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유세 연일 이어지면서 양강 후보 말 점점 험악해져
尹, 文 겨냥 "히틀러" 맹공…李, 尹 겨냥 "주술사" 폭격
정치권 "공약 비슷해 정책대결 불가능…자극적인 말로 지지층 결집"
3·9 대선 공식선거운동이시작된 이후 장외 유세가 연일 이어지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입'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이자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인 '수도권 대첩'이 벌어졌던 17일엔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말이 쏟아졌다. 두 후보 간 정책적 차이가 뚜렷하지 않다보니 '험한 말' 대결이 가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후보는 이날 경기 안성 중앙시장에서 가진 유세에서 여권을 겨냥해 "법과 원칙에 내편 네편 가릴 것 없이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고 하니 자기들에 대한 정치보복을 한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누가 정치보복을 제일 잘했나"라고 반문하며 "자기가 지은 죄는 남에게 덮어씌우고, 자기 죄는 덮고, 남에게는 짓지도 않은 죄를 만들어 선동하는 게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들,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수법"이라고 했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독재자 히틀러와 무솔리니에 빗댄 것이다.
윤 후보는 경기 용인 길거리 유세에선 "민주당은 점조직인 전체주의 정당"이라고 했고, 야탑역 유세에선 "여당 편만 들고 선거 때 같이 공작 선동하는 그런 세력만이 자기편이고 그 사람만이 사람이냐"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윤 후보의 '노 마스크' 논란과 '주술 논란'을 정조준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광화문 유세에서 "뭘 알아야 국정을 할 게 아니냐"며 "이재명은 주술사가 아니라 국민에게 길을 묻겠다. 주술사가 가라는 길이 아니라 국민이 가라고 하는 길을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순실)씨는 점은 좀 쳤는지 모르겠지만, 주술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누구처럼 마스크를 벗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되겠죠"라며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도 있고, 내 작은 불편을 못 견뎌 작은 규칙을 어기는 사람은 큰 이익이 보장 되면 큰 규칙을 지키기 어렵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두 후보의 대선 공약이 비슷해 정책 선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말로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에 비해 윤 후보의 발언 수위가 더 높은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두 후보 간 정책이 너무 비슷해 정책 대결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세 현장에서 더 자극적인 말로 선명성을 부각하는 것"이라면서도 "정치에는 금도라는 게 있는데, 윤 후보의 '히틀러', '공산주의' 등의 발언은 너무 지나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청와대를 자극해 문재인 대통령과 자신의 대립 구도를 더 선명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야외 유세장은 지지자들이 대거 모여 있는 만큼 감정이 올라가서 윤 후보의 말이 과하게 나갔을 수는 있다"면서도 "'공산주의' 같은 표현은 선을 넘었다"고 했다.