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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품격⑲] 1만4천년 삶의 이야기, 인류학과 종교를 흔들다


입력 2022.01.03 14:52 수정 2022.01.03 20:50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류지윤 기자

영화 ‘맨 프럼 어스’(The Man From Earth)

<편집자 주> 영화에 대한 사소한 잡담입니다. 배우, 연출, 배경에 대해 소소하게 혹은 장황하게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오래된 영화일 때도 있고, 지금 막 극장에 걸린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두 개의 영화를, 아니면 한 명의 배우를 이야기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코너에는 기자들의 사적인 감정이 많이 포함됐습니다.


10년간 지방의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던 중에 종신교수직도 거절하고 이사를 가려는 존 올드맨 (데이빗 리 스미스 분). 송별회를 하러 모인 동료들은 그가 왜 떠나는지를 추궁하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존은 자신이 1만 4000년 전부터 살아온 사람이라고 말한다. 존은 자신이 늙지 않는다는 것을 다른 이들이 알아채기 전에 10년 주기로 이동을 했다는 말로 시작, 역사 속에 자신이 선 위치에 대해 말한다. 어떤 시기를 살았고, 누구를 만났으며,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처음에 농담으로 듣던 동료들은 전문가인 자신들의 질문에 논리정연하고 일관성 있게 대답하는 존을 보며 혼란스러워 한다. 그러던 중, 존은 자신이 부처의 가르침을 로마에 전달하러 갔고, 그 와중에 본의아니게 예수가 되어버렸다고 말한다. 신학 교수인 이디스는 혼란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고, 존의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게 흘러간다. 결국 존이 자신의 이야기는 다 지어낸 이야기라고 말하며 송별회는 끝난다. 그러나 결국 존의 말 한마디는 하나의 진실을 밝히게 되면서 큰 반전을 보여준다. (줄거리)


유명준 : ‘맨 프럼 어스’를 지윤이가 어떻게 봤는지가 궁금?


류지윤 : 한 공간 안에서 SF, 휴머니즘, 종교가 다 있네요. 워낙 유명한 영화라 내용은 알고 있었는데, 마지막 장성한 자녀의 죽음을 보는 게 제게 반전이었어요. 기본적인 지식 같은걸 알고 보면 더 재밌을 것 같은 느낌? 만약에 내용을 몰랐다면 예수 나왔을 때 가장 놀랐을 것 같기도 해요. ^^


유명준 : 난 이 영화를 올레tv 무료상영 때 봤는데, 포스터가 촌스러운데 평점이 높아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봤다가 채널을 돌리지 못했지.


홍종선 : 나는 몇 번을 보는데도 그 대사 하나 하나를 제대로 듣고 싶어서 계속 일시정지를 하며 봤어요. 웬만한 대학 강의보다 알찬 인문학 수업. ^^


유명준 : 그렇죠. 하지만,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기독교인 친구는 강렬하게 비판을 하더라고요.


류지윤 : 대화만 나누는데도 몰입이 상당하더라고요 흥미로웠어요. ^^ 당시 개봉 상황이 궁금해요, 말씀처럼 기독교인 관객들은 거부감 들 것 같아요.


홍종선 : 단순히 지식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죽음에서 불사의 문제, 인류의 진화, 종교의 발생에서 참 종교란 무엇인가까지의 너무나 많은 생각할 거리를 우리에게 주잖아요.


류지윤 : 전 몇 번 더 봐야할 거 같아요 정말 방대하게 담겨 있다보니.


유명준 : 영화를 보면서 내가 영어를 잘 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 저런 류의 대화는 해본 지 너무 오래라서.


류지윤 : 한국어로 나눠도 저런 대화 쉽지 않죠. ^^


홍종선 : 영어는커녕 한국어로도 거의 불가능한 대화. 대화 속에서도 각계 전문가 다섯이 모여도 반박 불가한 이야기들이잖아요.


