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만 과감했던 넷플릭스 ‘모럴센스’, 아쉬운 평가
안방극장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동시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진지한 분위기의 장르물에서 벗어나 유쾌한 분위기의 로맨틱 코미디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JTBC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이하 ‘기상청 사람들’) 등 달달한 로맨스에 시대상을 적절하게 반영하며 완성도를 높인 TV 드라마들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모양새다. 아직 방송 초반이지만,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8%대 시청률에 진입하며 호평을 받고 있으며, ‘기상청 사람들’ 또한 2회 만에 5%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긍정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서른아홉 세 여성들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JTBC ‘서른, 아홉’ 또한 4.4%의 무난한 출발을 했으며, 방송을 앞둔 SBS ‘사내맞선’, KBS2 ‘크레이지 러브’ 또한 무겁지 않은 로맨스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전망이다.
OTT들도 이 흐름에 합류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도로 TV 플랫폼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청춘들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포착하는 TV 드라마들과는 달리, 흔하지 않은 소재를 선택해 ‘OTT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내세운 것이다. 넷플릭스는 영화 ‘모럴센스’에서 구속하고, 지배받는 것을 성적 취향으로 여기는 BDSM을 소재로 내세웠으며, 왓챠는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BL 드라마 ‘시멘틱 에러’를 통해 공개 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흔하지 않은 성적 취향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나, 남성 간의 사랑을 다루는 작품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은 TV 플랫폼에서 보기가 쉽지는 않았다. 이에 새로운 소재를 앞세운 OTT 작품들이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는 어떤 다른 매력을 전할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모럴센스’는 소재의 과감함에 비해 다소 평범한 전개와 연출로 실망감을 자아냈다. 우선 ‘모럴센스’는 BDSM 성향을 가진 이들의 고충 또는 현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도는 전혀 하지 않는다. 단순히 대화로 풀어서 설명하거나, 해당 성향에 대한 흔한 이미지만을 활용할 뿐, 소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여성에게 지배당하고 싶어 하는 남자와 주체적인 여성이 등장하면서, 이것이 기존의 성역할을 뒤집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결국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남녀가 만나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어우러지는 뻔한 결말로 향하면서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물로 남게 된다. 넷플릭스에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공개가 되면서 좀 더 과감한 전개와 연출이 이뤄질 수도 있었으나 실현되지는 못했다.
지난 16일 공개된 ‘시멘틱 에러’는 20분 분량의 첫 회만 공개돼 평가는 이르지만, 기존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되던 한국 BL 드라마들의 숙제를 고스란히 느끼게 했다. 남성 간의 사랑 이야기는 배경으로만 존재할 뿐 기존의 캠퍼스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전개, 여기에 작은 규모로 만들어지는 웹드라마 특성상 낮은 완성도까지. BL 장르에 관심이 있지 않은 시청자들을 아우르기엔 부족함이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대부분 신인들로 출연진이 구성돼 어설픈 연기로 완성도를 더욱 떨어뜨리는 경우도 빈번했다.
‘시멘틱 에러’는 연출 완성도 면에서는 기존 웹드라마들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주연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는 진입장벽으로 존재한다. 결국 그동안 마니아들의 관심만을 유발하던 작은 의미의 성과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추후 어떤 완성도를 보여줄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소재와 표현의 과감함을 장점으로 활용하며 시청자들의 선택 폭을 넓힌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이를 제대로 빛내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