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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붕괴' 현산, 슬라브 두께 약 2배로 늘려 무단 변경…당국 승인 안 받아


입력 2022.01.20 21:02 수정 2022.01.20 21:02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15㎝→35㎝' 39층 바닥면 두께 설계변경 정황…광주 서구청 "변경 승인 신청 없어 몰랐다"

해당 현장 작업 공법도 '재래식 거푸집→데크 플레이트'로 바꿔

지난 11일 외벽이 무너져 내린 광주 서구 HDC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의 모습.ⓒ뉴시스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의 일부 슬라브 두께를 당국의 승인 없이 두 배 이상 두껍게 설계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콘크리트 두께가 늘어나면 하중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 무단 설계변경이 붕괴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20일 광주 서구 등에 따르면 현산은 당초 붕괴한 39층 바닥(PIT층 천장 슬라브) 면 두께를 15㎝로 균일하게 건설하기로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그러나 붕괴사고 이후 확인된 설계 도면상에서 붕괴한 39층 슬라브는 단차가 3개로 나뉘는데, 주민공동시설(게스트하우스)이 들어서는 바닥 면을 35㎝ 두께로 타설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현산 측은 당초 광주 서구청이 승인한 두께보다 두 배 이상 두껍게 슬라브 설계구조를 변경하고도, 사업계획 변경 승인은 받지 않았다.


결국 서구청은 현재까지도 사고가 난 슬라브 일부가 35㎝로 설계 변경됐는지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 슬라브 공사가 승인받은 두께보다 두껍게 시행됐는지는 현장 확인을 거쳐야 한다.


다만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무단으로 슬라브 두께를 두껍게 바꿔 과도한 하중을 야기해 붕괴사고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산은 해당 현장 공사 방식도 승인 절차 없이 바꿨다.


애초에는 재래식 거푸집(유로폼)으로 만들어 콘크리트를 타설하기로 계획을 승인받았다. 그러나 실제 39층 슬라브는 승인받은 공법이 아닌 '무지보'(데크 플레이트·Deck plate) 공법을 사용해 공사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는 PIT 층의 폭이 좁아 거푸집 아래에 지지대(동바리)를 받쳐야 하는 기존 공법으로는 공사가 어려워 보이자,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무지보 공법으로 변경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산 측의 설계 변경과 공법변경 사안은 39층 콘크리트 타설면의 하중이 아래로 쏠리는 등 이상이 발생해 사고가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원청의 과실을 방증하는 중요한 정황이 될 전망이다.


광주 서구청 측은 붕괴사고 현장의 슬라브 두께 변경은 구조상 변경에 해당, 사업계획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할 대상이지만 현산 측으로부터 어떠한 신청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하중을 두배 이상 늘어나게 구조를 변경하고, 전혀 다른 공법으로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승인 절차를 제대로 받지 않아 안전성 검토 없이 공사를 진행, 사고를 야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광주 서구청 관계자는 "슬라브 두께가 당초 승인받은 것과 달라졌다면 반드시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2019년 말 사업계획 승인 도면이 확정된 이후 변경 신청을 받은 바 없다"며 "현산 측이 실제 슬라브 두께를 변경 시공했는지, 언제 공법을 바꿔 공사를 진행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고 밝혔다.


설계변경과 공법 변경은 원청인 현산과 감리의 결정과 승인 없이는 진행될 수 없어, 이들의 책임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현산 측은 이에 대한 입장 발표를 거부했다. 무단 공법 변경 등에 대한 시공사 측의 입장을 질의했지만, 현산 측은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만 밝혀왔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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