유명준 : 전 극 중 이디스 신학 교수가 반발하는 게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신성 모독이란 말이, 좀 무섭게 들리기도 했고.


류지윤 : 자신이 평생 철썩 같이 믿어왔던 것들이 부정당하면 충격이 좀 심할 것 같긴 해요.


유명준 : 사실 종교에 대해 집안 자체가 복잡해서 받아들이는 게 유한 편인데도, 유독 기독교에 대해서만 약간의 거부감이 있거든.


홍종선 : 그 실망감과 신성모독에 대한 불쾌함은 충분히 알겠으나 교수로서도, 기독인의 품성으로서도 정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줬죠. 저는 감독의 기독교 또는 인간세상을 위해 왜곡된 종교에 대한 비판의식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 결코 “부처의 가르침을 당시로서의 ‘현대’에 맞게, 서양에 맞게 해석한 게 기독교”라는 주장이 아니라 그 이디스 교수의 옹졸한 태도였다고 봐요


유명준 : 그렇죠, 그 부분. 타 종교에 대해 대함에 있어의 태도, 즉 흡수하고나 인정하거나 하는 모습이 기독교 쪽이 너무 폐쇄적이고 강제적이랄까. 그런 부분들이 이디스 교수를 보여준 것 같아요. “예수를 믿으세요”라고 길거리에서 강제하는 종교는 기독교밖에. 혹은 “제사 지내세요”라는 몇몇 종교와.


류지윤 : 오호, 역시 한 번 보고는. 듣고 보니 그러네요. 이디스 교수를 통해 보여준 기독교의 폐쇄성.


홍종선 : 사실 이디스 교수의 옹졸한 태도에 가장 화나야 할 사람은 진정한 기독인들이라고 생각해요, 이디스에 동조하는 게 아니라. 이디스 캐릭터에 의해 종교인 품성의 민낯이 벗겨진 거니까요.


유명준 : 극중 존 교수가 이야기한 것이 자기는 그냥 부처의 가르침을 현대에 맞게 전했을 뿐인데, 이를 갑자기 신성시하며 이상하게 변질했다고 지적하죠. 존 교수가 자신이 예수, 아니 정확히는 예수로 갑자기 추종 받는 이야기를 할 때부터 확실히 영화의 흐름이 변하긴 했어요.


홍종선 : 실제로 성경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2000년간 다수에 의해 믿어지며 그 이전의 종교와 경전이 많이 잊혀서 그렇지, 실제로 그 한참 전에 성경의 장면들이 담긴 경전이 시리아 등에 있었잖아요. 영화 속 인류학자가 설명하듯이.


유명준 : 그렇죠. 여러 버전이 있고, 다른 문화에서의 내용이 접목되기도 했다고. 영화 속 이디스 교수 모습도 그렇지만, 확실히 종교의 문제는 현실에서도 풀기 어려운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결혼 앞두고 종교 때문에 헤어진 커플들도 꽤 봤죠.


홍종선 : 저는 이 영화가 그저 1만4000살 원시인의 생애 얘기만 하거나 고흐, 콜럼버스 같은 유명인과의 조우 얘기만 하다 끝났다면 명작이 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해요. 바로 가장 민감한 부분인 종교, 또 인간 불사의 문제를 화제에 올렸기에 명작이 됐다고 생각해요.


유명준 : 맞아요. 사실 지금 제가 앞서 종교 부분부터 이야기한 것도 그것이 어찌 보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서.


류지윤 : 종교 이야기가 나오고부터 바짝 흥미가 더 가긴하죠.


홍종선 : 그만큼 인간에게 있어 죽음이라는 당위, 이의 연장선에 있는 종교가 중요한 테제라는 걸 이 영화가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싶어요. 종교 얘기 나오기 전에는 “오래 산다고 해서 미래를 앞설 순 없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또, 생과 사에 대해 '파도가 밀려왔다가 쓸려나가는 것, 들판 위에 부는 바람'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인상적이었고요. 우리가 돌아온 생을 반추하며 앞으로 가듯, ‘맨 프럼 어스’는 우리 인류가 살아온 길을 반추했다고 생각해요. 내일을 위한 오늘의 준비인 거죠.


