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선거 시기 되면 거꾸로 가 걱정"
방역 협조·백신 불안감 해소 역할 요청도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올해 처음으로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 '국민 통합'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통합의 사회, 통합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종교 지도자들께서 잘 이끌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부터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종교 지도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서 남은 마지막 과제가 국민들 사이의 지나친 지나친 적대와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과 화합의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원행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류영모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손진우 성균관장, 송범두 천도교 교령, 이범창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문덕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수석부회장,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당연히 정치가 해냈어야 할 몫이지만 저를 포함해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오히려 선거 시기가 되면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한마음으로 서로 격려하며 위기를 넘는 연대와 협력의 중심이 되고,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사랑하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종교 지도자들께서 큰 역할을 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당부는 대선과 지방선거 등 올해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진영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결정하면서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웠고, 임기 마지막 해 화두로 '국민 통합'을 제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종교 지도자들에게 '국민 통합'을 당부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0월 21일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 '조국 사태' 당시 이른바 서초동·광화문으로 국론이 분열되자 "대통령인 저부터 정치 모두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겠지만, 역시 종교 지도자께서 더 큰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종교계의 지속적인 방역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4차 유행이 점점 진정되어 가고 있지만 코로나의 완전한 극복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아주 큰 고비가 아직 남아있다"며 "정부와 종교계 간 코로나 대응 실무협의회를 계속하고 있지만, 오미크론의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종교계가 다시 한번 힘을 모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방역 당국과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 접종 대상자가 3차 접종까지 빨리 마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면서 "백신접종에 대한 불신이나 불안 해소에 종교계의 역할이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 백신접종 확대를 위해 마음을 모아 주시기를 당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을 대표해 인사말을 한 원행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은 "금년에 중요한 선거가 있다. 국민이 분열되지 않도록, 상생할 수 있도록 종교 지도자 여러분들께서 함께 힘을 합칠 것"이라며 "우리 종교 지도자 여러분들께서도 남북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해서 역할을 담당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