 중거리 미사일 등을 새롭게 배치해 재래식 무기체계를 현대화하고, 보다 유연한 병력 전개 구상(Dynamic Force Deployment)을 토대로 대중국 억지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미국이 러시아와의 INF 협약을 종료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중국 억지력 확보 차원에서 한국·일본 등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추진할 수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대만을 두고 미중 갈등이 첨예해질 경우 한국의 역내 군사적 기여 확대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한국이 이미 올해 여름부터 미국 중심의 다자간 군사훈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며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이슈가 불거질수록 한국의 군사적 기여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남중국해 견제를 위한 중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려 할 경우, 한국은 또 한 번 외교적 고민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미중 사이에서 곤혹을 치른 바 있는 한국이 미중경쟁 최전선에 또다시 내몰릴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거리 미사일과 별개로 미국 군 당국은 북한 위협이 증대될 경우 한국 측과 사드 추가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황이다. '공격용'인 중거리 미사일과 달리 사드는 요격용, 즉 '수비용' 미사일로 평가된다.
존 아퀼리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 9월 우리 국회 국방위원회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사드 관련 질문을 받고 "현재 사드 추가 배치 계획은 없지만 추후 북한 위협이 증가되면 논의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존중'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차기 대선결과에 따라 미국 입장도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아퀼리노 사령관은 사드 추가배치와 관련해 "미국 단독으로 진행하지 않고 한국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사드를 추가배치하지 않는 게 맞다"고 밝힌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주권사항"이라며 추가배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