유명준 : 존은 이야기하죠. “난 그저 오래 산 사람일 뿐”이라고. 천재적이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은. 자신도 병에 걸리고 죽을 뻔했다고. 과거에 배운 지식도 시간이 흐르면 다시 배워야 하고.


류지윤 : 오호, 맞아요. 오래 살았다고 많이 알 것 같고 편리할 것 같은데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 또 맞춰서 살아왔을 것 같아요 그리고 너무 외로워 보여요!!


홍종선 :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고, 주가를 전망하거나 로또 당첨 번호 미리 알아서 부자가 될 수도 없고. 똑같이 병 걸리고 습득하며 1만4000년을 산다는 건. 삶의 지옥 속에 갇힌 느낌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100년도 못 사는 걸 아니까, 열심히 사는데 영생의 삶을 얻은 사람이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에서 존에 대한 믿음과 존경이 생기더라고요.


유명준 : 영화에서 그런 죽음에 극적으로 양념을 더한 것이 닥터 윌 아내의 죽음이죠. 윌 아내의 죽음과 1만4000년을 산 사람의 이야기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윌이 초반에 화가 날만도 해요. 마치 자신을 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테고. 그래서 총을 들었을 수도.


홍종선 : 마치 내 아내의 목숨을 앗아서 존이 생명을 연장한 것으로 느껴졌을 듯요.


유명준 : 이 부분은 드라마 ‘도깨비’에서도 표현이 잘 되죠. 공유가 자신을 모시던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그들의 죽음 보고 계속 무덤을 만들어주고.


류지윤 : 그게 정말 지옥 같을 것 같아요.


홍종선 : 윌의 설명에 따르면, 꼭 피를 빨아서가 아니라 막연히 생물학적으로 또는 심령학적으로 타인의 생명 에너지를 앗는 거죠.


유명준 : 그런데도 사람들은 불사, 영생 등에 굉장히 욕심을 부리는 것 같아요.


홍종선 : 지윤의 외롭다는 말에 정말 동의하는데. 우리는 사회 속에서 남과 다른 것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죠. 다르면 배척당하니까. 그걸 만 년 넘게 한 존은 어땠을까. 그나마 유목민일 때는 나은데 정착민이 되고 고대 도시국가가 되고 중세 장원제가 됐을 때는 도시와 성곽을 경계로 폐쇄성이 짙어졌으니 정말 목숨 걸고 도망 다니거나 무리에 섞였을 듯요. 이토록 외롭고 지옥 같을 수 있는 삶인데 영생을 원하네요. 또, 영생을 욕심 내는 동시에 정말 그렇게 보이는 존재(일테면 뱀파이어)는 배척하고요. 내가 성취하지 못한 걸 갖고 있으니 화가 나는 걸까.


유명준 : 그보다는 선배가 말했듯이 다른 존재니까요. ‘엑스맨’에서도 다들 뛰어난 존재지만, 무서워하잖아요. 없애려 하고. 저는 그보다 앞에 지윤이가 말했듯이 자식이 죽는 모습을 본다는 것이…(더욱 지옥으로 느껴져요). 사실 현재에도 잦은 사고로 있을 수 있고, 가슴 아픈 것인데. 그것을 만약 1만년 넘게 지속해서 봤다면.


홍종선 : 나는 자식이 쓰러졌을 때, 외모로는 아버지 같은 자식을 붙들고 ‘우리 칠리윌리’ ‘나의 그루버’ 정말 아빠처럼 말할 때, 이 사람 마음속에 있을 수많은 가족의 무덤이 연상되며 그 마음속 적막함이 느껴졌어요. 그러니 조교가 자신을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멀리 했겠지. 더 이상의 사랑, 가족이라는 인연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유명준 : 그래서 사람들에게 말 안하고 떠나려고 했던 것이고. 그런데도 이번에는 뭔가 남기고 싶어서 말을 건넨 듯하고요.


