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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임박’ 심신 지친 김연경…팬들 “하고 싶은 거 다해”


입력 2022.01.09 07:13 수정 2022.01.09 07:14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사실상 감금에 가까운 중국 리그에서의 격리 생활 마치고 곧 귀국

유럽·미국행 등 거취 놓고 고민..V-리그 복귀 다음 시즌에나 가능

팬들, 지친 몸과 마음 추스르고 천천히 결정하라는 애정의 메시지

지난달 김연경은 격리 생활 중 먹고 싶은 수십 가지의 한국음식을 열거했다. ⓒ 유튜브 채널 '식빵언니'

‘월드클래스’ 김연경(34)의 귀국을 앞두고 향후 거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연경은 지난 4일 중국 광둥성 장먼스포츠센터에서 펼쳐진 ‘2021-22 중국여자배구 슈퍼리그’ 3위 결정전(3전 2선승제) 2차전에서 3-0(25-20, 25-17, 25-14) 승리를 이끌었다. 1차전에서 팀 내 최다득점(21)을 올린 데 이어 2차전에서도 20점을 찍은 김연경 활약 속에 상하이는 3위를 확정했다.


후배들과 중국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지만 '외국인선수' 김연경에게는 참 어려운 시즌이었다.


중국배구협회는 시즌 개막에 앞서 돌연 팀당 외국인 선수는 1명 출장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2020 도쿄올림픽 MVP 조던 라슨과 출전 시간을 나눠야 했던 김연경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세트당 득점 2위(5.56점), 리시브 1위(75%) 등 ‘배구여제’다운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중국배구협회는 올스타전에서 외국인선수를 제외해 중국 배구팬들에게도 비판을 들었다.


이번 시즌이 더 괴로웠던 것은 자유가 제한된 사실상의 감금(격리) 생활 때문이다. 지난 11월 중국 여자 프로배구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로 이적한 김연경은 시즌 개막에 맞춰 10월 22일 중국으로 떠나 2주 격리 생활을 마친 뒤 팀에 합류했다. 이후 김연경은 숙소인 호텔과 경기장만 오가는 생활을 이어왔다.


중국여자배구 슈퍼리그 2021-22시즌은 2월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일정이 단축됐다. 단축된 리그는 14개팀이 A·B조 7개팀으로 나뉘어 홈&어웨이가 아니라 특정 장소에 모여서 일 3~6경기를 소화하며 진행됐다. 여기에 코로나19 방역 강화 조치에 따라 김연경은 숙소와 경기장만 오갔다.


김연경은 지난 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식빵언니’를 통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해외 활동을 하며 겪는 고충을 고백했다.


김연경은 “버블 형태로 지내고 있다. 호텔 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체육관에 걸어서 갔다가 걸어서 온다. 운동이 끝나면 바로 호텔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많은 분들이 모르시더라”며 “외부 활동이 절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12월에는 SNS에 치킨, 햄버거, 삼겹살 등 먹고 싶은 음식 수십 개를 올렸다. 김연경은 “(네티즌들이) ‘해먹으면 되지 않냐’ ‘한국 식당가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얘기하더라”며 “버블 안에 있는 상태라 못 나가고, 한국 음식을 먹고 싶어도 해 먹을 수가 없다. 호텔에도 주방이 없다”고 말했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 주역 김연경. ⓒ 뉴시스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이끌고 짧은 시즌을 치르는 중국행을 결정한 김연경은 중국 리그까지 마치는 등 쉼 없이 달려왔다. 김연경은 며칠 내 한국에 입국해 다음 거취를 고민한다. 이번 시즌 내 한국 V-리그 복귀는 규정과 절차상 불가능하다. 한국 복귀는 다음 시즌에나 가능하다. 복귀해도 임의해지 신분으로 기존 소속팀 흥국생명에서 한 시즌을 치른 뒤 FA 자격을 얻는다.


배구 관계자들은 유럽 혹은 미국 리그 진출을 전망한다. 해외 선진 시스템을 흡수한 지도자나 현장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행정가 등의 원대한 꿈을 품고 있는 김연경이 해외로 진출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유럽 리그는 바로 등록해 참가할 수 있고, 새로 출범한 미국 리그는 다음달 시작된다. 해당 리그 팀들의 러브콜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상급 선수로서의 현재도 당연히 중요시하고 있다. 김연경은 지난해 올림픽을 마친 뒤 “보쌈을 먹고 있는데 어떤 분이 계산하고 ‘고생하셨다’고 해주셨다”며 “사랑을 너무 많이 받고 있다. 그런 팬들에게 ‘나이도 들었는데 여전히 잘하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밝힐 만큼 팬들에게 끝까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전한 바 있다.


물론 올 시즌 더 이상 뛰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배구 여제’를 더 빨리. 한 경기라도 더 많이 보고 싶지만, 팬들은 김연경의 지친 심신을 먼저 생각한다. 김연경을 아끼는 마음이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수고한 김연경에게 “(먹고 싶고)하고 싶은 거 다해”라며 먼저 휴식을 권하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전후 쉼 없이 달려온 만큼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면서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팬들의 애정 어린 메시지다. 배구 여제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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