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아동 코로나 검사 중 코피나고…면봉 부러져 식도로 넘어가기도
부모들 "어린 아이들만이라도 입안 타액 검사나 목 검사로 대신 해줄 수 없나"
영국·미국, 어린이 타액 검사 허용, 성인도 선택사항…전문가 "타액·목 검사로 대체도 한 방법"
"어린 아이 PCR 검사 소아과 의사가 해야…출혈 보다도 면봉 들어가 대변 배출이 더욱 위험"
5세 아동이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받은 후 입과 코 주변에서 다량의 출혈이 발생했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PCR 검사 채취 방법의 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선 검체 채취 과정에서 출혈이 생길 수 있다며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검사 방식을 타액이나 목 검사로 바꿀 필요가 있고, 어린 아이들의 PCR 검사는 소아과 의사가 하도록 권고했다.
'PCR 공포'는 기다란 면봉을 코 깊숙한 곳에 넣어 비인두를 훑는 검체 채취 방법에서 비롯됐다. 현행 PCR검사 방식은 민감도(감염된 사람을 양성으로 판단할 확률)가 타액 검사에 비해 높아 '가짜 음성'이 나올 확률이 적다. 침(타액) 검사나 입안 세포 검사보다 코 안쪽 세포에서 바이러스 검출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행 PCR 검사방식은 점막이 약할 경우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일 김해 지역 맘카페에는 "보건소 PCR 검사하고 왔는데 너무 속상하네요"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자녀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마스크의 코와 입 부분이 피로 물들어 있는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작성자는 "너무 화가 난다. PCR 검사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이렇게 막무가내 쑤셔대는 곳은 처음"이라고 적었다.
지난해 12월 경기 하남시에서도 5세 아이가 PCR 검사를 받다 검체 채취용 면봉이 부러져 콧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2월엔 4세 아이가 경기도 용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받는 도중 콧속 깊숙이 들어간 면봉이 부러졌다. 10cm의 면봉 조각은 이미 식도로 넘어간 상태였다. 다행히 사흘 뒤 아이 변에 면봉 조각이 섞여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을 중심으로 현행 PCR 검사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첫째 아이가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 정도 검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코피가 한 번 터진 이후로 계속 터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면서 "어른들도 코를 찌를 때 아파서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나. 울고불고 난리였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이모(35)씨는 "의료진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지만, 어린 아이에게 PCR 검사를 할 때는 조심스럽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읍소라도 하고 싶다"며 "코로나에 밖에 잘 나가지도 못하고 마스크만 쓰게 해서 미안한데, PCR 검사를 받으면서 코피까지 나고 애가 울면 정말 너무 화가 날 것 같다. 아이들만이라도 목이나 입안 세포 검사를 할 순 없나"라고 반문했다.
성인들도 현행 PCR 검사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대학생 김모(24)씨는 "코 수술을 해 지난 12월 송파구 한 선별진료소에 코 대신 입안 세포 검사를 수차례 부탁드렸는데도 '예외는 있을 수 없다'는 의료진의 말에 2시간을 기다리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며 "코로나 대응지침을 보면 원칙적으론 코와 입 모두 가능한데 일선 현장에서는 왜 선택을 하지 못하게 하나"라고 분노했다.
서울 마포에 사는 40대 남성은 "의료진들에게 살살 해달라고 그렇게 사정을 해도 자기들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소리냐는 투로 일부러 더 세게 찔러넣는 것 같아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며 "도대체 지금 어떤 시대인데 이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검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해외에서는 타액 검사 방식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영국과 미국은 어린이들의 경우 타액으로 검사하는 방식을 허용하고 있다. 성인에 대해서도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2020년부터 타액을 이용한 진단 키트를 승인해 타액 검사를 선택 사항으로 두고 있다. 일본에서도 자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6월부터 타액 검사를 공식 승인해 사용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어린 아이들의 경우 타액·목 검사를 해도 무방하다면서, 기존의 비인두 검체 채취를 할 경우 소아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경우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염이 있거나 비점막이 약한 경우에 출혈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어린이들이 몸부림을 치거나 갑자기 움직이면 비점막 손상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타액 검사나 구인두(목) 검사가 비인두 검사에 비해 정확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어린이들이 두 가지 방법이 비인두 검사보다 상대적으로 협조가 잘 되고, 정확도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 만큼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검체 채취 방식을 이것으로 대체하는 것도 개인적으론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미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점막이 많이 부어 있는 사람들은 성인이든 유아든 코피가 날 수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성 비염이 있는 상태라면 점막이 굉장히 얇은 상태로 돼 있다"며 "타액 검사 방식은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검체를 채취하는 사람이 조심해서 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체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출혈은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면봉이 꺾여져 들어가서 대변으로 배출되는 경우를 더욱 조심해야 한다. 드물게 면봉이 식도로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장에 상처를 줄 수 있다. 어린 아이의 PCR 검사를 소아과 의사가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