류지윤 : 네, 10년씩 옮겨 다니며 길게 정을 주고받지 않을 것 같아요. 이거 속편도 있던데 혹시 보셨나요?


유명준 : 속편은 아직 못 봤어. 대략 보니 존이 거기서는 늙는 것으로 나오던데. 솔직히 1편의 여운을 지우기 싫어서 2편을 안 본 상황. ^^


류지윤 : 평은 별로 안 좋던데 함 봐야겠어요, 뒷이야기가 궁금해요. ^^


홍종선 : 나도 2편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유 부장처럼 여운을 간직하고 싶어.


유명준 : 지금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데, 엄마는 계속 젊고 딸은 늙어가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래서 엄마가 계속 이사 다니고. 그러다 젊은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딸을 소개하는. 아, 그러고 보니 ‘별그대’ 김수현도 이런 종류. 물론 김수현은 외계인이지만.


홍종선 : ‘인터스텔라’에서 딸은 할머니로 침대에 누워 있고 아들은 다시 시간여행을 떠날 때 예전 그대로인 모습도 생각나네. 마지막에 차가 멈추고 조교가 그 차에 타는 장면은 어떻게 봤어요?


유명준 : “결국은…그러나”로 봤죠. 결국 둘이 살 수는 있지만, 결국 아이를 낳고 하면 윌과 같은 상황을 맞이할.


류지윤 : 저는 그럼에도. ^^


홍종선 : 윌의 장례식에 돌아올 거라는, 짧은 기약이 가능하기에 일단 탔다고 봤어요. 그러고 나서 존과 함께 갈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저는 다시 함께 떠날 거라 생각했어요. 자신의 커리어를 놓치는 일이긴 하지만 사랑은 인생을 걸만한 일이니까. 설사 그 뒤에 아픈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해도. 그 엄청난 대작, 6차원을 오간 시간여행 ‘인터스텔라’의 결말도 사랑을 위해 다시 떠나는 것이었듯 이 엄청난 파란을 일으킨 영화의 결말도 사랑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표나게 뽐내서 사랑을 강조하진 않았지만요.


류지윤 : 그럼에도 또 사랑이 피어납니다.


홍종선 : 데이빗 리스미스. 이 배우 어때요? 존 올드만을 연기한 주인공.


유명준 : 전 이 영화밖에 기억이 안 나서.


류지윤 : 저도 이 영화로 알았어요. 눈빛이 넘 쓸쓸해요.


홍종선 : 사실 별다른 영화도 없고.


류지윤 : 이후 ‘맨프럼어스2’ 말고는 활동작이 없네요.


유명준 : 이 영화만 본다면, 흡입력이 강한 느낌이에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밀고 당기는 상황을 잘 표현하고요.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톤이 마음에 들었어요.


홍종선 : 맞아요, 전적으로 공감! 준비된 배우는 이렇게 큰 역을 맡아도 역시 해내는구나 싶어요. 그게 연기력이든 살아온 이력의 덕이든 오래(1만4000년) 산 사람의 너그러움과 여유, 쓸쓸함이 진하게 배어 있어요. 캐스팅 정말 잘한!


유명준 : 다른 사람들이 흥분하고 따지고 뭔가 굉장히 불쾌감을 느낄 때도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대칭점을 잘 만들었다고 봐요. 어찌보면 이 영화 자체가 배우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어서 캐스팅을 잘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홍종선 : 가장 교양 있는 인간의 모습. 그래서 예수라는 설정에도 ‘엥? 네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현자 같은 느낌.


유명준 : 선배도 전에 글([홍종선의 올드무비] 1회)에 썼지만, ‘구강 액션’을 최대한 보여주는 영화라.


