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김건희 볼륨감 있는 단발머리 공통점…'본격적으로 활동하겠다'는 메시지
김혜경 '포니테일'서 짧은 단발로…"온화·내조 드러내면서도 진취적인 이미지 부각"
김건희 '애교머리'서 중단발로…"주체적이고 본인 종사하는 예술분야 전문가 느낌 강조"
'배우자 대선'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이번 대선은 후보 배우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력 대선 주자 배우자들의 헤어스타일 변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헤어스타일은 가장 눈에 잘 띄고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 이미지 변신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선거 도구로 꼽힌다. 헤어스타일을 통해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인식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는 둘 다 현재 볼륨감을 살린 단발머리라는 공통점을 보인다. 앞머리를 자연스럽게 말아 뒤로 넘기거나 세워 이마를 시원하게 드러낸 헤어스타일도 공통점이다. 짧은 단발에 풍성한 볼륨을 주면 품위 있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고, 특별한 날에 올림머리를 하는 등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같은 단발머리더라도 두 사람의 헤어스타일은 미묘하게 다르다. 김혜경씨는 안쪽으로 말린 C컬 단발인데, 김건희 씨보다는 좀 더 작은 컬이다. 옆머리를 깔끔하게 귀 뒤로 넘긴 스타일을 자주 연출하는 편이다. 김혜경씨는 작년 7월 광주 전남대에서 열린 청년행사에 참석했을 땐 정치인 아내에게선 잘 찾아볼 수 없던 포니테일(뒤로 하나로 묶은 머리) 스타일을 선보여 화제가 됐지만 주로 어깨에 닿지 않는 짧은 단발 스타일을 유지해오고 있다.
김건희씨는 현재 어깨선을 살짝 넘는 길이의, 안쪽으로 만 C컬 중단발머리를 하고 있다. 김건희씨는 지난 2019년 윤 후보의 신임 검찰총장 취임식 때부터 줄곧 머리를 낮게 하나로 묶고 옆얼굴을 살짝 덮는 애교머리를 고수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가 고수하던 애교머리를 넘기고 이마를 드러낸 채 카메라 앞에 선 건 자신의 허위 이력 등 여러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던 자리에서였다.
두 사람의 헤어스타일 변화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리스트였던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은 "김혜경씨는 최근 앞머리를 전보다 더 세우기 시작했는데 더 격식 있고 권위 있는 영부인의 분위기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건희씨의 애교머리와 이마를 가리는 '깻잎' 앞머리는 전통적인 영부인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다"며 "차분한 중단발 헤어스타일은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데 도움이 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우리나라 대통령의 영부인의 헤어스타일도 주로 단발머리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귀를 살짝 밑도는 짧은 단발 스타일을 택했다. 해외 여성 정상들의 머리스타일도 단발머리가 대세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89년 정치 입문할 때부터 한결같이 단발머리를 고수했다. 영국 메이 총리부터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도 단발머리다.
두 사람의 헤어스타일에는 고도의 정치적인 전략이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다. 강 연구소장은 "김혜경씨와 김건희씨 모두 머리를 자른 것은 '본격적으로 활동하겠다'는 메시지가 엿보인다"라며 "여성의 마지막 머리 길이는 쇄골이라고 할 정도로 단발머리는 주체적인 이미지가 있다. 머리 길이가 쇄골 밑으로 내려가면 여성스러운 느낌은 주지만 비즈니스적인 이미지는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헤어스타일에 따라 전달되는 이미지도 달라진다. 김효진 국제퍼스널컬러협회장은 "김건희씨는 중년 여성들이 자주 하는 스타일보다 더 길어, 젊고 중도적인 느낌이고 김혜경씨의 스타일은 볼륨을 넣은 짧은 단발 스타일로 고급스러운 영부인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강 연구소장은 "김혜경씨는 웨이브가 있는 단발로 온화하고 내조하는 여성 이미지이고, 김건희씨는 직선에 가까운 단발로 주체적이고 전문적인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 LAB&PSPA의 박영실 박사는 "짧은 머리 길이의 김혜경씨는 이 후보의 선거 활동에도 적극 나서는 것처럼 좀 더 활동적이고 진취적인 영부인의 이미지를 가꿔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건희 씨는 언제든 묶을 수 있는 길이로 보통 단발보다는 긴 편인데,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난다"며 "영부인 느낌을 강조하기보다 본인이 종사하고 있는 예술 분야의 전문가적 느낌을 강조하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머리 볼륨감에 따라서도 정치적 메시지도 달라진다. 박 박사는 "최근 프로필 사진처럼 김건희 씨는 헤어에 볼륨을 의도적으로 많이 넣었는데, 이는 권위, 품격을 중시하는 보수층 유권자를 겨냥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혜경 씨는 주로 봉사 현장이나 시민들을 만나는 장소에 가다 보니 볼륨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기도 한다"며 "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겠다, 부드러운 느낌을 주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