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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86)] 음악과 함께 보낸 10년, ‘로큰롤라디오’의 변화


입력 2022.01.19 14:09 수정 2022.01.19 14:0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2년만에 새 싱글 '선잠' 발매

"정규 3집 앨범 최대한 빨리 선보일 것"

2013년 ‘Shut up and dance’로 데뷔한 4인조 록밴드 로큰롤라디오(보컬·기타 김내현, 리드기타·보컬 김진규, 베이스·보컬 이민우, 드럼 최민규)는 올해로 데뷔 10년차 밴드가 됐다. 서로 다른 취향, 각자의 강한 개성을 갖고 있는 밴드의 경우 멤버들 간이 불화와 교체로 팀 자체가 깨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로큰롤라디오는 10년이란 긴 세월을 멤버 교체 한 번 없이 팀을 이어오고 있다.


물론 변한 것도 있다. 초창기 탄탄한 연주력을 뽐내는 복잡한 테크닉에 집중한 댄서블한 음악들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 앨범들에선 그 당시보단 정돈된 무게감이 느껴진다. 세월이 흐르고, 연륜이 쌓이면서 찾아온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음악도 그들과 함께 세월을 지내고 있는 셈이다. 분명한 건, 10년의 세월을 보낸 만큼 그들의 음악은 분명 더 깊고, 단단한 변화를 거친 듯 보인다.


ⓒ로클롤라디오

-지난 ‘라스트크리스마스’ 이후 2년 만에 새 싱글 ‘선잠’을 발매하셨어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모두가 그렇듯이 코로나 때문에 활동이 쉽지 않았습니다. 각자 생활인으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원래는 ‘라스트 크리스마스’ 이후 2020년 5월 EP 발매를 목표로 5곡을 녹음했고 ‘선잠’은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EP 계획은 보기 좋게 무산되었죠. ‘코로나가 끝날 때쯤 정규3집을 발매하는 걸 목표로 작업해보자’고 다시 의견을 모았지만 이 역시 코로나가 끝도 없이 길어지며 또 무산됐고요. 그렇게 어느 샌가 2년이 흘렀네요.


-코로나로 지나온 2년의 시간을 ‘선잠’을 잤다고 표현하신만큼, 그 시간들이 로큰롤라디오에게도 큰 이슈였던 것 같습니다.


밴드에게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 손발이 묶인 것과 다름없습니다. 종종 비대면 공연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온라인으로만 만나는 건 저희에게나 팬분들에게나 여러모로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모두가 그랬겠지만 저희도 멘탈 관리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무대가 사라지니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확인 받을 길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거의 2년 정도 밴드 활동에서 멀어져 생활하다보니 오히려 정신적으로 환기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얻은 유일한 소득이 아니었나 싶네요(웃음).


-이 노래가 선잠에 피로한 이들에게 달콤한 숙면을 기원하는 노래라고요? 로큰롤라디오에게도 그런 음악이 됐나요?


다행히도 멤버 중에 수면장애가 있거나 불면증을 겪거나 하는 사례는 없었습니다. 하하. 진규는 평소에도 로큰롤라디오 음악을 들으면서 잘 잔다고 하네요.


-‘선잠’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이 있다면?


‘선잠’은 로큰롤라디오식 발라드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죠. 80년대 무드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습니다. 믹스 과정에서 예전 아날로그 장비들을 사용하면서 특유의 따뜻한 질감을 살리기 위해 애썼죠.


-앨범 작업 중 특별한 에피소드도 있다면 들려주세요.


발매 날짜를 잡고 내현이가 노래를 다시 녹음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습니다. 결국 반신반의하며 재녹음을 했고요. 다행히 코로나 직전에 쓴 노래 가사였는데, 코로나 2년을 겪고 난 후에 다시 부르니 뭔가 훨씬 진한 느낌이었습니다. 녹음(황재연·최부건)부터 믹스(배지열), 마스터(신동익)까지 친한 친구들과 함께해서 더 좋았던 작업이었습니다.


-내현 씨의 보컬은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밴드 초창기엔 목소리에서 의도치 않게 ‘청년미’가 묻어나와 고민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청년미’가 줄어드니 본래 의도한 느낌이 살아나는 것 같고요. 스스로는 매우 만족스러워 하는 중입니다(웃음). 프랑크 시나트라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로큰롤라디오

-작업을 끝낸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무래도 저희 스스로에겐 나온지 2년이 넘은 노래라 그런지 신곡을 발표한 느낌 보단 밀린 숙제 중 일부를 끝낸 기분이었어요. 이제 코로나도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에 접어들었고, 빨리 다음 작업들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멤버들의 만족도가 꽤 높아 보이는데요.


오랜만에 발매한 노래라서 기분이 좋은 것도 있지만, 친한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작업하면서 만든 결과물이라 만족도가 더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쉬움이 없을 순 없지만 다들 매우 만족하는 편입니다.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들에게 로큰롤라디오가 어떻게 비춰지길 바라시나요?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역시 좋구나‘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언제든 찾아들어도 실망하지 않는,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그런 밴드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초창기 로큰롤라디오의 음악들과 비교해 보면, 음악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변화가 어쩌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맞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멤버 개인마다의 음악적 취향도 달라지고요. 예전엔 히트곡 쓰고 록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어떻게 살든 오래 오래 음악을 할 수 있는 팀이 되고 싶습니다. 금전적 보상이든 예술적 성취든 예전엔 결과물이 더 중요했다면 지금은 음악하고, 밴드를 하는 그 과정,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그 때 그 때 경험하고 느꼈던 감정들을 담아내다보면 음악도 계속해서 변해가겠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변화는 그냥 너무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진규 씨가 앨범 아트워크를 직접 디자인했다고요.


