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유전자엔 사찰 존재 無" 자신했던 靑
대통령의 검찰개혁 타격 불가피하자 거리 두기
靑, 野 입장 요구에도 "독립기구라 언급 부적절"
청와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에 침묵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공수처의 독립적 지위 보장이지만 조회 대상이 야당 인사들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역풍을 의식, 해당 논란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민간인 불법사찰 근절'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어서 책임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30일 공수처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차원에서 설치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 논란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면담을 요구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정부가 내세운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탄생한 공수처가 1960~1970년대 유신 시절 중앙정보부와 비슷한 형태의 민간인 사찰을 했다"며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이 정치에 개입하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누차 이야기 했다. 그러나 공수처의 무분별한 통신조회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본인의 의사를 피력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공수처의 불법 사찰과 야당 탄압에 대한 확실한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했다. 통신자료 조회 대상이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전날 "그토록 공수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외쳤던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왜 아무런 말이 없느냐"며 "과거에는 정보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를 맹렬하게 비난하던 사람들이 왜 공수처에 대해서는 침묵하느냐"고 꼬집었다.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는 데도 청와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다면 대선을 앞두고 '정치 개입'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명백히 합법적 행위"라고 공수처를 두둔하면서 비판이 거세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는 독립기구로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청와대는 침묵 속에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수처는 검찰개혁의 상징적 결과물로, 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타격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정치·선거 개입 △간첩 조작 △종북 몰이 등을 4대 공안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 형량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비판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2018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이 사찰 의혹이 불거졌을 때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