홍종선 : 그렇죠. 배우들의 대사 연기가 정말 중요한 영화. 아니 그게 다죠. ^^


유명준 : 존 올드만 이외에도 전체적으로 배우들이 그 역들을 잘 소화해냈죠.


류지윤 : 저 여담인데 이 영화보고 ‘완벽한 타인’ 봤어요.^^ 결은 다르지만 한 공간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갑자기 보고 싶어져서.


홍종선 : 그 아트 교수와 학생은 무슨 관계인 거예요? 나의 잘못된 선입견에 신경을 쓴 건가 ^^


류지윤 : 저도 그렇게 본 것 같은데. ^^


홍종선 : 맞아, ‘완벽한 타인’도 배우들의 구강 액션 최고!


유명준 : ‘아트 교수와 학생은 선배가 본 게 맞을 겁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저도 그렇게 봤으니. ^^ 구강 액션은 ‘남한산성’도.


홍종선 : 또 영화 ‘공작’도 총성 없는 액션, 구강 액션 첩보물!


유명준 : 전에는 화려한 것이 좋았는데. 나이 먹을수록 이렇게 말로 뭔가 몰입하게 하는 영화가 좋더라고요. 거기에 뭔가 나도 말을 얹고 싶은 충동도 생기고. 앞에 많이 이야기했지만, 솔직히 이디스 교수 이야기할 때, 앞에 있었으면 싸웠을수도. ^^


홍종선 : 영화에 있어 비주얼도 중요하고 기술도 중요하고 여러 요소의 종합 예술이지만. 영화의 기본이 대사와 이를 표현하는 배우, 이를 연출하는 감독이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 주죠. 최소한의 요건이랄까. 이디스, 아트, 싸움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 그러면서 가장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해결사인 걸로 스스로 생각하고. 지식은 적어도 두 젊은 여성이 유연한 태도를 보여 줘서, 나이 잘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 ^^


류지윤 : 계속 듣고 싶은데 (이디스와 아트가) 자꾸 잘라 먹어가지고. ^^


유명준 : 이 상황은 방송 토론을 보면 똑같이 느낍니다. 진짜 토론 잘 하는 사람들은 다 듣고 이야기하는데, 못하는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만 하려고 계속 자르니.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말하고 대답하려 하면 “잠깐 내 이야기 들어보세요”로 다시 이야기하는. ^^


홍종선 : 지식과 교양, 지식과 인성은 다른 문제인 거죠. 지식이 교양과 인성에 보탬이 되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데 흔히는 많이 알수록 아집이 강해지는 모습을 종종 봐요. ‘맨 프럼 어스’가 이렇게 인간의 모습에까지 엑스레이를 들이댑니다. ^^


<영화 ‘맨 프럼 어스’는...>


홍종선 : 혁신은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곤 하지만, 혁신이 일상이 되면 우리의 삶이 나아졌다는 게 보인다. 특정 종교에 대한 폄훼로 가치절하 하지 말고 인간이 한 생을 살아나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종교가 어떻게 태동되는지, 지구의 역사 속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해 보는 ‘시작 단추’를 눌러 주는 이야기로 생각하고 본다면 ‘맨 프럼 어스’는 혁신이다.


류지윤 : 한 공간에서 주고받는 대사만으로 긴 러닝타임을 끌어가고 몰입감을 유지하는 영화. 관객들의 상상력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인류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에서 놀라움을 느꼈다. 영화가 비주얼로 보여주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명작!, 볼 때마다 꽂히는 포인트가 다르다고 하니, 다섯 번은 봐야 할 것 같다!


유명준 : ‘사람의 말’은 무섭다. 특히 그것이 타인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라면. 말이 타인을 어떻게 휘두르는지 혹은 그것이 어떻게 몰입을 갖게 하는지 궁금하다면 반드시 볼 것.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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