2020년 1월에 문득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 때부터 만화를 그리는 걸 좋아만 했지 즐기 볼 생각은 미처 못 했거든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이 하루에 4~5시간을 그리고 또 그렸어요. 그렇게 1년 정도 그리면서 굉장히 좋은 친구를 얻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언젠가는 저희 음악에 재켓을 그리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실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두려운 일이기도 했어요. 그림은 그냥 취미니까요.


ⓒ로큰롤라디오

-취미가 일이 된 거네요?


네, 이번 발매를 계획하면서 직접 아트워크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멤버들의 제안이 있었고, 일단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그리기 시작했는데, 취미가 일이 되니 엄청난 부담이 들더라고요. 사실 이 당시엔 오랫동안 결정되지 않았던 제목이 ‘선잠’으로 확정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선잠’이라는 단어에 집중하고 있을 때 눈을 감은 사람의 형상 같은 게 떠올랐고 하얀 종이위에 그려가기 시작했어요.


-완성된 그림은 어떤 메시지를 품고 있나요?


그림속의 어떤 사람은 삶이 너무 두려워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하기 시작해요. 꿈속에 빠져들어 모든 걸 잊고 싶었던 사람은 선잠에 빠져 꿈마저 흐릿하게 보여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오일파스텔로 작업하고 디지털로 옮겨 몽환적인 효과를 더 했어요. 삶이나, 삶을 피하고 싶어 도피하려던 꿈이나, 마찬가지로 두려움에 흐릿해져가는 마음을 표현했죠. 예전에 어느 책에서 읽었던 구절이 있는데 두려움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도록 믿게 만드는 것’이라는 구절을 본 적이 있어요. 이제는 그런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로큰롤라이도가 2013년 데뷔 앨범을 내고, 벌써 햇수로 10년차가 됐어요.


시간이 참 덧없이 빠르기만 하구나 라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데뷔 할 때와는 다르게 알게 모르게 부담감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 사이 벌써 10살이나 더 먹었고, 다행히도 조금씩은 인간적으로 더 성숙한 것 같습니다. 예전엔 나를 상대에게 이해시키려고 했다면, 지금은 그냥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종종 다툽니다만(웃음). 공과 사의 확실한 구분도 로큰롤라디오의 장수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연도 없고 작업, 합주도 없는 날은 절대 만나지 않습니다. 하하.


-이미 수상이나 경력들만 봐도 그렇고, 오랜 시간동안 실력적으로 스스로의 음악을 증명해오고 있습니다. 멤버들이 생각하는 로큰롤라디오의 강점은?


멤버 교체도 한 번도 없었고, 멤버 각각이 취향이 꽤나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 조화가 이질적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다들 음악적으로 꽤나 열려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이내믹한 리듬과 화려한 기타리스, 그 사이에 저음의 보컬과 수려한 코러스. 언뜻 글로 보면 다소 매치가 안 되는 요소들이 막상 들으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10년의 합에서 나오는 라이브 또한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로큰롤라디오

-국내에선 여전히 록밴드는 대중적으로도 흔히 말하는 인기장르로 보긴 힘든데요. 그럼에도 록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어필하자면?


록음악이라는 것 자체가 경계가 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이든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표현하는 음악이죠. 장르라는 건 주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우리 음악을 통해 다시 한 번 인기장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진규)


밴드의 매력은 라이브인 것 같습니다. 앨범으로만 듣다 공연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며 모든 악기와 멤버와 관객이 하나가 되었을 때 비로소 밴드는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민우)


-음악을 해오면서 터닝포인트가 됐던 사건이나, 사람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코로나로 인해서 모든 계획들이 무너지고 사라졌지만, 어찌됐든 삶을 살아가야 하잖아요. 그렇게 살아가다보니 그 속에서 터닝포인트를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밴드음악을 오래 하고 싶으면서도 개인 활동도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기타리스트로서, 편곡자로서, 프로듀서로서 많은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그리고 솔로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씩 곡 작업을 해가고 있습니다. 사실 어찌 보면 이 모든 게 밴드음악을 오랫동안 하기 위해서이기도 한만큼 선순환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김진규)


저 역시 터닝포인트는 요즘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오래 공연을 안 해 본적도, 멤버들이 함께 하는 시간도 부족해 본적도 드물었거든요. 힘든 시간이지만 그만큼 각자의 길에서 더 성장 할 수 있다고 믿어요. (이민우)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입니다. 기타 김진규의 핏줄 김진우 형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연주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조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민규)


사실 전 터닝포인트라 할 만한 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만들어준 휴가동안 앞선 10년 정도의 시간에 대해 돌이켜볼 수 있었던 건 맞는 것 같아요. 여러모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죠. (김내현)


-로큰롤라디오의 이후 계획도 궁금해요. 정규 앨범도 기대해도 될까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순 없지만 3집 음반을 최대한 빨리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로큰롤라디오의 최종 목표도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음악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임과 동시에 시대가 지나도 살아있는 음악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쟤네 안 그랬는데 돈 벌더니 돌았네’라고 할 만큼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면 좋겠고요. 하하. 하루빨리 공연장에서 다시 많은 분들 만나고 싶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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