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盧 너럭바위 두 손 올리고 어깨 들썩이며 '눈물'
"이 곳을 보면, 참혹했던 순간 잊어버리기 어렵다"
사저 앞마당서 영호남·제주 '남부수도권 구상' 발표
盧 언급하며 울컥한 尹 대해 "특이한 여러 행동" 냉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이 후보는 참배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의 연대기를 듣는 순간 눈을 질끈 감으며 눈물을 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너럭바위에 두 손을 올린 순간부터 어깨를 들썩이며 10초간 흐느꼈다.
이 후보는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 제가 반드시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방명록 작성 뒤 연단에 올라 즉석연설을 시작한 이 후보는 "이곳을 보면 언제나 그 참혹했던 순간을 잊어버리기 어렵다"며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꿈은 노무현의 꿈이었고, 문재인의 꿈이고, 저 이재명의 영원한 꿈"이라고 했다. 또 "자치와 분권, 지역 균형발전은 노 전 대통령의 꿈이었는데, 이재명이 반드시 그 꿈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노무현 향수'를 자극해 핵심 지지층을 똘똘 뭉치게 하겠다는 의지와 '노무현 계승자'라는 점을 자임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봉하마을을 방문한 건 지난해 11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 째다.
그러자 이 후보를 보기 위해 모인 수백여 명의 지지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을 쏟아냈다. 일부 지지자들은 '대한민국 대전환, 오직 당신만이 희망입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하나 되어 바다로 가겠습니다', '공약 이행률 95%, 이재명은 합니다' 등이 적힌 손피켓을 흔들며 이 후보를 응원했다.
李, 영남·호남·제주 묶는 '남부 수도권 구상' 발표…지역 균형발전 의지 강조
연설을 마친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 사저 앞마당으로 이동해 영남·호남·제주를 묶는 '남부 수도권 구상'을 발표했다. 수도권·충청·강원을 묶은 '중부 수도권'과 함께 2개의 초광역권 단일경제권, 이른바 '메가리전(Mega-region)으로 만들어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해 지역 균형발전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한 대규모 기반시설 투자도 약속했다. 그는 남부 수도권에 입주한 기업에 법인세 추가 감면, 규제자유특구 전면 확대 등의 혜택을 비롯해 AI(인공지능)·바이오·전기차 등 첨단산업을 유치를 약속했다. 남부권 국립대학 연합체제 구축, 의료기관 유치 등도 약속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정부가 수도권 동북아 중심 구상으로 글로벌 선도국가로 비상할 초석을 만들었다면 노무현 정부는 충청권 행정수도로 국토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의 길을 열었다"며 "두 대통령의 뜻을 창조적으로 계승해 수도권 외바퀴였던 경제를 중부권과 남부권이 함께 발전하는 두 바퀴 경제로 반드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엔 영·호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 10여명이 함께했다.
李, 盧 언급하며 울컥한 尹 대해 "특이한 여러 행동…특검 수용해라" 압박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전날(5일)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강정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날 남부 수도권 구상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분의 특이한 여러 행동, 발언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는 게 예의일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개발사업 편의를 봐주고 뇌물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것을 '편파 수사'라고 주장한 데 대해선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50억 클럽'의 당사자가 구속됐으면 나머지도 엄벌해야 하는데, 왜 수사했냐고 검찰을 압박하는 것은 수사를 더 못하게 막으려는 태도"라며 "비정상적 과정 전모를 반드시 특검을 해야 한다. 대선이 끝나더라도 반드시 특검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후보님, 당당하고 자신 있으면 특검 수용하시라. 대선이 끝난 다음에도 전모를 가리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이날 오전에는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가덕도신공항 2029년 개항 및 연계 교통망 확충,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성공 기반 마련 등을 골자로 하는 '9대 부산 공약'을 발표한 뒤 부산상공회의소로 이동해 부산 지역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