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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빙판 위 묶어두고 고양이 32마리 방치…동물 방임은 죄가 아닌 나라


입력 2022.01.07 05:04 수정 2022.01.06 23:34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진도믹스견 얼어붙은 강 위에서 묶인 채 발견…오피스텔서 고양이 32마리 방치 사례도

전문가 "방치로 인한 상해, 질병 입증돼야만 처벌…유기시 300만원 이하 벌금형"

"방치, 방임 행위도 동물학대로 보고 사육·관리 의무 위반시 제재 있어야"

독일·스위스 사육관리 조항 위반시 벌금형…호주는 징역형까지

지난 1월 안산시 단원구 탄도호에 노끈으로 돌에 묶여 발견된 생후 2개월 진도믹스견 ⓒ 연합뉴스

얼어붙은 강 위에 강아지를 묶어놓고 가는 등 동물을 방임·방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현행법상 직접 때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의 학대가 아닌 이상 가해자 처벌은 어려워 비난여론이 들끊고 있다. 전문가들은 권고 수준에 그치는 동물 사육관리 조항을 해외처럼 처벌조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기 안산경찰서는 지난 5일 얼어붙은 강 위에 묶인 채 시민, 동물보호단체에 구조된 강아지의 주인 A(50)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1일 자신이 기르는 생후 2개월가량 된 진도믹스견(떡국이)을 안산시 단원구 탄도호에 노끈으로 돌에 묶은 뒤 빙판 위에 놔둔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를 받고 있다.


같은 날 서울 동대문구의 좁은 오피스텔에서는 고양이 32마리가 방치된 채 발견돼 동물구조단체에 구조됐다. 구조단체 ‘나비야사랑해’ 측에 따르면 밀린 월세를 받으러간 임대인이 고양이들을 발견했으며 고양이 주인은 고양이들의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쓰고 사라졌다. 단체는 “주인이 동물을 물건처럼 모으면서도 기르는 일에는 무관심한 ‘애니멀 호더’로 보인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떡국이 주인 A씨와 고양이 32마리 주인의 실제 처벌 수위가 높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동물보호법상 '유기'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거나 '학대' 혐의를 적용하더라도 동물들의 상해, 질병이 생긴 인과관계가 있을 때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유기'한 소유자는 3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다만 떡국이 주인처럼 묶어두고 가더라도 다시 찾으러간다면 유기하려는 고의성을 입증하기 힘들다.


실제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강아지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CCTV로 확인돼 유기는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법무법인 청음 문강석 변호사는 "유기란 동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방치하는 것인데, 떡국이 주인은 떡국이를 묶어뒀다 다시 돌아왔으니 경찰이 방치 의사가 명백하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변호사는 "동물보호법 제8조에 따르면 최소한 사육공간 관리를 위반해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시켰을 때를 '학대'로 보고 있다"며 "집에 방치된 고양이들과 강가에 놓인 떡국이가 방치로 인해 상처를 입거나 질병이 생겼다고 입증되지 않는 한 처벌이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이어 "다만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동물을 혹서, 혹한 환경에 방치하여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도 학대로 보고 있는데, 경찰이 떡국이의 신체적 고통을 어떻게 입증할지가 관건이다"며 "이를 입증하기 어렵다면 불기소 처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접 때리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학대행위가 아니더라도 동물을 방치, 방임하는 것도 학대로 인식하고, 현행법상 사육관리 조항을 의무규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죽거나 직접적인 상처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방치된 동물이 고통을 겪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사실 동물보호단체에서 들어오는 민원, 제보들 다수가 가혹학대 행위보다 방치하는 행위로 인한 게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사육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경고조항으로만 돼있는데 방치, 방임하는 행위도 학대로 보고 해외처럼 법적 제재를 높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우리나라 동물보호법 제7조는 사료와 물 공급, 운동·휴식·수면 보장, 질병·부상의 신속한 치료 등 동물의 소유자등이 동물을 사육·관리하면서 지켜야할 기준을 규정했으나 '노력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을 뿐, 의무 조항은 아니다.


반면 해외 주요국가에서는 동물 소유자, 보호 책임이 있는 사람이 지켜야할 사육·관리 조항을 강제조항으로 규정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 자체를 '방임'으로 규정하고 학대로 인식해 처벌하고 있다.


어웨어의 '동물 방임 및 최소 사육·관리 의무에 대한 해외 입법례'에 따르면 독일과 스위스의 경우 동물복지법에 명시된 사육관리 의무를 위반할 경우 각각 최대 2만5000천 유로, 2만 스위스프랑 벌금에 처한다. 호주의 빅토리아주도 동물학대방지법에 따라 '책임자가 충분한 먹이, 쉴 곳을 주지 않는 행위'를 한 개인은 250점 이하의 벌점 또는 12개월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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