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봉
뮤지컬이나 연극, 영화으로 소개됐던 고전 '웨스트 사이스 스토리'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손에서 다시 만들어졌다. 최고의 뮤지컬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라고 언급해왔던 것과, 그가 지금까지 많은 작품들을 통해 쌓아온 연출 실력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첫 뮤지컬 영화 도전은 기대가 컸다. 그리고 그는 기대를 황홀한 뮤지컬 영화 탄생이란 결과물로 보답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뉴욕으로 옮겨왔다. 맨해튼을 장악하고 있던 백인 청년 무리 제트파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맨해튼에 정착하려는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무리 샤크파의 갈등, 그리고 제트파의 토니(안셀 엘고트 분), 샤크파 리더의 여동생 마리아(레이첼 지글러 분)가 사랑에 빠지며, 꿈과 희망, 그리고 갈등과 비극, 화해가 그려진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레디 플레이어 원', '마이너리티 리포트', '에이 아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 '쥬라기 공원' 시리즈 등으로 전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아왔다. 첫 뮤지컬 영화 도전이지만, 첫 장면부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왜 거장으로 불리는지 단 번에 상기시킨다. 화려한 색감과 사실적인 거리 묘사로 1950년대 혼란스러운 뉴욕 맨해튼 거리를 배경 삼아, 한 몸에 된 것 같은 배우들의 퍼포먼스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주는 황홀함의 시작을 알린다.
거리를 자유롭게 누비며 자신의 꿈을 각자 이야기하며 영역 싸움을 하는 제트파와 샤크파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잡아냈다. 완벽하게 계산된 춤과 노래를 잡아내는 카메라의 리드미컬한 동선이 군무신들을 더 빛나게 한다.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시대에 맞는 재해석도 잊지 않았다. 그 동안 백인들을 분장시켜 푸에르토리코인을 연기시킨 것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푸에르토리코인 캐릭터들 100%를 라틴계 배우들로 캐스팅했다. 또 언어와 문화 차이를 전달하기 위해 스페인어에 의도적으로 자막을 삽입하지 않았다. 물론 자막 없이 상황과 배우들의 표정, 억양 등으로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짐작할 수 있으며 관람하는데 방해는 없도록 배치했다.
지금 시대에 가족의 원수를 사랑하게 된 '로미오와 줄리엣'의 절절한 이야기가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왜 사랑에 빠졌냐보다는 어떻게 사랑을 하고 서로를 지키는지에 집중해 본다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선사하는 156분간의 마법에 온전히 젖을 수 있다.
빈민가 내에서 벌어지는 가난한 청춘들의 암울한 현실과 여기에서 피어난 비극 등 이야기는 새롭지 않지만 그럼에도 계속 만들어지는 힘은 시간이 흘러도 가치와 신념은 변하지 않기 때문 아닐까. 1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