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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 이재명? ①] 살인범·조폭·음주운전 변호도 '인권'인가요?


입력 2022.01.30 06:06 수정 2022.01.31 06:54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대선 앞두고 인권변호사 정체성 확보 총력…"깨끗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시사저널 보도…폭행·횡령·사기·음주운전·문서위조·성매매 알선 등 변호 이력 '다수'

정치권 "왜 유독 흉악범·패륜범·조폭 범죄 변론 그리 많은가…인권변호사 타이틀 내려놔야"

법조계 "변호사 직업 윤리상 어떤 사건 맡든 비난 안되지만…대통령 되겠다고 하면 다른 문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금촌역 광장에서 열린 거리연설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제20대 대통령선거를 40여일 앞두고 '박스권 지지율'에 갇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역 유세에서 거듭 눈물을 보이고 과거사를 털어놓는 등 감성을 자극한 표심 공략에 나섰다.


특히 이 후보는 자신의 '인권변호사' 경력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하는 가운데,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후보가 실제 수임한 사건들 면면을 보면 인권 변호사라는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성남 상대원 시장 연설에서 자신의 과거를 언급하며 눈물로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25살에 인권 변호사의 길을 택한 뒤 열심히 일했고 깨끗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이 자리까지 왔지만 상처가 많다"고 밝혔다.


같은 날 경기 용인시 포은아트홀에서 열린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는 "경기도가 가난한 소년 노동자 이재명을 인권변호사로, 또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키워준 곳"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23일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의 대담에서도 "제 출신이 소년 노동자이고 인권변호사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민주당과 이 후보 지지 세력은 그를 소개하는 멘트에서 인권변호사 경력을 빼놓지 않고 있다.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오후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에서 상인 및 시민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지만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는 강간치상, 횡령, 음주운전 등 '피해자 인권'과는 거리가 먼 듯한 사건들도 다수 변호한 전력이 있다. 시사저널은 이 후보가 지난 2010년 성남시장 취임 전까지 변호한 형사사건 58건 중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진행된 1심 판결문 30건을 입수했는데, 이 가운데 20건 이상이 살인, 강간, 폭행, 횡령, 사기, 음주운전, 문서 위조, 성매매 알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는 갓 성인이 된 여성을 강간한 가해자의 변론을 맡아 집행유예를 받아냈고, 음주운전 처벌 전력이 있는 가해자의 음주뺑소니 사건은 1000만원 벌금형 선고를 끌어냈다. 범죄단체 구성, 흉기 상해, 협박, 감금 등 7가지 혐의로 기소된 성남국제마피아파 김씨는 집행유예 기간에 재범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의 변호를 통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른바 '조카 살인사건'을 변호한 사실도 인권변호사 경력을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이 후보의 조카는 지난 2006년 헤어진 여자친구가 살던 집을 찾아가 전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각각 흉기로 19번, 18번씩 찔러 살해하는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


이 후보는 조카에 대해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을 주장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었고, 이 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지칭했다가 사건의 심각성을 축소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유족들은 이 후보의 '데이트 폭력' 발언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손해배상금을 청구한 상태다.


성남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으로 활동했던 이종조카(이종사촌의 아들)를 변호한 사실도 논란거리다. 앞서 이 후보는 2018년 7월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취재진에게 "제 이종조카가 중학교 다닐 때 국제마피아파의 중학생 조직원이었다"며 "그때 제가 그 애를 4번 변론해 줬다. 조카인데 어떻게 하느냐"며 자신의 변론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치 혁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같은 논란들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 측이 유세 과정에서 인권변호사 경력을 거듭 내세우자 정치권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의 '조카 살인사건' 변호와 관련해 "생업 변호사들이 사람 가려가며 변호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도 다 알고 계신다"며 "인권변호사 타이틀은 이제 그만 내려놓으셔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성범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후보는 자칭 인권변호사였다면서 왜 유독 흉악범, 잡범, 패륜범, 조폭 범죄를 변론한 경우가 그리 많은가"라고 반문하며 "흉악범 변론이 변호사의 직업적 사명이라고 하더라도 이 후보가 피해자의 인권보다는 흉악범이 범죄를 저지른 사연과 핑계에 더 관심을 가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진태 전 의원은 "이재명 변호사는 피고인이 술에 취해 심신장애 상태였으니 무죄 또는 감형해 달라고 주장했다가 법원으로부터 기각 당했다"며 "범행 시각이 아침이고, 술에 취했다는 증거가 없는데도 진실을 왜곡해 허위 주장을 했다면 변호사 윤리 위반이고 징계사유다. 자칭 인권변호사는커녕 변호사 자격도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조계에서는 이 후보가 스스로 '인권변호사' 경력을 내세우면서 여론의 뭇매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인 이헌 변호사는 "변호사 직업 윤리상 어떤 사건을 맡든 비난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문제는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라며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야 하고 법치와 준법의 상징이다. 이 후보 같은 논란의 인물이 인권변호사를 자칭하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적으로 용납할 수 없고 상식에도 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변호 이력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대한변호사협회는 논평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협회는 "변호사는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라고 하더라도 억울함이 없도록 변론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며 "헌법은 흉악범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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