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순자산 올 90조 육박 전망
보수 인하·이색테마 출시 경쟁
“후발주자 한국, 상승여력 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ETF 총보수를 잇따라 인하하고 있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과 규제 완화로 ETF 시장의 수혜 기대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ETF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운용사들의 마케팅 열기도 뜨거워졌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540개의 순자산총액은 72조4821억원을 기록했다. 연초 증시가 조정을 받은 영향으로 지난해 말 73조9675억원에서 1조원 넘게 줄었지만 과거 성장률을 감안하면 올해 9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TF시장의 성장세가 가속화하면서 최근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은 앞다퉈 운용 보수를 낮췄다. 특히 국내 ETF 양강 구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보수율 낮추기 경쟁이 금융투자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TIGER 미국S&P500레버리지 ETF’의 총보수율을 연 0.58%에서 연 0.25%로 내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어 삼성자산운용도 곧바로 ETF 운용 보수 인하를 발표했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지난달 11일 7개 ETF의 운용 보수를 0.07~0.09%로 낮췄다.
대상 상품은 업계 내 동일 혹은 유사 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국내 주식형 2종(KODEX 헬스케어, KODEX 200ESG), 미국 주식형 2종(KODEX 미국반도체MV, KODEX 미국스마트모빌리티), 미국 리츠 1종(KODEX 다우존스미국리츠(H)), 국내외 채권형 2종(KODEX 10년국채선물, KODEX 미국채10년선물) 등 총 7종이다. 총보수는 KODEX 10년국채선물이 0.07%, 나머지 ETF는 0.09%로 각각 인하한다.
이어 국내 ETF 시장 3위인 KB자산운용은 지난달 13일 헬스케어와 건설, 정보기술(IT) 등 2022년 유망 섹터 관련 ETF 3종의 보수를 낮췄다. 대상 상품은 ‘KBSTAR 헬스케어 ETF’, ‘KBSTAR 200 건설 ETF’, ‘KBSTAR200 IT ETF’ 등으로 총 보수는 업계 최저인 연 0.05%다.
이러한 ETF의 인기는 지난해 다양한 테마형 상품들이 쏟아진 것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에도 사이버보안과 수소경제 등 눈에 띄는 글로벌 테마형 ETF 상품 출시가 예정돼 있다.
오는 15일 KB자산운용은 ‘KBSTAR 글로벌수소경제 Indxx ETF’, 한화자산운용은 ‘ARIRANG 글로벌수소&차세대연료전지MV’를 상장한다. 그동안 수소 관련 ETF는 국내 주식형만 상장돼 있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사이버보안 ETF’를 내놓을 예정이다. 글로벌 기업 중 통신 장비, IT서비스, 데이터 프로세싱 서비스 등 사이버보안 연관 40개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다양한 상품 공급과 규제 완화로 ETF 신규 자금은 지속 유입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오는 7월 디폴트옵션 도입과 연중 액티브ETF 규제 완화가 예상돼 ETF와 타깃데이트펀드(TDF)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ETF 시장 후발주자였지만 참가자들의 수요 확대와 제도적 장치, 시장 환경 변화 등으로 빠르고 꾸준하게 성장 중”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 시가총액 대비 ETF 순자산총액 비율은 해외 주요 시장과 비교해 아직 낮아 향후 상승 여력이 크다”고 밝혔다.
현재 주식시장 시가총액 대비 ETF 시장 비중은 미국 13.3%, 독일 15.0%, 캐나다 8.1%, 일본 9.7%, 한국 2.6%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