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인터뷰에서 "출전 자체가 동기부여" 매 대회 집중 의지
후배들 위한 조언이나 경쟁자 평가에서도 몸 낮추며 '겸손'
올해의 선수상·상금왕·시즌 최다승…
LPGA 최정상에 있는 고진영(26·솔레어)은 여전히 겸손했다.
고진영은 27일 기자들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순간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으면서 “내년에도 트로피를 다시 들어 올리는 명장면을 연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3일(한국시각) 미국 골프위크는 LPGA 투어 올해의 10대 명장면을 발표하면서 고진영의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도 꼽았다. 당시 우승을 바탕으로 고진영은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등을 쓸어 담았다. 오랫동안 지켜왔던 세계랭킹 1위 자리는 탈환하지 못했지만, 2021시즌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손목 통증으로 대회 티오프 때까지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한 고진영은 대회 도중 캐디가 기권을 권유하기도 했지만, 화려한 피날레를 상상하며 극복했다.
그런 고진영의 투혼과 실력은 강력한 경쟁자마저 엄지를 치켜들게 했다. 마지막 대회에서 고진영에게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까지 빼앗긴 코르다는 LPGA와의 인터뷰에서 “(4라운드는)고진영 무대였다. 같은 조에서 뛰었는데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며 탄복했다.
많은 것을 이룬 고진영이 혹시라도 느슨해지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날 인터뷰에서 고진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출전 자체가 나에게는 동기부여”라며 그런 우려를 잠재웠다.
같은 소속사(세마스포츠마케팅)에 들어온 LPGA 퀄리파잉(Q) 시리즈 ‘수석 합격’의 주인공 안나린 등 LPGA 진출을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말에 “내가 그런 말을 할 위치는 아니다. 이런 질문 매우 곤란하다”고 웃으며 손사래 쳤다.
그러면서도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피가 되고 살이 될 얘기들은 남겼다.
고진영은 “미국에서는 짐이 많다. 짐을 가지고 다니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가면 좋다”며 “한국에서 투어를 뛸 때는 일요일에 대회가 끝나면 월요일과 화요일에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투어에서는 일요일 대회 끝나면 비행기 타고 이동한 뒤 다시 연습하기 바쁘다. 한국이 많이 그립고 외로울 수 있다. 골프에만 전념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지만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고진영은 미국에서의 바쁜 일정 탓에 즐겨보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도 한국에 와서야 넷플릭스로 챙겨봤다.
112주 동안 지켰던 세계랭킹 1위 자리에서 내려온 세계랭킹 2위 고진영은 코르다에 대해서는 “배울 것이 많은 선수”라며 경쟁자를 치켜세웠다. 둘의 랭킹 포인트 격차는 불과 0.04점. 하지만 고진영은 “넬리와는 많은 경기를 치렀다. 경기 중 얘기도 자주 한다”며 “티샷, 퍼팅까지 다 좋다. 넬리는 멀리 똑바로 치는 능력이 뛰어나다. 나보디 키도 크고 스윙도 좋고 모든 면에서 낫다. 칠 때마다 더 배우게 되는 선수”라고 평가하며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다.
두 번째 올해의 선수상, 세 번째 상금왕을 수상하고도 자세를 낮추고 “더 배우겠다”는 골프에 대한 진지한 자세. 그런 고진영의 마음가짐은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하다. 안주하지 않는 고진영의 2022년도 그의 유튜브 채널명대로 '고진영고진영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