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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87)] ‘르쉬’가 전하는 추억과 위로, 그리고 새로운 시작


입력 2022.01.27 09:19 수정 2022.01.27 09:1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데뷔 후 첫 EP '나는 오늘 여기에 있다' 발매

싱어송라이터 르쉬(Rsh)의 음악엔 늘 ‘도전’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다양한 것들을 보여주려는 음악적 욕심에서 비롯된 도전이다. 데뷔 이후 선보였던 ‘백야’ ‘Seven Twelfth’ ‘물망초’를 통해 변화를 꾀했던 그는 지난 14일 첫 EP ‘나는 오늘 여기에 있다’를 발매했다. 이 앨범에서도 그의 욕심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번 EP 앨범에는 전작들을 비롯해 경쾌한 모던록 사운드의 ‘24’, 따뜻한 위로 같은 어쿠스틱 사운드의 ‘별자리’, 그리고 록 베이스에서 조금 더 벗어난 새로운 시도의 ‘다운이는 어리둥절 중’까지 다양한 색깔의 음악들이 담겨 있다. 전작들을 통해 상실과 위로에 대해 노래한 그는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곡을 함께 엮어냈다.


ⓒ본인 제공

-지난해 ‘백야’를 통해 르쉬라는 이름을 처음 알리게 됐죠. 벌써 반년이 지났어요.


아직은 얼떨떨한 기분이에요. 좋기도 하고, 욕심도 나고 여전히 설레기도 합니다. 제 이름과 음악이 저를 모르는 분들께 조금씩 전해지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즐겁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의 음악에 공감해 주셨으면 합니다.


-가수를 꿈꾼 건 언제부터였나요?


사실 가수가 될 거라곤 생각 못했죠. 제가 가장 못하는 게 노래였거든요. 하하. 노래를 못하는 것이 그저 싫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약간의 오기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노래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어느 날 보컬 연습 중에 지쳐서 곡을 쓰게 됐고, 이후 제 곡에 온전히 제가 느끼는 것들을 담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제가 보고 있는 세상을 스스로 형상화 시켜서 나타낼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어 보자고 결심했죠.


-꿈을 이룬 건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현실은 녹록치만은 않다고들 해요.


음악하고 작업하면서 수입이 발생했던 건 아니라서 다른 일을 꾸준히 같이 해왔어요.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힘든 걸 마음 보단 몸이 먼저 느끼더라고요. 반복적으로 크게 아프고 있습니다. 하하. 현실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네요(웃음).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나요?


아무래도 스스로의 성장이 느껴지지 않을 때마다 슬럼프를 느껴요. 금전적인 부분들은 몸만 조금 더 고생시키면 되지만, 흔히 슬럼프라고 말하는 순간들이 찾아오면 답답함이나 조급함이 극대화 되잖아요. 예전에 입시준비하면서 ‘성장은 계단식‘이라는 말씀을 보컬 선생님께서 해주셨어요. 그래서 그 순간들이 찾아오면 그 한 마디를 마음에 품고 공부하고, 연습하면서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합니다. 다음 성장의 준비를 위해서요.


'나는 오늘 여기에 있다' 앨범 커버 ⓒ본인 제공

-이번 앨범 ‘나는 오늘 여기에 있다’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앨범인가요?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학교에서 제가 음악적으로 좋아하는 교수님이 계셨어요. 그 당시에는 제가 음악적 방황을 겪던 시기라, 저만의 음악을 하던 시기는 아니었죠.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교수님을 찾아뵀어요. 그렇게 꾸준히 찾아뵙고, 음악을 계속 들려드리다가 제 음악을 찾게 됐죠. 이번 EP를 준비하면서, 후보곡들이 여러 가지 있었는데 그 중 저희 원더스탠드 뮤직 대표님과 상의 끝에 지금의 6곡이 결정됐고요.


-타이틀곡 ‘24’에 대한 설명도 부탁해요.


‘24’는 우직한 아이의 이면에 관한 곡입니다. 타이틀 선정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는데 첫째는 청자의 유입이고, 둘째는 주제의 서론 입니다.


-한 앨범에 다른 세 곡(기존에 발매했던)과 또 다른 새로운 시도의 곡들을 담았다고요. 통일성과 다양성 중에서 후자에 더 집중한 건가요?


