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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 알몸 사진, 성기 만지고 볼에 뽀뽀"…목숨 끊은 36살 노동자의 충격 증언


입력 2022.01.25 13:31 수정 2022.01.25 13:15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MBC 뉴스데스크 보도 캡처

국내 한 중견 철강회사에서 근무하다 3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 A씨(36)의 유족이 A씨가 상사들에게서 지속적인 성추행과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이 뒤늦게 공개한 자료에는 A씨가 상사들에게 지속적으로 당했던 성추행과 괴롭힘의 구체적 기록이 담겼다.


지난 24일 MBC에 따르면 세아베스틸 직원이었던 A씨는 2018년 11월25일 전북 군산 금강 하구의 한 공터에서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공장 앞 자취방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섰다가 연락이 끊긴 지 3일 만이었다. 2012년 4월 계약직으로 입사했던 A씨는 정규직이 된 이후 승진까지 앞두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함께 발견된 휴대전화에는 마지막 순간을 촬영한 25분 분량 영상과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유서가 있었다.


여기엔 2012년 6월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제강팀 동료들의 야유회 사진이 남아 있었다.


A씨가 입사 초기 찍은 이 사진엔 개울에 발을 담그고 있는 남성 9명의 모습이 담겼다. 이 중 2명만 옷을 입었고, 나머지는 발가벗은 채 손으로 가랑이만 가리고 있다. 입사 두 달 된 막내 A씨는 다른 사원들 뒤에서 어깨를 웅크린 채 몸을 숨기고 있다.


A씨는 유서에서 해당 사진을 두고 "(옷을 입고 있던 남성 중 한 명인) B씨가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진"이라면서 "회사 PC에 더 있을 테니 낱낱이 조사해서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적었다.


입사 직후부터 B씨가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괴롭힘을 저질렀다고 한 A씨는 "입사한 달 B씨가 '문신이 있냐'고 물어봤다"며 "팬티만 입게 한 뒤 몸을 훑어보고 여러 사람 보는 앞에서 수치심을 줬다. 찍히기 싫어서 얘기 못 했다. 한이 맺히고 가슴이 아프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A씨는 "2016년 12월 10일 16시30분쯤 한 복집에서 볼 뽀뽀, 17시40분쯤 노래방 입구에서 볼 뽀뽀"라며 "그렇게 행동하는 게 너무 싫다"고 구체적인 성추행 기록도 남겼다.


나아가 A씨는 야유회 사진에서 옷을 입고 있던 나머지 남성 C씨에 대해서도 "(C씨는) 왜 이렇게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났냐. 성기 좀 그만 만지고 머리 좀 때리지 말라"면서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A씨 유족은 "가족들한테는 '너무 힘들다', '날 욕하고 괴롭힌다' 이 정도로만 얘기하고 자세한 건 말하지 않았다"면서 "그렇게까지 심각한지는 아무도 몰랐다. 얼마나 맺힌 응어리가 컸으면 안 좋은 기억들만 얘기하고 그런 선택을 했나 싶다"고 전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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