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국민의힘 의원 60명 통신자료 조회
야권 발칵…김기현 "불법사찰 이유 밝혀라"
민주당 "영장 없이 60만 건 조회, 일상적"
김진욱 사퇴 및 국회 현안보고 요구도 거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 사건 파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 확인된 현직기자만 130여명에 달했으며,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현역의원 60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며 ‘불법 사찰’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2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날 기준 공수처가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확인된 국민의힘 의원은 105명 중 60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22일 7명으로 시작해 24일 26명, 27일 39명에 이어 절반이 넘은 셈이다.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도 명단에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김진욱 공수처장의 즉각 사퇴와 함께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의 고발도 잇따랐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은 이날 김 처장을 비롯해 성명불상의 공수처 관계자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사찰이 아니고 일상적 수사”라며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김 처장의 사과는 물론이고,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보고도 거부했다.
이날 민주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조오섭 대변인은 “영장 없이 일상적으로 보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한 해) 60만 건 정도 실시된다”며 “사찰이 아니고 일상적 수사 관련된 확인 절차 과정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수사 과정상 필요한 일이었는지가 중요하다”며 “사찰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률상 통신자료 조회는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 조회’와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사실 확인자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경우, 통화일시와 문자, 통신번호, 통화지역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어 수사기관의 영장에 의해서만 조사가 가능하다.
반면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 조회’는 영장 없이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입 또는 해지일, 아이디 등을 수사기관 요청에 따라 확인이 가능하다. ‘사업자가 제공할 수 있다’며 임의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수사기관의 요청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강제규정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언급한 60만 건의 조회는 ‘통신자료 조회’를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일례로 수사기관이 ‘내사 피의자’에 대해 영장을 가지고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본 뒤, ‘통신자료 조회’를 통해 그 상대방을 일일이 확인한다면 광범위한 언론·민간인 사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불과 5년 전 민주당은 국정원이 내사를 이유로 당직자 두 명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를 했다는 사실에 근거해 “광범위한 사찰로 볼 수밖에 없다”고 격하게 반발했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민주당 당직자 2명에 대해 통신자료를 조회한 민간인 사찰의혹에 비하면 수십 배인데 민주당은 아무런 말도 안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