둘 다 의미가 있습니다. 완전히 같은 장르와 주제는 아니지만, 우리가 시간이 지나서 많은 것들을 경험한 이후 지난 순간들을 돌아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점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제가 음악을 가지고 나올수록 ‘아, 그런거였구나’라는 생각을 드리기 위한 의도이기도 하고요.


-이 앨범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통된 키워드가 있다면?


‘기억’


-앨범 소개에도 ‘도전’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보이는데요.


저는 언제나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전이 항상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곡을 만들 때도 이런 생각이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잘 구현이 됐는지, 색감은 어떤지 그 내용에 집중했습니다.


-수록곡들 중에서 ‘아픈 손가락’ 같은 곡이 있나요?


‘별자리’요. 사실 이 노래는 사랑노래였어요. ‘너와 함께 있으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는 내용을 별자리에 비유한 노래였는데, 어쩌다 보니 이별노래가 됐네요(웃음).


‘Seven Twelfth’는 제가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에요. 대학 졸업 후 저의 음악 방향을 막연하게나마 정했을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제 음악의 첫 출발과 함께 아버지의 죽음이라니, 정말 예상하지도 못했던 일이죠. 그날, 이 곡을 쓰던 순간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네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제 음악도, 모든 게 변했어요.


ⓒ본인 제공

-작업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24’를 작업할 당시의 이야기 입니다. 사연을 받아 곡을 만들었는데, 사실 처음엔 사연자분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서 제가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써놓은 형식의 영어 가사로 작성했었어요. 추후 가사 변경을 하게 되면서 고민에 빠지게 되었던 순간이 있었는데요, 그 당시에도 사실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자문을 구해가며 가사를 작성하던 중 그저 스쳐가는 친구의 말 한마디에 곡이 완성 되었습니다. ‘주제가 뭐야?’라는 말을 듣고 보니 곡의 주제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주제를 관심과 질투로 정하고 제목에는 그분의 나이인 ‘24’를 넣었습니다. 별 일 아니지만 방향을 잃은 곡이 자리를 잡고 완성되던 순간이라 기억에 남아요.


-사연을 받아 곡을 만든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지네요.


대부분은 경험 했던 것들이지만 가끔 책이나 영화 혹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 사람의 시점은 어떠한 모습일까라는 생각에서 음악 작업을 시작해요. 이번 EP 수록곡인, ‘다운이는 어리둥절 중’ ‘별자리’ ‘Seven Twelfth’ ‘백야’ 등 4곡은 제가 곡을 쓰던 시점을 기준으로 있었던 일을 상상 속에서 이미지화 시켜서 음악으로 나타낸 곡이에요. ‘물망초’와 ‘24’는 다른 분의 사연을 받아 사연자의 시점에 이입해서 그 감정을 음악으로 만들어냈고요.


-뮤직비디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조금 우직한 찐따(?) 같은 이미지라고 할까요? 하하. 말로 표현을 하자면 ‘나는 괜찮아 하나도 안 힘들어’라면서 울먹이는…. 그래서 뮤직비디오에 출연할 때도 지저분한 머리에 정돈되지 않은 옷매무새로 촬영했어요.


-정말 많은 곳을 걸어 다니신 것 같은데, 에피소드도 있을까요?


맞아요. 정말 추웠어요. 다들 너무 고생 많으셨고, 감사합니다. 이날 메이크업을 받다가 메이크업 선생님이 너무 멋있게 해주셔서 고민하다가 머리를 조금 바꿨는데, 나중에 어머니가 뮤직비디오 보시고 ‘머리 스타일 겨울연가 배용준이냐’고 등짝을 때리신 기억이 있네요.


-전체적인 앨범의 만족도는?


10점 기준으로 9점 줄게요. 하하.


-가수로서 르쉬가 가고자 하는 길. 즉 음악적 방향성도 궁금합니다.


저는 제 이름으로만 통용되는 음악적 길을 만들 겁니다. ‘Rsh의 음악’이요.


-르쉬의 최종 목표는?


저는 저의 상상 속 모습을 롤모델로 둡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그 모습을 따라잡고, 그 친구는 저보다 한 발 먼저 성장해나가는 구조에요. 제 목표는 하나에요. 꾸준히 발전하며 음악하는 것.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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