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사고에 단일화 논의도 '올스톱'
국민의힘-국민의당, 우호적 분위기는 확인
尹·安 독대로 담판 물꼬 텄을까 '주목'
3·9 대선을 20여일 앞둔 16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와 조우했다. 안 후보가 지난 13일 윤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한 이후 이뤄진 첫 만남이지만, '조문'으로 이뤄진 만남인 만큼 별다른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8시 30분께 국민의힘 선거유세차량에서 숨진 국민의당 당원의 빈소를 조문했다. 이날 오후 강원도 원주 유세를 마친 뒤 곧장 이동해 오후 8시 30분께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한 윤 후보는 약 30분 가량 빈소를 지켰다.
전날 오후 충남 천안의 한 도로에 정차해 있던 안 후보 유세용 버스(40인승) 안에서 유세차량 기사 A씨와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지역 선대위원장 B씨가 의식을 잃은 채 있는 것을 다른 당원이 발견했다. 경찰은 밀폐된 버스 안에서 일산화탄소에 의한 질식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 후보는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함께 경쟁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님께 안타깝고 불행한 일에 대해 인간적인 면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제가 힘은 못 되더라도 마음의 위로라도 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혹시 여러분(취재진)이 추측하는 것은, 오늘 장소가 장소인 만큼, 다른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 후보 단일화 관련 이야기는 없었다는 뜻이다.
그는 또" 안 후보 사모님(김미경 서울대 교수)도 병원 입원해 계시는 상황이어서 사모님 빠른 쾌유를 빌었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 역시 이날 오후 10시께 "(두 후보가) 상가에서 위로의 말씀들을 주셨다"며 "그리고 그렇게 바쁘신 분들이 선거운동 중에도 와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어진 정치 현안과 관련한 취재진에 질문에는 "여기까지만 하겠다"며 "국민의당은 사태 수습에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내부에서는 배석자 없이 두 후보가 약 25분가량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두 후보가 앉아 따로 이야기했다"면서도 "(별도의) 방에 들어가서 이야기한 게 아니라 열린 공간에서 이야기했다"고 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대변인 역시 '정치 현안 관련 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오늘은 딱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누셨고, 나머지 얘기는 조문 장소에서 말씀드리는 게 적절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가 벌어진 만큼, 양당 모두 정치 현안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꺼리는 분위기가 읽힌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에서 양당이 상호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유세에서 로고송을 틀지 않아 애도를 표했고, 공식 논평으로도 위로를 전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민의힘 선대본부도 함께 애도하기 위해 오늘 유세활동은 로고송을 틀지 않고 율동을 하지 않는 등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안 후보 역시 윤 후보의 조문 소식을 듣고, 이날 늦게까지 장례식장을 지키며 윤 후보를 맞았다. 안 후보는 이날 새벽 3시께 장례식장에서 나섰다, 이날 오후 5시께 다시 병원을 찾아 10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윤 후보의 조문 직후 예고 없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수행원 없이 홀로 조문을 마친 이 후보 역시 안 후보와 20분가량 독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